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미출시 샘플부터 실제 발매된 협업 제품까지. Kith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로니 피그의 풋웨어 아카이브 1,849켤레를 공개했다. 한때 매장에서 판매되던 운동화들은 이제 브랜드의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품과 아카이브 북이 됐다.

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뉴욕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 키스(Kith)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록을 공개했다.

그동안 창립자 로니 피그(Ronnie Fieg)가 보관해 온 협업 풋웨어 1,849켤레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공개된 아카이브에는 정식 출시된 스니커즈뿐 아니라 판매되지 않았던 샘플과 개발 단계의 프로토타입, 관계자를 위해 별도로 제작된 Friends & Family 에디션도 포함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Kith: The Footwear Archive〉다.

단순히 희귀한 운동화를 모아놓은 컬렉션과는 성격이 다르다. 어떤 브랜드와 협업했는지, 하나의 신발이 어떤 형태로 발전했는지, 그 과정에서 Kith의 디자인 방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패션 브랜드가 자신의 역사를 설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과거 컬렉션을 다시 출시할 수도 있고, 유명한 캠페인이나 매장을 소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Kith는 창립 15주년을 기념하는 방법으로 신발을 선택했다.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한 지금도 풋웨어가 브랜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선택이다.

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Kith의 시작에는 로니 피그와 운동화가 있었다

Kith는 2011년 9월 30일 뉴욕에서 출발했다.

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브랜드를 설립한 로니 피그는 그보다 앞서 뉴욕의 신발 유통업체 David Z에서 일하며 풋웨어 산업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기존 운동화 모델을 새로운 소재와 색상으로 재해석하는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 감각을 발전시켰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된 브랜드가 ASICS였다.

2011년 Kith의 출발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등장한 ASICS GEL-LYTE III ‘Salmon Toe’는 지금도 로니 피그의 대표적인 협업으로 언급된다.

이 신발은 앞코에 연어색을 연상시키는 분홍빛 컬러를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짙은 색상을 배치해 강한 대비를 만들었다.

당시 일반적인 운동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색상 조합은 제품 자체의 특징이 됐고, 이후 Kith의 초기 정체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남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제품 역시 처음부터 곧바로 발매된 디자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로니 피그는 David Z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해당 디자인을 구상했으며, 실제 출시까지 여러 과정을 거쳤다. 최종 제품으로 완성되기 전의 시도와 고민이 존재했던 셈이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면 이번 아카이브에 미출시 샘플과 프로토타입이 포함됐다는 사실도 다르게 보인다.

완성된 운동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디자인의 시작과 선택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1,849켤레의 신발이 하나의 전시가 됐다

Kith는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특별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 장소는 브루클린의 25 Kent Avenue였으며, 로니 피그의 아카이브에 보관된 협업 신발 1,849켤레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전시 방식도 주목할 만했다.

신발은 단순히 인기 모델이나 희소성에 따라 배치된 것이 아니라, 브랜드별로 분류한 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정리됐다. 이는 함께 발행된 아카이브 북의 색인과 동일한 순서다.

관람객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책 속의 목록을 실제 신발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러한 전시는 일반적인 스니커즈 판매 공간과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매장에서 신발을 볼 때는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의 디자인과 가격, 착용감에 관심이 집중된다. 반면 아카이브에서는 그 신발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 여러 해에 걸쳐 나란히 놓이면 색상과 소재의 변화뿐 아니라 협업 방식이 발전해 온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전시의 핵심은 1,849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에 있다.

출시되지 않은 운동화까지 보관한 이유

이번 아카이브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은 신발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협업 스니커즈는 이미 모든 디자인 과정이 끝난 완성품이다. 브랜드가 어떤 색상을 선택했고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대안을 검토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반면 프로토타입은 이러한 과정의 일부를 보여준다.

프로토타입은 제품의 형태와 구조, 소재 등을 시험하기 위해 제작하는 개발 단계의 모델이다. 샘플 또한 색상과 디테일, 실제 생산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활용된다.

때로는 최종 발매 제품과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지지만, 일부 디자인이 변경되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출시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남겨진 신발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는지와 별개로 중요한 기록이 된다.

어떤 디자인이 선택됐고 어떤 디자인이 제외됐는지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운동화가 완성되는 과정에는 단순히 색상을 고르는 것 이상의 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이번 자료에는 일반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Friends & Family 모델도 포함됐다. 이는 특정 협업에서 한정된 관계자들을 위해 제작된 제품을 의미한다.

결국 Kith가 보관한 신발들은 판매된 상품의 목록인 동시에, 실제 출시 결과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제작 과정의 흔적이기도 하다.

