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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랑했던 얼굴, 기무라 타쿠야의 1990년대

드라마 속 머리와 옷차림까지 사람들이 따라 하던 시절, ‘기무타쿠’는 배우를 넘어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일본이 사랑했던 얼굴, 기무라 타쿠야의 1990년대

긴 머리, 자연스럽게 내려온 앞머리, 힘을 빼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표정.

1990년대 일본에서 기무라 타쿠야는 드라마 속 캐릭터만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머리를 하고, 무엇을 입고, 어떤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하는지 자체가 유행이 됐다.

지금도 ‘기무타쿠의 리즈 시절’을 이야기할 때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얼굴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일본이 사랑했던 얼굴, 기무라 타쿠야의 1990년대

시작점 가운데 하나는 1993년 ‘아스나로 백서’였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기무라는 주인공이 아니었음에도 이 작품을 계기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고, 뒤에서 여성을 끌어안는 이른바 ‘아스나로抱き’ 장면까지 널리 알려졌다. 후지TV 역시 이 작품을 그의 브레이크 계기가 된 드라마로 소개한다.

그리고 1996년 ‘롱 바케이션’이 왔다.

일본이 사랑했던 얼굴, 기무라 타쿠야의 1990년대

피아니스트 세나 히데토시를 연기한 기무라는 헐렁한 셔츠와 티셔츠, 길게 내려오는 머리처럼 힘을 뺀 모습을 보여줬다. 작품은 최종회 시청률 36.7%를 기록했고, 당시 남성들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른바 ‘롱바케 현상’을 만들었다.

1년 뒤 ‘러브 제너레이션’에서는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광고회사 직원 카타기리 텟페이로 등장한 그는 조금 더 거칠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보여줬고, 작품은 평균 시청률 30%를 넘겼다. 드라마에서 착용한 옷과 브랜드 역시 그가 가진 패션 영향력과 함께 회자됐다.

일본이 사랑했던 얼굴, 기무라 타쿠야의 1990년대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따라 한 것이 특정 드라마의 의상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헤어스타일부터 선글라스, 시계와 부츠, 빈티지와 아메리칸 캐주얼까지 기무라가 입거나 착용한 물건들이 반복해서 유행과 연결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스타일리스트 노구치 쓰요시는 당시 거리에서 기무라의 모습을 따라 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흐름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2000년 ‘Beautiful Life’는 최고 시청률 41%를 기록했고, 이듬해 ‘HERO’ 역시 평균 시청률 30%를 넘겼다. ‘아스나로 백서’의 젊은 대학생에서 ‘롱 바케이션’의 피아니스트, ‘Beautiful Life’의 미용사, ‘HERO’의 자유분방한 검사까지 캐릭터는 계속 바뀌었다.

그런데 당시 사진을 연달아 보고 있으면 작품보다 먼저 시대의 얼굴이 보인다.

완벽하게 세팅한 스타의 모습보다는 긴 머리가 흐트러지고, 티셔츠 한 장을 입고, 무심하게 서 있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이 남았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 자체가 다시 누군가의 머리와 옷차림이 됐다.

그래서 기무라 타쿠야의 ‘리즈’를 한 작품으로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스나로 백서’의 21살 기무타쿠일 수도 있고, ‘롱 바케이션’의 세나일 수도 있다. ‘러브 제너레이션’의 텟페이, ‘Beautiful Life’의 슈지, 혹은 ‘HERO’의 쿠리우일 수도 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기무라 타쿠야의 얼굴은 어느 시절인가?

1993년 아스나로 백서는 어떻게 이름을 알렸나

기무라 타쿠야의 1990년대를 되짚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1993년 후지TV 드라마 〈아스나로 백서〉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이야기의 중심 커플이 아닌 토리데 오사무를 연기했지만, 여성을 뒤에서 감싸 안는 유명한 장면을 통해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후지TV 역시 이 장면을 당시 널리 회자된 이미지로 소개한다. 작품의 주연이 아니었는데도 특정 장면이 배우의 얼굴과 행동을 기억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드라마의 인기를 한 배우의 공로로만 돌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아스나로 백서〉는 원작 만화와 각본, 다른 출연진, 주제가가 함께 만들어낸 청춘 드라마였다. 기무라의 역할은 그 안에서 별도의 존재감을 얻은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후 그의 얼굴이 여러 패션 화보와 잡지, 드라마 장면에서 반복해 소비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처럼 대중에게 쉽게 기억되는 화면 속 이미지가 있었다.

1996년 롱 바케이션이 만들어낸 일상의 스타

〈롱 바케이션〉은 1996년 4월 15일부터 6월 24일까지 후지TV 월요일 밤에 방송된 작품이다. 기무라는 피아니스트 세나 히데토시를 연기했고 야마구치 토모코가 연기한 하야마 미나미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 1990년대 TV 드라마에서는 스타가 멋있게 꾸민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했지만, 이 작품의 세나는 헐렁한 티셔츠와 셔츠,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로도 화면을 채웠다.

