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와 패션|스키아파렐리 협업부터 밀라노 《Dalí and Fashion》 전시까지

살바도르 달리를 떠올릴 때 우리는 작품보다 먼저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 위로 길게 뻗은 콧수염, 과장된 눈빛, 망토와 지팡이. 지금은 너무 익숙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이 ‘달리다운 모습’ 역시 오랜 시간 만들어진 이미지였다.
9월 24일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에서 개막한 《Dalí and Fashion》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2027년 1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회화·드로잉·사진·의상·영상·주얼리·오브제 등 200점 이상의 작품과 자료를 통해 달리와 패션의 관계를 살펴본다.

달리는 자기 모습부터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었다
공동 기획자 주디스 클라크가 설명한 전시의 출발점은 달리 자신의 외형이다.
초기의 옷차림은 그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변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점차 고정됐다. 위로 뻗은 콧수염, 카우보이 셔츠, 망토, 지팡이 같은 요소가 반복되면서 멀리서 보더라도 알아볼 수 있는 하나의 시각적 인물이 만들어졌다.
오늘날 표현으로 바꾸면 일종의 ‘퍼스널 브랜딩’에 가깝다. 작품에 서명을 남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얼굴과 몸, 옷차림까지 작품 세계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달리는 사진 앞에서도 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진가 필리프 할스만과 만든 수많은 초상처럼, 카메라 앞의 달리는 단순히 기록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남을지를 함께 연출하는 인물이었다. 달리 재단 역시 할스만의 사진이 실제 인물과 사람들이 기억하는 ‘달리’ 사이를 연결했다고 설명한다.

그림을 넘어 쇼윈도와 잡지 안으로 들어갔다
패션에 대한 달리의 관심은 옷을 몇 벌 디자인한 정도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직물과 액세서리, 소비재 패키지를 디자인했고 Vogue와 Harper’s Bazaar 같은 패션 매체에도 참여했다. Vogue에서는 사진과 에디토리얼 작업에 등장했고, 쇼윈도 역시 자신의 초현실주의를 펼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1936년에는 뉴욕 5번가의 백화점 Bonwit Teller를 위해 초현실주의 쇼윈도도 제작했다. 미술관이나 캔버스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이 쇼핑하며 지나치는 도시의 상업 공간까지 자신의 무대로 가져온 사례다.


이런 작업을 따라가면 달리에게 패션은 회화와 별개의 부업이 아니었다. 사람이 입고, 잡지를 넘기고, 거리를 걷는 동안에도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체였다.
달리가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가 자기 자신까지 하나의 이미지로 다뤘다는 점이다. 콧수염과 옷차림, 사진 촬영, Vogue, 백화점 쇼윈도, 갈라의 드레스와 구두 모자까지 서로 다른 매체가 결국 하나의 ‘달리’를 만들었다. 그림을 보지 않은 사람조차 그의 얼굴과 콧수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 전략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준다.
《Dalí and Fashion》이 다시 꺼내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살바도르 달리는 어디까지가 한 인간이고, 어디부터가 그가 스스로 디자인한 작품이었을까.

전시는 그림과 옷을 함께 보는 자리다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에서 열리는 〈Dalí and Fashion〉은 2026년 9월 24일 시작돼 2027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밀라노시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전시에는 회화와 드로잉, 사진, 의복, 영상, 보석과 오브제 등 200점이 넘는 작품과 기록이 등장한다.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옷만 모아 놓은 행사라기보다 달리가 사람의 몸과 외모, 정체성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다뤘는지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가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에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패션을 매년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지는 상품 시장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예술가가 일상 물건을 낯설게 바꿔 새로운 관점을 만들 수 있는 매체로 소개한다. 회화 속 사물과 실제 의상을 함께 감상하면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생활용품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 순간도 발견할 수 있다.
스키아파렐리와 달리가 함께 바꾼 옷의 의미
달리와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협업은 초현실주의가 실제 패션 디자인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할 때 중요한 사례다. 랍스터를 장식한 드레스와 신발 모양의 모자는 이미 알고 있는 물건의 위치와 역할을 바꾸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두는 원래 발에 신지만 머리 위로 올라가는 순간 모자가 되고, 그림 속 사물은 옷에 나타나 입는 사람의 인상까지 변화시킨다.
이 작업을 달리 혼자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시각적 발상과 이를 실제 입을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각기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 스키아파렐리의 디자인과 제작 방식이 있었기에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는 일상의 의복과 만나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었다. 예술가와 패션 하우스의 역할을 함께 읽으면 유명인의 이름만 앞세운 협업이라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설 수 있다.
달리가 자신의 모습을 관리한 방식
위로 뻗은 콧수염과 강렬한 표정, 지팡이와 망토는 달리를 알아보게 만드는 단서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우연히 한 장의 사진에 남은 외모만은 아니다. 달리는 촬영과 공개 활동에서 옷차림과 포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사진가와의 협업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하나의 작품처럼 보여주었다. 작가가 만든 회화 밖에서도 달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의 뮤지션이나 디자이너가 작업뿐 아니라 무대 의상과 사진의 분위기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방식과 비교해볼 수 있다. 물론 시대마다 매체와 제작 방식이 달라 두 활동을 완전히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달리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자신의 외모와 행동까지 창작 세계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오래전에 보여줬다는 점에 있다.
패션 잡지와 백화점의 쇼윈도도 무대가 되었다
달리는 미술관의 캔버스에만 이미지를 남기지 않았다. 패션 잡지의 사진과 편집 작업, 도시의 백화점 쇼윈도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장소에서도 낯선 장면을 연출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쇼윈도 속 사물을 보며 익숙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과 닮아 있다. 패션과 소비의 공간이 예술적 상상력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된 것이다.
잡지의 사진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잠깐 보게 되는 이미지이며 쇼윈도는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다. 그 짧은 순간에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려면 물건의 모양과 배치, 보는 사람의 시선을 계산해야 한다. 오늘날 브랜드가 팝업 공간과 캠페인 사진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달리의 모든 작업을 현재의 마케팅 전략에만 맞춰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의 초현실주의에는 일상적인 사물의 의미를 뒤집는 미술적 실험이 함께 있었다.
작품을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관람 조건
팔라초 레알레는 밀라노 두오모 광장 인근에 위치한다. 전시관의 일반 관람 안내는 월요일 휴관이며 목요일에는 다른 요일보다 늦은 저녁까지 운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특별한 공휴일에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2027년 1월 31일 이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공식 일정과 예매 페이지에서 최종 개관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관람객은 입장료뿐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는지, 예약이 필수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전시관은 일반 개인 관람객에게 사전 예약을 권장하며 주말처럼 방문객이 몰리는 날에는 예약 없이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림과 의상, 영상 및 여러 자료를 차례대로 읽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좋다. 작품을 빠르게 훑는 대신 같은 상징이 회화와 옷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면 전시의 중심 질문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Palazzo Reale Milano — Dalí and Fashion 공식 전시 안내
- 밀라노시 — 전시 기획·출품작과 운영 기간
- Palazzo Reale Milano — 방문·예약 정보
Palazzo Reale Milano, 《Dalí and Fashion》 공식 전시 안내. Palazzo Reale Milano
Judith Clark, Vogue, “Dalí Deeply Loved Those Production Processes”: A First Look at New Exhibition “Dalí and Fashion”, 2026년 9월 24일. Vogue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ashion – Dalí: The Total Artist. Fundació Gala – Salvador Dalí
Victoria and Albert Museum, Schiaparelli: Fashion Becomes Art / Shoe H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