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앤드 파운드의 주방 도구, 물건 옆에 고른 이유를 놓다

레몬 랩과 계량컵, 천과 팬 등 주방 도구를 배치한 로스트 앤드 파운드 행사 이미지

레몬을 짠 뒤 접시에서 씨를 골라내는 일까지 디자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도쿄의 생활용품점 로스트 앤드 파운드(LOST AND FOUND)가 10월 28일 시작하는 ‘ESSENTIAL TOOLS 2026 “KITCHEN”’은 그런 작은 동작에 시선을 맞춘다. 아트디렉터 히라바야시 나오미와 셀렉터 고바야시 가즈토가 고른 약 40종의 주방 도구를 소개하는 마켓이다. 매장 개점 5주년을 앞둔 이번 기획에서 눈여겨볼 것은 제품 수보다, 고른 이유를 적어 물건 옆에 붙이는 태그다.

리젠시 랩스(Regency Wraps)의 레몬 스트레치 랩은 그 태그를 읽는 좋은 출발점이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반으로 자른 레몬이나 조각 레몬에 씌우며, 입구의 고무줄로 고정해 음식과 음료에 씨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제품이다. 과즙을 짜는 기계를 더하는 대신, 레몬 쪽에 작은 덮개를 씌우는 발상이다. 히라바야시는 씨를 골라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점과 포장까지 포함한 외형을 선택 이유로 들었다.

이 방식에서는 준비와 마무리의 순서가 바뀐다. 식사 중 떨어진 씨를 찾는 대신, 상에 올리기 전에 레몬을 감싸둔다. 별도의 착즙기에 옮겼다가 다시 붓는 과정 없이 식탁에서 직접 짜는 동작을 남겨둔다는 점도 흥미롭다. 제조사는 접시 위 장식 효과까지 언급하지만, 이 제품을 읽는 핵심은 장식성만은 아니다. 작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손의 움직임 전체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공식 소매 제품은 한 팩에 12개로 구성된다. 집게나 착즙기 한 대를 식탁에서 돌려 쓰는 것과 달리, 레몬 조각마다 덮개를 씌울 수 있는 단위다. 도구를 사람 사이에 하나 두는 대신 재료마다 나누어 붙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작은 포장 수량도 사용 장면을 이해하는 정보가 된다. 사용 후 세척이나 재사용 횟수는 확인한 제품 설명에 제시돼 있지 않아, 오래 쓰는 도구라는 평가까지 붙일 수는 없다.

게푸(GEFU)의 피자 커터 몬차(MONZA)는 한 가지 작업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름 8cm의 양면 연마 날을 스테인리스 스틸 손잡이와 결합했고, 제조사는 오른손과 왼손 모두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고바야시가 주목한 것은 피자 자르기에 집중한 형태와 날을 덮는 보호 캡이다. 동그란 날은 자를 때만 필요한 요소지만, 캡은 도구를 쓰지 않을 때까지 설계의 범위에 넣는다. 잘 드는 칼날에 대한 설명에서 끝나지 않고 서랍에 넣고 꺼내는 장면으로 관심을 옮기는 세부다.

여기서 보호 캡은 덤으로 따라오는 부속품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 게푸는 같은 제품 페이지에서 교체용 날 보호대를 별도 부품으로 안내한다. 작은 부속을 잃어버렸을 때 전체 도구를 다시 살 필요가 있는지, 한 부분만 구할 수 있는지는 구매 가격과 다른 종류의 정보다. 몬차의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도 공식 사양에 포함돼 있다. 실제 절삭력이나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을 시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품을 비교할 때 칼날 외에 보관과 관리 항목을 함께 읽을 근거는 갖춰져 있다.

같은 마켓에 놓이는 귀데(Güde)의 흰색·파란색 유틸리티 톱니칼은 더 작은 단위의 작업을 맡는다. 미국 공식 유통사인 Güde Shop USA는 유니버설 시리즈를 다듬기, 껍질 벗기기, 식탁에서 빵 자르기 같은 용도로 소개하며, 해당 색상 모델에는 4인치 날과 호스타폼 손잡이를 명시한다. 몬차가 원형 날로 한 작업을 강조한다면, 이 칼은 짧은 날을 여러 작은 작업에 건네는 쪽이다. 두 제품이 함께 있다는 사실은 전문 도구를 고른다는 일이 무조건 용도를 좁히는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유니버설 시리즈 안에서도 선택지는 갈린다. 미국 유통사의 현행 목록에는 검정·노랑, 검정·빨강 손잡이의 톱니칼도 있고, 올리브나무 손잡이에 톱니날을 단 모델과 민날을 단 모델이 따로 올라 있다. 모두를 새롭게 출시한 소식이 아니라, 이미 여러 갈래로 존재하는 도구 가운데 어떤 조합을 집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흰색·파란색 톱니칼이라는 선택을 읽을 때도 색과 날의 형태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색만 바꾸는 선택과 자르는 부분의 구조를 바꾸는 선택은 같지 않다. 물건을 고른 사람의 이름보다 이런 갈림길을 살펴보면, 자기 주방에서는 무엇을 다르게 고를지도 생각하기 쉬워진다.

레몬 덮개, 원형 커터, 작은 톱니칼을 나란히 놓으면 디자인을 보는 질문도 조금 구체적으로 바뀐다. 어디서 씨를 걸러낼 것인지, 날을 쓰지 않을 때는 어떻게 덮을 것인지, 큰 칼 대신 작은 날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지. 세 제품은 주방의 모습을 한꺼번에 바꾸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각각 다른 순간에 개입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방에 필요한 물건을 생각할 때도 막연히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기보다, 자주 반복되는 동작 하나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 이 기획과 잘 맞는다.

행사 발표일은 10월 26일, 판매 시작일은 28일이다. 일본 도쿄 도미가야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소개하며, 한국의 동일 행사나 상품 구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제품 옆에 붙는 선택 메모를 읽은 다음에는, 설명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 식탁의 동작을 떠올려볼 만하다. 씨를 골라내느라 멈추는지, 날이 드러난 도구를 넣을 곳이 마땅치 않은지. 무엇을 더 살지 결정하기 전에,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보는 방식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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