후지TV는 마지막 회의 시청률이 36.7%를 기록했다고 소개한다. 높은 시청률은 작품이 폭넓게 시청됐다는 근거지만 당시 모든 일본인이 드라마를 봤거나 모든 남성이 주인공의 머리를 따라 했다는 뜻은 아니다. 세나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악기를 배우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었다는 ‘롱바케 현상’ 역시 대중문화에 남은 일화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화려한 무대 의상보다 일상적인 옷차림이 스타의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97년 러브 제너레이션의 스타일이 달랐던 이유

1년 뒤 〈러브 제너레이션〉에서 기무라는 광고회사 직원 카타기리 텟페이를 연기했다. 배경은 피아노가 놓인 실내에서 광고업계의 직장과 일상으로 바뀌었고, 상대 배우 마츠 다카코와의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다. 같은 배우가 연달아 인기 드라마에 나와도 인물의 직업과 말투, 옷차림이 달라지면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조금씩 바뀐다. 〈롱 바케이션〉의 부드러운 인상과 비교하면 조금 더 거칠고 활동적인 모습이 강조됐다.

후지TV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러브 제너레이션〉은 1997년 10월 13일부터 12월 22일까지 방송됐으며 평균 시청률이 30%를 넘었다. 두 작품의 숫자가 크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한 배우가 특정 캐릭터를 벗어나 다른 배경의 인물을 연기해도 높은 관심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옷차림을 분석할 때는 각 작품이 방송된 시기와 캐릭터의 설정을 함께 봐야 한다. 서로 다른 사진을 한데 모아 1990년대 전체의 유일한 유행이라고 단정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SMAP 멤버와 드라마 배우의 이미지가 겹치다

기무라 타쿠야는 배우로 인기를 얻던 시기 동시에 그룹 SMAP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이 점은 1990년대 대중이 그를 만나는 접점이 하나의 TV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음악 프로그램과 예능, 광고, 잡지 화보에서 보이는 모습이 드라마 속 인물의 이미지와 겹치며 스타의 스타일이 여러 매체에서 반복됐다. 긴 머리와 데님, 편안한 셔츠처럼 특정 아이템에 대한 관심도 그런 반복적인 노출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방송 출연과 특정 상품의 실제 판매량 사이에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별도 자료가 필요하다. 한 배우가 신은 부츠나 착용한 시계가 주목받았다고 해서 동일한 브랜드의 모든 제품이 그의 영향으로 매진됐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대신 같은 인물이 배우와 가수로 서로 다른 화면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하나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편이 정확하다.

2000년대 초반을 함께 봐야 완성되는 흐름

〈뷰티풀 라이프〉는 2000년에 방영됐으며 기무라는 미용사 오키시마 슈지를 연기했다. 이어 2001년 〈HERO〉에서는 검사의 전형적인 정장 이미지와 거리를 둔 쿠리우 고헤이를 보여줬다. 두 작품은 엄밀히 말하면 1990년대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1993년부터 쌓인 캐릭터의 연속성과 1990년대에 형성된 패션 영향력이 어떻게 다음 시대까지 이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함께 비교해볼 가치가 있다.

드라마 속 검사의 캐주얼한 차림이나 미용사의 헤어스타일은 직업에 관한 기존 이미지와 일부러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기무라의 패션을 단순히 ‘그때 유행했던 아이템 목록’으로 정리하면 이런 장면의 의미가 사라진다. 어떤 옷이 어떤 캐릭터에게 왜 잘 어울렸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1990년대의 얼굴을 기억하는 방식은 한 시기의 유행을 나열하는 일인 동시에 TV 드라마가 대중의 일상 패션과 만났던 방법을 되짚는 일이다.

지금 다시 보아도 스타일이 읽히는 이유

오늘날 옛 드라마의 사진을 보는 관객은 당시의 시청률이나 방영 시간을 정확히 모를 수 있다. 그래도 자연스러운 긴 머리와 티셔츠, 데님과 셔츠의 비율,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표정을 보고 특정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옷차림은 복잡한 설명 없이도 화면 속 인물이 어떤 사람처럼 보이는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스토리가 잊혀도 헤어스타일과 실루엣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시각에서 1990년대 스타일을 감상한다고 해서 당시 사람이 모두 똑같이 입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무라 타쿠야는 한 시기의 대표적인 스타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실제 거리에는 다양한 취향과 옷차림이 공존했다. 그의 스타일은 그 시대 모든 사람의 평균적인 모습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인상적인 장면의 집합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기무타쿠 스타일’은 특정 옷을 그대로 구매하는 공식이라기보다 자신만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출처 및 참고자료

  • 후지TV
  • TBS
  • ORICON NEWS
  • OC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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