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타이어는 왜 빨강·노랑·하양일까? 색깔에 숨은 경기 전략

F1 타이어의 빨강·노랑·하양은 각각 소프트·미디엄·하드다. 하지만 빨간 타이어를 단 차가 흰 타이어를 단 차보다 지금 반드시 빠르다는 뜻은 아니다. 색은 그 주말에 공급된 타이어의 상대적인 종류를 알려줄 뿐, 얼마나 사용했는지와 다음 피트스톱 뒤의 순위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2019년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페라리의 세바스찬 베텔과 샤를 르클레르는 모두 소프트로 출발해 하드로 바꿨다. 색의 순서는 같았지만 교체 시점은 한 바퀴 달랐고, 두 선수의 앞뒤가 바뀌었다. 이 장면을 이해하려면 색깔뿐 아니라 비교하는 시간의 시작점과 끝점도 맞춰야 한다.
세 가지 색은 그 경기 안에서 읽는 표지다
F1은 2019년 타이어 표시를 세 색으로 단순화했다. 하이퍼소프트·울트라소프트처럼 여러 이름과 색을 기억하는 대신, 관중이 각 경기의 가장 부드러운 선택지와 가장 단단한 선택지를 빠르게 구별하게 하려는 변화였다. 이는 공급 가능한 배합을 전부 세 종류로 줄였다는 뜻은 아니다. F1의 2019년 변경 설명
2026년 건조 노면용 슬릭은 단단한 순서대로 C1부터 C5까지 다섯 배합이다. 한 주말에 선택된 세 배합 가운데 가장 단단한 것이 하양, 중간이 노랑, 가장 부드러운 것이 빨강이다. 초록은 인터미디어트, 파랑은 풀 웨트로 구분한다. F1 공식 타이어 안내
피렐리의 2026년 배정 발표를 보면 오스트리아는 C3·C4·C5, 영국은 C1·C2·C3였다. 따라서 C3는 오스트리아에서 흰색 하드, 영국에서 빨간색 소프트가 된다. 색과 C 번호가 답하는 질문이 다른 것이다. 색은 ‘이번 경기의 세 선택지 중 어디에 놓이는가’, C 번호는 ‘해당 시즌 배합 범위에서 어떤 종류인가’를 알려준다. 피렐리의 오스트리아·영국 배정
같은 소프트에서 같은 하드로 바꿨는데 역전됐다
2019년 싱가포르 사례는 색과 배합을 모두 알아도 전략 판단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렐리의 경기 후 기록에서 베텔과 르클레르는 모두 사용 이력이 있는 C5로 출발해 새 C3로 바꿨다. 당시 C5는 소프트, C3는 하드였다. 베텔의 교체는 19랩, 르클레르는 20랩으로 기록돼 있다. 출발용 C5가 이미 사용된 세트였으므로 이 숫자를 타이어의 누적 사용량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렐리의 싱가포르 경기 기록
여기서 ‘소프트는 빠르고 하드는 느리다’는 설명만 적용하면 먼저 하드로 바꾼 베텔이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사용한 소프트와 새 하드는 같은 상태의 타이어가 아니다. F1 공식 해설에서 졸리언 파머는 당시 르클레르의 페이스 관리와 베텔이 새 하드로 확보한 방해받지 않는 주행 구간을 함께 짚었다. 새 타이어로 바꾼 뒤 얻는 이득은 배합의 이름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파머의 당시 전략 해설
상대보다 먼저 교체한 뒤 시간을 벌어 상대의 교체 이후 앞서는 전략이 언더컷이다. 반대로 늦게 교체하는 쪽이 그 사이 시간을 벌어 앞서는 것이 오버컷이다. 어느 쪽이 통하는지는 새 타이어의 준비 상태와 교체 직후 마주칠 차량 등에도 좌우되므로, 먼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을 선언할 수 없다.
