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B를 CMYK로 바꾸면 같은 색이 될까

RGB와 CMYK의 차이는 색을 만드는 방식에 있다. 화면은 빛을 더하고, 종이의 잉크는 들어온 빛의 일부를 흡수한다. 그래서 화면에서 고른 파랑을 인쇄물로 옮기는 일은 색상 모드의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출할 파일은 인쇄소의 요구에 맞춘다. 프로파일을 포함한 RGB를 받을 수도, 지정 조건의 CMYK를 요구할 수도 있다.
RGB와 CMYK, 빛을 더할 때와 잉크를 쓸 때
RGB는 빨강·초록·파랑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모델이다. 세 빛을 모두 최대로 더하면 흰색이 되는 가산 혼합을 쓴다. CMYK는 시안·마젠타·노랑·검정 잉크를 다루는 모델이다. 종이에 닿은 빛 가운데 잉크가 흡수하지 않고 돌아오는 빛이 눈에 보이므로 감산 혼합이라 부른다. 검정 잉크는 어두운 부분과 디테일을 보완한다.
어느 장치나 출력 조건에서 재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색역이라 한다. 화면에서 보이는 색이 특정 인쇄 조건의 색역 밖에 있을 수 있고, 반대 경우도 있다. 모든 RGB가 모든 CMYK보다 넓다거나, 인쇄하면 모든 색이 어두워진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같은 RGB 안에서도 색의 기준은 다르다
RGB라는 모델 안에는 sRGB와 Adobe RGB 같은 서로 다른 색 공간이 있다. 따라서 RGB인지 CMYK인지만 알아서는 파일의 색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여기서 필요한 정보가 ICC 프로파일이다. 국제컬러컨소시엄(ICC)은 프로파일을 장치가 주고받는 숫자와 표준 색 공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데이터로 설명한다. 색 관리 프로그램은 출발점과 도착점의 프로파일을 연결해 다른 장치에서 색을 재현한다. 숫자 옆에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붙는 셈이다.
파일의 색 모델과 프린터의 잉크 구성도 구별해야 한다. RGB 데이터를 받으면서 장치 내부에서 잉크용 데이터로 바꾸는 프린터도 있다. 잉크로 출력한다는 사실만 보고 보내는 파일까지 반드시 CMYK여야 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가상의 전시 포스터, 두 가지 제출 경로
파란 바탕에 노란 전시명과 회색 사진을 놓은 포스터를 생각해 보자. 온라인 홍보 이미지와 전시장 벽에 붙일 인쇄물에 같은 디자인을 쓸 예정이다. 아래는 제출 조건만 바꿔 비교하는 가상 사례다. 실제 인쇄나 교정쇄 제작, 색 측정을 한 결과는 아니다.
A. 인쇄소가 프로파일 포함 RGB를 요청했다면
RGB 파일에 해당 ICC 프로파일을 포함해 보낸다. 색 관리가 갖춰진 인쇄소가 이를 해석해 인쇄기·잉크·종이에 맞춰 변환한다. Adobe가 안내하는 RGB 작업 흐름이다.
이때 포스터의 파랑을 임의의 CMYK 값으로 먼저 확정할 필요는 없다.
B. 인쇄소가 지정 CMYK를 요청했다면
지정 프로파일에 맞춰 변환한 뒤 전달한다. Photoshop의 ‘프로파일로 변환(Convert to Profile)’이 해당 작업이다. 변환 후 사진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검토한다. 특정 출력 조건을 먼저 반영한다는 점이 A와 다르다.
포스터의 파란 바탕과 노란 글자를 보며 원하는 관계도 정해 둘 수 있다. 이 가상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이 멀리서 읽히는 전시명이라면, 파랑 한 칸만 따로 바라보기보다 글자와 바탕이 함께 만드는 대비를 검토하는 것이다. 두 색이 원래와 얼마나 같은지와, 포스터가 전시명을 잘 전달하는지는 연결돼 있지만 같은 질문은 아니다.
모드 변경 뒤에 남는 확인
프로파일은 종이나 장치가 재현하지 못하는 색까지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ICC의 색 관리 설명도 정확히 일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원래 색에 가까운 재현을 목표로 둔다. 서로 다른 색역 사이에서 색을 옮기는 방식을 정하는 것이 ‘렌더링 인텐트’다. 하나의 모드를 선택하는 일과, 그 안에서 재현할 색의 관계를 정하는 일이 나뉘는 것이다. 어떤 방식을 쓸지도 원본과 출력 매체의 색역을 고려해야 한다.
Adobe는 목표 인쇄 프로파일로 출력 모습을 미리 보는 소프트 프루핑도 안내한다. 화면의 모드 표시를 확인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검토다.
제작처와 파일의 색 기준·형식·변환 담당을 확인한 뒤, 교정 확인 방식을 정한다. 가상의 포스터라면 노란 전시명의 대비도 확인 대상으로 짚어 둘 수 있다.
화면용 이미지와 종이 포스터를 같은 디자인으로 묶어 주는 것은 숫자의 일치만이 아니다. 무엇을 먼저 읽게 하고 어떤 색의 관계를 남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그 판단을 제작 조건과 함께 넘길 때, 색상 모드 선택은 단순한 저장 설정에서 디자인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