ASICS에서 New Balance까지, 협업으로 쌓인 브랜드의 역사

Kith의 풋웨어 아카이브에는 ASICS뿐 아니라 adidas, Clarks Originals, Moncler, New Balance, Nike, On, Timberland 등 다양한 브랜드와 진행한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이러한 협업의 범위는 Kith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운동화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는 익숙한 모델에 새로운 색상과 소재를 적용하는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부츠와 캐주얼 풋웨어, 기능성 신발을 다루는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는 기존 운동화와 다른 디자인 요소를 활용할 기회가 생겼다.

모든 협업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어떤 프로젝트는 기존 모델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색상 조합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다른 프로젝트는 소재나 구조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실루엣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협업은 단순히 두 브랜드의 로고를 하나의 상품에 넣는 행위 이상이 된다.

서로 다른 디자인 언어를 가진 브랜드들이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선택과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Kith는 이러한 경험을 15년 동안 축적해 왔고, 이번 아카이브에서는 그 결과를 신발이라는 구체적인 물건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동일한 파트너와 여러 차례 협업한 결과를 나란히 살펴보면, 한 번의 성공적인 제품 출시가 어떻게 장기적인 디자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444쪽의 책으로 다시 정리한 스니커즈 역사

전시와 함께 공개된 또 하나의 결과물은 444쪽 분량의 아카이브 북 〈Kith: The Footwear Archive〉다.

Kith는 예술과 패션, 디자인 관련 서적을 제작하는 출판사 Assouline과 함께 이번 책을 완성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실제 출시된 대표적인 협업 제품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브랜드별 연대기 형식으로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초기 구상부터 완성된 제품까지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작업에는 Kith와 오랫동안 협업해 온 사진가 타일러 맨수어(Tyler Mansour)가 참여했다.

그는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신발들을 일관된 방식으로 촬영해 하나의 기록물로 정리했다.

이처럼 동일한 시각적 기준으로 제품을 촬영하는 일은 아카이브에서 중요하다.

각기 다른 캠페인 사진만 모아놓으면 촬영 환경과 연출 방식 때문에 신발 자체의 차이를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통일된 조건으로 촬영한 이미지는 제품의 형태와 색상, 소재를 더욱 쉽게 비교하도록 돕는다.

책의 전체 구성 역시 이러한 기록의 목적과 연결된다.

Kith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기념 화보집이 아니라, 특정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작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 형식으로 기획했다.

일반적인 브랜드 기념 서적보다 제품 하나하나의 기록과 전체 작업의 연속성에 집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동화가 상품에서 기록물이 되는 순간

운동화는 원래 소비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다.

사람들이 구매하고 착용하며,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모델로 교체된다. 일부 인기 제품이 수집품으로 남기도 하지만 모든 신발이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특정 시기에 제작된 제품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정리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발은 당시의 디자인 취향과 소재 기술, 소비문화, 브랜드 간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같은 모델이라도 출시 시기에 따라 컬러 팔레트가 달라질 수 있다. 협업 상대가 바뀌면 소재나 로고 배치,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개별 제품만 볼 때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이도 여러 해의 결과물을 모아놓으면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이번 Kith 아카이브가 보여주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한 켤레의 운동화가 만들어진 시점에는 그저 새로운 협업 상품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당시 브랜드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는 자료가 된다.

미출시 제품까지 보관한 기록은 더욱 특별하다.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디자인의 가능성까지 함께 남기기 때문이다.

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15년 전 매장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책으로 남았다

〈Kith: The Footwear Archive〉의 클래식 에디션은 Kith의 정확한 창립 15주년인 2026년 9월 30일 출시됐다.

Kith가 처음 문을 열었던 날부터 정확히 1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사이 Kith는 풋웨어 중심의 편집숍에서 자체 의류 컬렉션과 다양한 협업, 글로벌 매장,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15주년 프로젝트에서는 수많은 사업 영역 가운데 신발을 다시 중심에 놓았다.

이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브랜드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로니 피그가 처음 신발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의 선택, 협업 파트너와 함께 발전시킨 디자인, 최종 출시되지 못한 여러 시도까지. 1,849켤레의 기록은 그가 걸어온 경력을 하나의 연대기로 연결한다.

물론 모든 운동화가 동일한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제품은 큰 관심을 받았고, 어떤 제품은 소수에게만 알려졌으며, 일부는 실제 시장에 등장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차이가 아카이브를 흥미롭게 만든다.

성공한 제품만을 골라 전시하는 대신 여러 단계의 결과물을 함께 보여주면서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의 복잡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Kith가 이번 프로젝트로 보여준 것은 단순히 오랫동안 신발을 많이 보관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한때 판매를 위해 만들어졌던 상품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브랜드의 역사와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는 기록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849켤레의 운동화는 그렇게 Kith의 첫 15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아카이브가 됐다.

Kith가 15년 동안 보관한 협업 신발 1,849켤레를 꺼냈다. Kith: The Footwear Archive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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