한 바퀴가 아니라 두 차의 교체가 끝난 구간을 비교한다
FIA 랩 기록에서 베텔의 19~21랩은 1분 56.992초, 2분 06.109초, 1분 45.453초다. 르클레르의 같은 세 랩은 1분 49.610초, 1분 57.053초, 2분 07.019초다. 두 차 모두 교체 과정이 포함되는 19~21랩을 합하면 베텔은 348.554초, 르클레르는 353.682초로, 이 구간에서 베텔이 5.128초를 벌었다. FIA Race Lap Analysis, 1·3쪽
간격 기록으로도 교차 확인할 수 있다. 18랩 종료 시 베텔은 르클레르에게 3.577초 뒤져 있었다. 21랩 종료 시 두 차의 선두 대비 간격은 각각 25.701초와 27.252초로, 베텔이 르클레르보다 1.551초 앞이다. 3.577초의 열세와 1.551초의 우세를 더하면 앞서 계산한 5.128초와 맞는다. 이는 피트 출구 순간의 간격이 아니라 같은 랩 종료 지점끼리 비교한 변화다. FIA Race History Chart, 4·5쪽
5.128초를 ‘하드가 소프트보다 한 바퀴에 빨랐던 시간’으로 읽으면 안 된다. 두 선수의 주행과 피트 진입·교체·복귀가 함께 들어 있는 세 랩의 합계다. 20랩 하나만 비교해도 한 차는 복귀 중이고 다른 차는 피트로 들어가는 상황이라 배합 성능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검증한 것은 타이어의 순수 성능이 아니라, 두 차가 각각 한 번 교체하는 구간에서 실제로 간격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다.
피트 기록이 짧은 쪽이 반드시 앞서는 것도 아니다
F1 공식 피트 요약의 시간은 베텔 29.384초, 르클레르 29.168초다. 이 기록에서는 오히려 르클레르가 0.216초 짧다. 따라서 베텔의 역전을 ‘정비 구간의 기록이 더 짧아서’라고만 설명할 수도 없다. 피트 요약의 약 29초를 타이어 네 개를 갈아 끼우는 정차 작업시간으로 읽는 것도 잘못이다. 공식 Pit Stop Summary
색은 같고 교체 횟수도 같으며, 피트 기록만 보면 르클레르가 조금 짧았다. 그런데 교체를 포함한 같은 세 랩의 총시간은 베텔이 짧다. 이 차이가 색상표 옆에 교체 시점과 간격을 놓고 봐야 하는 이유다. 다만 공개 기록만으로 타이어 온도, 남은 연료, 운전자의 여력 각각이 몇 초를 만들었는지는 분리할 수 없다. 파머의 해설도 당시 상황을 해석한 것이지 조건을 통제한 타이어 실험은 아니다.
두 배합 의무와 정상 주행 중 피트스톱은 같은 말이 아니다
현재 규칙을 볼 때도 색과 교체 횟수를 곧바로 등식으로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 2026년 10월 1일자 FIA 스포츠 규정 Issue 09의 B6.3.6은 레이스 중 인터미디어트나 웨트를 사용하지 않은 선수에게 서로 다른 건조용 배합을 최소 두 종류 사용하도록 한다. 그중 하나 이상은 지정된 결승용 배합이어야 한다. 비가 내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실제 어떤 타이어를 사용했는지가 조항의 조건이다.
같은 판본 B5.14.4a.vii는 경기 중단 중 허용 작업에 휠과 타이어 교체를 포함한다. 따라서 두 배합을 썼다는 사실이 반드시 정상 주행 중 한 차례 피트스톱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중단 뒤 재개하지 못한 경우에는 B6.3.6의 벌칙도 별도로 정해져 있다. 일반적인 미준수는 실격이지만, 그 경우 두 배합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30초가 가산된다. 이 설명은 2026년 판본의 규칙이며, 앞선 2019년 사례를 소급 판정하는 근거가 아니다. FIA 2026 스포츠 규정, 49·59쪽
중계를 볼 때는 먼저 색으로 종류를 식별하고, 해당 경기의 C 번호와 새 세트인지 사용한 세트인지 살펴보자. 다음에는 두 차가 모두 교체를 마쳤는지 확인한 뒤 같은 지점의 간격을 비교하면 된다. 빨강·노랑·하양은 전략의 정답표가 아니라,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출발점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 Formula 1, F1 Rules & Regulations: What’s new for 2019?, 2019년 1월 9일, Revised Tyre Colours.
- Formula 1, The beginner’s guide to F1 tyres, 2026년 배합 안내.
- Pirelli, The full Pirelli range for Spielberg and Silverstone, 2026년 6월 10일.
- Pirelli, 2019 Singapore Grand Prix – Race, 2019년 9월 22일, 배합 및 교체 기록.
- Formula 1, Jolyon Palmer’s Analysis: Singapore and the art of undercutting, 2019년 9월 26일.
- FIA, 2019 Singapore GP Race Lap Analysis 및 Race History Chart.
- Formula 1, 2019 Singapore GP Pit Stop Summary.
- FIA, 2026 F1 Regulations, Section B [Sporting], Issue 09, 2026년 10월 1일. B6.3.6, B5.14.4a.vi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