버버리 트렌치의 작은 목끈은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

V&A 전시 공간에 놓인 버버리 트렌치코트와 붉은 의상의 공식 전시 사진

버버리 트렌치의 칼라 아래에는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작은 부품이 있다. 목 앞을 가로질러 여미는 천 조각, 스로트 래치(throat latch)다. 코트를 펼쳐 입으면 부속품처럼 보이지만 칼라를 세우고 잠글 때는 역할이 분명해진다. 목둘레의 열린 부분을 닫아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다.

런던 V&A의 ‘The Burberry Trench: Crafting an Icon’은 이런 디테일을 다시 읽을 기회다. 버버리 창립 170주년을 맞아 2026년 9월 21일 시작한 무료 전시는 2027년 1월 3일까지 이어진다. 브랜드와 박물관의 아카이브를 함께 꺼냈지만, 여기서 던져볼 질문은 코트가 얼마나 오래됐느냐보다 조금 작다. 트렌치에 달린 것 중 무엇은 아직 작동하고, 무엇은 알아보는 표지가 됐을까.

칼라를 세우는 일과 목을 닫는 일

V&A의 전시 해설에 따르면 스로트 래치는 목을 감싸는 형태로 만든 개버딘 패널이다. 단추로 고정하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칼라 뒤쪽 아래에 붙여둘 수 있다. 늘 정면에 보이는 장식이라면 굳이 숨길 자리까지 마련할 이유가 없다. 이 보관 방식은 부품을 읽는 단서다. 필요한 날에 꺼내 쓰고, 그렇지 않을 때는 코트의 인상에서 빠질 수 있다.

칼라 자체도 한 장의 천을 접은 구조가 아니다. 버버리가 공개한 제작 설명은 여덟 부분과 최대 270땀을 말한다. 목을 따라 자연스럽게 휘는 곡선을 만드는 작업이다. V&A는 내부의 리넨 층이 형태를 받쳐준다고 설명한다. 세운 칼라가 둘레를 만들고 래치가 앞의 틈을 닫는다고 이해하면, 두 부품의 관계가 또렷해진다.

세운 칼라가 목둘레를 만들고 래치가 앞을 닫는다. 장식의 이름보다 실제로 여미는 동작을 살펴보면 역할이 분명해진다.

견장과 빗물받이를 한데 묶지 않기

트렌치의 군복 기원을 알면 모든 부품을 같은 종류의 유산으로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의 쓰임은 갈라진다. 버버리는 견장이 계급을 나타내고 벨트의 D링이 장비를 매다는 데 쓰였다고 기록한다. V&A 역시 견장을 오늘날의 특징적인 스타일 요소로 짚는다. 군복의 기능이 남아 있는 형태와 지금도 같은 목적에 사용하는 부품은 구별해야 한다.

등 위쪽의 스톰실드는 다른 경우다. 몸판에서 살짝 떨어진 덧단을 통해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만든 구조다. 손목의 스트랩은 소매 끝을 조일 수 있게 한다. 목, 손목, 등판을 나란히 놓으면 트렌치는 하나의 방수 원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열린 곳을 여미는 부품과 물이 흐를 경로를 만드는 부품이 나눠 맡는다.

비를 고려한 구조와 방수 성능의 등급은 구별해야 한다. 버버리는 헤리티지 트렌치의 개버딘을 발수성을 가진 소재로 소개한다. 전시가 알려주는 것은 비와 바람에 대응하는 설계의 방식이다. 실제 우천용 외투를 고를 때는 개별 제품의 소재와 관리 상태까지 따로 살펴야 한다.

같은 부품이 다른 코트를 만드는 순간

전시 후반에는 최근 약 25년의 런웨이 룩 19벌이 놓인다. 고전적인 트렌치의 형태를 출발점으로 삼아 소재와 비율을 바꾼 사례들이다. 앞부분에서 부품의 역할을 살핀 뒤 이 섹션을 보면 비교 기준도 달라진다. 무엇이 원형과 닮았는지만 보지 않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꿨는지 물을 수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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