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레주 새 수장 드루 헨리, 첫 컬렉션서 네온 컬러 꺼냈다

꾸레주 새 수장 드루 헨리, 첫 컬렉션서 네온 컬러 꺼냈다

꾸레주(Courrèges)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드루 헨리(Drew Henry)가 첫 컬렉션을 공개했다. 최근 브랜드에서 강조되던 절제된 미래주의 대신 강렬한 색채와 유연한 실루엣을 선보이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9월 30일 파리 패션위크에서 꾸레주의 2027 봄·여름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번 쇼는 지난 3월 브랜드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드루 헨리가 처음으로 선보인 공식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런웨이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색상이었다. 네온 옐로와 애시드 그린, 탠저린 오렌지를 비롯해 버건디와 네이비까지 다양한 색채가 등장했다. 최근 꾸레주 컬렉션에서 익숙했던 간결하고 절제된 분위기와는 다른 접근이었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단순히 옷의 색상을 밝게 바꾼 것에 그치지 않았다. 드루 헨리는 브랜드가 가진 과거의 디자인 언어를 다시 살펴보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강조됐던 요소를 새로운 컬렉션의 중심으로 끌어왔다.

꾸레주가 다시 꺼낸 1960년대의 색채

꾸레주는 1961년 앙드레 꾸레주와 코클린 꾸레주가 설립한 프랑스 패션 하우스다. 우주 시대를 연상시키는 미래적인 의상과 기하학적인 형태, 깔끔한 재단을 통해 독자적인 디자인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1960년대 꾸레주가 선보인 미니스커트와 비닐 소재 의상, 흰색을 중심으로 한 간결한 스타일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다만 꾸레주의 초기 디자인이 항상 무채색과 미니멀리즘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당시 컬렉션에는 선명한 색상과 실험적인 형태, 경쾌한 분위기도 함께 존재했다.

드루 헨리가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브랜드의 과거 컬렉션을 살펴보며 1960년대 초반의 다채로운 색채와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기존 꾸레주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는 대신,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또 다른 특징을 다시 꺼낸 것이다.

이는 브랜드의 유산을 계승하는 방식이 반드시 이전 컬렉션의 분위기를 반복하는 데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꾸레주 새 수장 드루 헨리, 첫 컬렉션서 네온 컬러 꺼냈다

니콜라 디 펠리체의 꾸레주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드루 헨리 이전에는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가 약 5년 동안 꾸레주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았다.

그는 브랜드 특유의 미래주의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간결한 실루엣과 구조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비닐 소재와 정교한 커팅, 신체의 곡선을 드러내는 형태는 그 시기 꾸레주를 대표하는 특징이었다.

반면 드루 헨리의 첫 컬렉션에서는 보다 자유로운 조합이 나타났다.

강렬한 색상을 활용하면서도 니트웨어와 비닐, PVC 같은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했고, 옷을 겹쳐 입거나 천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실루엣에 변화를 줬다.

또한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와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도 새롭게 활용했다. 과거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대적인 옷의 구성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려는 접근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디자이너가 같은 브랜드의 역사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니콜라 디 펠리체가 미래주의의 정제된 형태에 집중했다면, 드루 헨리는 그 안에 존재했던 색채와 유희적인 요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네온 컬러만큼 달라진 옷의 형태

이번 컬렉션에서는 색상 못지않게 옷을 구성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밝은 오렌지색 팬츠와 흰색 상의를 조합하거나, 초록색 드레스와 선명한 컬러의 테일러링을 선보이는 등 색상 자체가 실루엣의 특징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소재와 형태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비닐 팬츠에는 여러 조각을 연결하는 구성 방식이 사용됐으며, 일부 의상에는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달라 보이는 천 조각과 입체적인 디테일이 적용됐다.

이러한 디자인은 꾸레주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구조적인 특징을 이어가면서도 의상에 보다 부드럽고 역동적인 인상을 부여했다.

특히 니트웨어의 활용은 이번 컬렉션을 이해하는 또 다른 단서다. 몸을 감싸는 니트 소재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비닐 소재와 대비를 이루며 한 브랜드 안에서 서로 다른 질감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강한 컬러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끌지만, 옷의 구조와 소재를 함께 살펴보면 드루 헨리가 시도한 변화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첫 쇼가 보여준 새로운 꾸레주의 가능성

이번 쇼의 공간 구성 역시 이전과 달랐다.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열린 런웨이에는 서로 형태가 다른 빈티지 의자들이 배치됐다. 일관된 구조의 무대 대신 서로 다른 물건들이 놓인 공간은 이번 컬렉션의 자유로운 분위기와도 연결됐다.

드루 헨리는 피비 파일로 시절의 셀린느를 비롯해 JW 앤더슨, 피비 파일로의 자체 브랜드, 버버리 등에서 디자인 경력을 쌓아왔다.

여러 패션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자신이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브랜드 전체의 방향을 책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시즌 신상품 발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인 첫 런웨이를 통해 드루 헨리가 꾸레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처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패션 하우스에서 디렉터 교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디자이너의 임명 자체보다 실제 컬렉션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더욱 중요한 관찰 지점이 되고 있다.

이번 꾸레주 쇼는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색상과 소재, 형태를 더해 이전과 다른 인상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이런 변화가 앞으로도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다음 컬렉션들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드루 헨리의 첫 꾸레주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네온 컬러의 등장이 아니다. 익숙한 브랜드의 역사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현재의 옷으로 다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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