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터 도쿄 2026, 문을 여는 가구와 끝없이 도는 조명

검은 상자에 문을 달았다고 해서 곧바로 옷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운데에는 앉을 자리가 있고, 양옆과 뒤쪽을 열면 수납공간이 드러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도쿄 니혼바시 미쓰이홀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 알터 도쿄 2026(alter. 2026)에는 이렇게 한눈에 용도를 확정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나온다. 개막을 앞두고 공개된 프로젝트를 따라가면, 완성된 형태보다 그 형태를 알아가는 과정에 시선이 머문다.
그 출발점은 오마르 아프리디, 디자이너 이시산,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FORMULA가 함께 만든 ‘A Sitting Room’이다. 가로 약 2,950mm, 높이 약 1,200mm의 검은 구조물 하나에 소파와 수납장, 옷장의 기능을 겹쳤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관람객은 가운데의 열린 부분에 앉을 수 있고, 다른 면에 마련된 문과 서랍을 통해 내부 구성을 확인하게 된다. 닫힌 상태에서는 기능을 쉽게 읽기 어렵게 설계했다.
내부에는 가죽과 보아 소재, 의복에 쓰이는 하드웨어가 들어간다. 여기서 패션과 가구의 만남은 옷의 무늬를 의자 표면에 옮기는 방식과 다르다. 몸에 닿던 재료가 몸을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옷을 보관하는 기능까지 같은 구조 안으로 들어온다. 소파인지 옷장인지 하나만 고르기보다, 무엇을 열었을 때 어떤 쓰임이 나타나는지를 보는 편이 이 물건을 이해하는 데 가깝다.
세 팀은 지난해 12월 도쿄 다카나와에 문을 연 ‘A Drawing Room’에서도 협업했다. 이번에는 매장 전체에서 하나의 가구로 작업의 단위를 옮겼다. 방을 꾸미는 물건인지, 물건 크기로 줄인 방인지 묻게 한다.
안쪽을 열어야 드러나는 것이 있다면, 겉면에 이미 남아 있는 것도 있다. ‘AT FIRST CONTACT’는 여섯 디자인 팀의 작업을 표면이라는 관점으로 모은다. Audrey Large, Clara Schweers, LS Gomma, Niceworkshop, Teun Zwets, Tim Teven이 참여한다. 이들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은 Niceworkshop과 FORMAT이 맡았으며, 새것과 사용된 것을 함께 포함한 알루미늄 거푸집 패널을 활용한다.
거푸집은 건설 현장에서 형태를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다. 전시장에서는 다른 물건을 받쳐 주는 배경이 되는 동시에, 자신이 사용된 흔적을 보여 주는 재료가 된다. 새 패널과 사용된 패널을 함께 놓는 선택은 표면을 단지 색이나 광택의 문제로 보지 않게 한다. 물건의 외관에서 발견하는 차이가 제작 이후의 시간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널은 전시를 떠받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볼거리가 된다. 작품만 보고 배경은 지나치기 쉬운 전시장에서, 그 구분을 잠시 바꿔 보는 제안으로 읽힌다.
‘Loophole’에서는 시간이 표면에 남는 대신 빛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익숙하게 보던 로딩 표시를 금속 몸체와 빛으로 옮긴 조명이다. 보통 로딩 표시는 처리가 끝나면 사라진다. 이 작품은 아무것도 불러오지 않은 채 회전 운동을 이어 간다. 종료를 기다리게 하던 기호가, 종료되지 않는 물건의 움직임으로 바뀌는 셈이다.
전시에는 일본무용가 Tokutaro Hanayagi와 협업한 신체 표현도 포함된다. 아티스트 Shōei Matsuda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고, 금속 제작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무용이 함께 들어간 팀 작업이다. 화면의 기호를 입체로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몸의 움직임과 나란히 놓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스마트폰을 닮은 조명과 구별된다. 빛이 실제로 어떤 속도와 리듬을 보일지는 현장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세 프로젝트를 하나의 정답으로 묶을 필요는 없다. A Sitting Room은 관람객의 개폐와 착석을 통해 기능을 드러내고, AT FIRST CONTACT는 재료의 표면에 시선을 돌리며, Loophole은 끝나야 할 동작을 계속되는 상태로 만든다. 비교할 만한 지점은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행동과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는 닫힌 가구의 안쪽을 알 수 없고, 로딩 표시의 모양만으로는 이 조명이 무엇을 하지 않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 새로 마련된 ‘circuit’은 전시와 물건의 다음 단계를 연결한다. 2026년 출품작 일부, 지난해 출품 이후 발전시킨 프로토타입, 기업과 작가의 작업을 고른 숍이다. 주최 측은 원칙적으로 전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가격표는 현장에 비치한다고 안내한다. 개별 작품의 판매 여부와 조건은 현장 안내로 확인해야 한다. 전시장에 놓인 실험을 생활 속 물건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를 별도의 자리에서 살펴보게 한 구조다.
관람 시간은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정오부터 오후 8시, 마지막 날인 11월 1일은 오후 7시까지다. 일반권은 하루 2,000엔, 나흘 패스는 3,000엔이며 학생은 학생증 제시 조건으로, 초등학생 이하도 무료로 입장한다. 무료 대상도 티켓 신청이 필요하다. 행사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며 한국 개최 일정이 안내된 것은 아니다. 관람과 구매를 나란히 둔 이번 구성은 형태를 감상한 뒤 실제 쓰임을 상상하는 자리까지 이어진다. 닫힌 상자와 도는 빛을 전시장의 실험으로만 남겨두지 않으려는 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