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트 디자인 뮤지엄의 흰 벽돌은 왜 가마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겐트 폐기물 벽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숫자는 두 개다. 재료에서 지역 폐기물 유래 골재가 차지하는 63%, 그리고 개발 측이 일반적인 소성 점토 벽돌과 비교해 제시한 내재탄소 약 3분의 1. 둘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전자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후자는 만드는 과정의 환경 부담을 얼마나 다르게 산정했는지를 말한다.
2026년 10월 3일 다시 문을 연 벨기에 겐트 디자인 뮤지엄의 새 외벽에는 이 벽돌이 쓰였다. 이름은 Gent Waste Brick. 버려진 재료를 보기 좋은 표면으로 바꾼 사례로 소개하기 쉽지만, 더 중요한 선택은 가마를 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오래된 벽돌을 다시 쌓은 것이 아니다
개발·생산에 참여한 BC materials는 겐트에서 나온 폐기물 유래 골재 63%를 사용한다고 밝힌다. 헨리 판 데 벨데 어워즈의 프로젝트 기록에는 부순 콘크리트와 분쇄한 건축용 유리, 석회와 모래, 백색 시멘트 등이 재료로 기재돼 있다.
온전한 벽돌을 철거 현장에서 가져와 그대로 다시 쌓는 재사용과는 다르다. 기존 재료를 골재로 가공하고 다른 성분과 배합해 새로운 외장 벽돌을 만든 것이다. ‘폐기물로 만든 벽’이라는 한 문장에서는 사라지는 구별이다.
나머지 37%까지 폐기물이라고 읽을 수 없고, 재활용 함량만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도 없다. 재료의 출처와 가공법, 이동 거리, 굳히는 과정이 각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가 좋은 비교 대상인 이유는 바로 그 과정들을 따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불 대신 압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생산자가 설명한 순서는 혼합, 압착, 초기 굳힘, 양생이다. 점토 벽돌처럼 가마에서 굽는 대신, 석회를 이용해 대기 조건에서 탄산화하며 굳힌다. 벽돌의 형태를 잡는 일과 강도를 얻는 일을 고온의 가마에 맡기지 않는 방식이다.
‘굽지 않는다’는 말도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BC materials의 생산 기록에는 전기로 움직이는 장비와 유압 프레스, 운반 장치가 나온다. 저탄소라는 설명을 무에너지로 확대하지 않고, 어느 공정이 바뀌었는지 보는 편이 정확하다.
3분의 1이라는 수치의 경계
BC materials는 일반적인 소성 점토 벽돌과 비교해 내재탄소가 약 3분의 1이라고 설명한다. 내재탄소는 재료 생산 등에 관련된 배출을 다루는 지표다. 이 수치를 박물관 운영 전력이나 냉난방까지 포함한 ‘건물 전체 배출량 3분의 1’로 바꿔 말할 수는 없다.
비교의 기준도 남는다. 어떤 점토 벽돌, 어느 생산 조건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수치는 BC materials가 공개한 조건별 비교치로 읽어야 한다.
또 이 재료의 확인된 용도는 새 건물의 외장이다. 벽돌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모든 구조벽이나 모든 기후에 곧바로 대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험과 인증을 거쳐 적용했다.
박물관 밖에서도 읽을 수 있는 디자인
겐트의 사례에서 가져올 만한 질문은 ‘재활용인가 아닌가’에서 한 걸음 더 간다. 원료를 얼마나 다시 썼는가, 어떤 공정을 없앴는가, 어느 부위에 시험해 적용했는가. 세 질문의 답이 서로 맞아야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구체적인 설명이 된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흰 외벽부터 그런 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 겉으로는 익숙한 벽돌 쌓기지만, 그 한 장을 만드는 순서는 익숙하지 않다. 디자인의 변화가 언제나 눈에 띄는 모양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