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LP, 같은 노래인데 바늘을 놓는 곳에 따라 첫 소리가 달라진다

잭 화이트의 ‘Lazaretto Ultra LP’에 담긴 ‘Just One Drink’에는 두 개의 입구가 있다. 바늘이 어느 홈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어쿠스틱 또는 일렉트릭 인트로로 시작하고, 이후에는 같은 곡의 본체로 합쳐진다. 서로 다른 음원을 메뉴에서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레코드의 물리적인 홈이 시작 부분의 분기를 맡는다.
두 버전의 노래가 아니라 두 개의 시작
발매사 서드맨 레코즈의 공식 제품 설명은 이를 듀얼 그루브, 즉 두 갈래의 홈으로 소개한다. 첫 소리가 달라지는 이유는 재생 기기가 음색을 임의로 바꾸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 다른 도입부가 기록된 홈 가운데 하나에 바늘이 놓이기 때문이다. 레코드 표면의 구조와 곡의 편집이 맞물린 사례다.
여기서 ‘두 가지 버전이 실렸다’고만 말하면 변화의 범위를 과장하기 쉽다. 공식 설명은 서로 다른 인트로가 뒤에서 같은 본곡으로 이어진다고 명시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두 곡이 평행하게 재생되는 구조가 아니다. 달라지는 구간과 공유하는 구간을 나눠야 이 음반이 허용하는 선택의 크기가 정확히 보인다.
음악의 입구와 재생 경로를 따로 설계하다
이 LP에는 또 다른 재생 방향의 변화가 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A면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재생된다. 이것은 앞서 말한 인트로 분기와 다른 종류의 개입이다. 두 홈은 어떤 첫머리로 들어가는지를 바꾸고, 안쪽에서 바깥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바늘이 음반 위에서 이동하는 경로를 바꾼다.
둘을 한데 묶어 ‘거꾸로 재생되는 레코드’라고 부르면 오해가 생긴다. 바늘이 안쪽에서 바깥으로 간다는 사실이 음악 소리를 시간상 역재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레코드 표면에서 이동하는 방향과 녹음된 음악의 시간 방향을 구별해야 한다. 공식 사양이 말하는 것은 A면의 물리적인 재생 방향이다.
따라서 같은 음반에 담긴 장치라도 질문을 달리할 수 있다. ‘Just One Drink’에서는 어느 도입부로 들어가는가를 묻고, A면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가를 묻는다. 곡의 내용과 매체의 구조가 연결되지만 둘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읽기다. 특이한 사양을 목록으로만 나열할 때보다, 각 사양이 재생의 어느 단계에 관여하는지 더 선명해진다.
끝에 도착해도 재생 동작은 남는다
양면 끝에는 잠긴 홈을 뜻하는 ‘록트 그루브’가 있다. 바늘이 닫힌 고리 모양의 홈을 반복해서 따라가는 구조다. 음악이 시간에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기대와 달리, 레코드의 끝을 반복하는 자리로 만들 수 있다. 이 음반의 공식 설명은 양쪽 면에 그 장치를 배치했다고 밝힌다.
입구의 분기와 끝의 반복을 나란히 보면 청취자가 개입하는 위치가 서로 다르다. 인트로에서는 시작 경로가 정해지고, 끝에서는 같은 자리에 머무는 재생을 멈추는 행동이 필요해질 수 있다. 다만 자동 정지 등 플레이어의 동작 조건까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므로, 모든 기기에서 동일한 종료 경험을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앨범을 듣는 순서도 판형에 따라 달라진다
서드맨 레코즈는 이 Ultra LP가 CD·디지털판과 트랙 순서가 다르고, 일부 곡에는 다른 믹스가 쓰였다고 안내한다. 이 차이는 물리적인 홈의 장치와도 다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녹음을 어느 순서로 배열하느냐와 녹음된 소리의 균형을 어떻게 구성했느냐는 서로 다른 편집 결정이다.
즉 이 판을 이해할 때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바이닐 버전’이라는 말로 뭉뚱그리지 않는 편이 좋다. 곡의 순서, 일부 믹스, 바늘이 따르는 구조가 각각 다를 수 있다. 디지털판의 플레이리스트 순서만 LP와 맞춘다고 해서 두 인트로의 홈이나 안쪽에서 바깥으로 움직이는 재생까지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내용의 배열을 복제하는 것과 물리적 동작을 재현하는 것은 별개다.
레이블의 2014년 말 기록은 앨범이 그해 6월 10일 발매됐고 Ultra LP가 당시의 바이닐 구성이라는 점을 확인해 준다. 여기서 다루는 대상도 공식적으로 설명된 그 포맷이다. 같은 제목이 붙은 모든 중고 음반과 향후 재발매판이 언제나 같은 사양이라고 보증하는 구매 안내는 아니다. 판을 확인하려면 앨범 이름뿐 아니라 해당 발매의 구성을 함께 봐야 한다.
두 인트로의 합류, A면의 바깥 방향 재생, 양면 끝의 반복은 각각 다른 순간에 바늘의 움직임을 바꾼다. 이 Ultra LP에서 홈은 녹음을 담는 바탕에 그치지 않고, 곡에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방법까지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