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NY 로고는 어떻게 뉴욕의 상징이 됐을까? 밀턴 글레이저의 디자인

I ♥ NY 로고는 어떻게 뉴욕의 상징이 됐을까?

I ♥ NY를 보면 짧은 한 문장을 읽게 된다. 하지만 그 ‘나’는 누구일까. 관광 홍보물의 발행자, 컵을 산 사람, 재난 뒤 포스터를 거리로 가져간 사람이 모두 같은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로고의 모양만으로 발화의 주체를 고정하기보다 어디에 놓이고 어떤 문장과 함께 쓰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MoMA의 1976년 제안 보드, 현재 MoMA Design Store가 판매하는 컵, 쿠퍼 휴잇 소장의 2001년 포스터를 비교했다. 문장의 줄바꿈, 추가 문구, 물건의 제작 정보와 배포 기록을 같은 기준으로 읽었다. 세 자료를 통해 뉴욕의 모든 시민과 방문객이 실제로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추정하지는 않았다.

제안 보드에서 판매 컵으로 옮겨 간 문장

MoMA 소장번호 390.2009.1–2는 두 개의 제안 보드로 기록돼 있다. 이번에 확인한 가로형 보드 도판에서는 I와 하트, NY가 한 줄로 이어진다. 오늘 익숙한 두 줄 배치를 처음부터 유일한 형태였다고 설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자료다. 다만 두 보드 전체를 모두 본 것처럼 서로의 세부를 비교하지는 않았다.

공식 판매 컵의 표면에서는 I와 하트가 위, NY가 아래에 놓인다. 평면 보드의 문장이 위아래로 접혀 원통형 물체의 앞면에 들어간 셈이다. 첫 제품 사진에서는 네 요소가 함께 보이고, 탁자 위에 놓인 두 번째 사진에서는 곡면과 촬영 각도 때문에 오른쪽 끝의 기호가 가장자리로 돌아간다. 문장은 같아도 한눈에 들어오는 경계는 물체와 시점에 영향을 받는다.

이 컵의 상품번호는 89130-89130이다. 판매 설명은 로고를 밀턴 글레이저와 연결하지만, 상품의 디자이너 항목에는 Graham Hill, 디자인 연도에는 2010년이 적혀 있다. 로고를 만든 사람과 그것을 사용하는 상품의 디자이너를 같은 칸으로 합치면 두 제작 이력을 잃는다. 컵이 글레이저의 1976년 원작 그 자체라는 뜻도 아니다.

상품은 구매와 사용을 전제로 유통된다. 컵의 표면에는 개인의 목소리처럼 읽힐 수 있는 I가 있지만, 누가 왜 구매했는지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기념품으로 선물했는지, 뉴욕 거주자가 매일 쓰는지, 글꼴이 마음에 들어 샀는지를 알 수 없다. 로고가 개인 물건에 붙는 구조를 설명하는 것과 실제 사용자의 마음을 조사하는 것은 별개다.

2001년 포스터는 문장을 길게 만든다

쿠퍼 휴잇 소장번호 2009-27-1의 포스터는 기존 I와 하트, NY 아래에 MORE, THAN, EVER를 각각 더한다. 짧은 문장은 다섯 줄의 수직 흐름으로 길어진다. 하트 왼쪽 아래의 작은 검은 흔적도 보인다. 읽어야 할 문구가 늘고 하트가 온전한 장식처럼만 남지 않는다는 점을 도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컵과 다른 것은 추가된 세 단어만이 아니다. 포스터 맨 아래에는 도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작은 문장과 판매용이 아니라는 안내가 있다. 위쪽의 사랑 표현과 아래쪽의 행동 요청이 한 장 안에서 연결된다. 공식 판매 상품에서는 빠져 있던, 이 인쇄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장이 함께 들어온다.

여기서 ‘뉴욕을 사랑한다’는 말은 구매할 수 있는 기념품의 문구이면서 동시에 도움을 청하는 인쇄물의 출발점이 된다. 같은 하트를 유지해도 판매와 배포의 조건은 달라진다. 로고의 모양만 비교하면 놓치는 차이다. 문장 아래의 작은 안내를 읽어야 이 포스터가 요구하는 행동의 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자료도판의 문장 배치확인한 제작·유통 맥락
1976 제안 보드열람한 가로 보드에서 한 줄관광 캠페인을 위한 디자인 제안
MoMA 판매 컵 89130I·하트 / NY 두 줄2010 디자인으로 기록된 판매 상품
2001 포스터 2009-27-1기존 두 줄 아래 세 단어 추가도움 요청·비매품 안내, 학교의 배포 기록

시민의 목소리라는 해석에는 배포 근거가 필요하다

SVA가 2018년에 남긴 회고는 학생들이 2001년 9월 11일이 있던 주에 이 이미지를 뉴욕 다섯 자치구에 배포했다고 설명한다. 같은 글은 9월 19일 Daily News의 앞·뒤 면 사용도 기록한다. 이 자료는 특정 기관이 인쇄물을 거리와 신문으로 확산시킨 경로를 보여 준다. 배포 규모나 시민 전체의 반응을 독립적으로 측정한 보고서는 아니다.

그래도 이 경로는 해석에 필요한 차이를 준다. 관광 캠페인에서 제안된 문장과, 재난 뒤 학생들이 옮긴 포스터의 문장은 같은 발행 상황에 있지 않다. 거리로 가져가는 행위와 도움을 청하는 문구가 결합되면서, I를 개인의 선언으로 읽을 구체적인 사용 조건이 생긴다. 그 조건이 곧 모든 시민의 실제 발언이라는 뜻은 아니다.

MoMA는 원래 로고가 뉴욕주 관광을 대표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뉴욕시만을 위해 만들어진 표식으로 좁히면, 주 단위 캠페인의 범위와 이후 도시 구호의 맥락을 혼동하게 된다. 2001년 포스터가 도시를 직접 호명하는 상황은 원래 캠페인의 행정 범위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연도와 재료를 확인하면 유명한 일화도 달라진다

MoMA는 봉투 위 콘셉트 스케치를 1976년, 재료를 잉크와 테이프로 기록한다. 쿠퍼 휴잇의 2013년 글은 같은 초기 발상을 빨간 크레용으로 묘사한다. 도판이 붉게 보인다는 이유로 기관의 재료 기록을 크레용으로 고쳐 쓰지 않았다. 택시 안에서 그렸다는 일화 역시 이 봉투의 물질 정보와 별도의 회고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MoMA의 제안 보드는 1976년이고, 같은 기관의 설명은 로고의 첫 공개 사용을 1977년으로 적는다. 디자인 과정과 대중에게 사용된 시점이 다른 것이다. 컵의 2010년도 이 두 연도와 충돌하는 날짜가 아니라, 로고를 적용한 다른 물건의 이력이다. 하나의 유명한 탄생 연도로 모든 자료를 정리하면 이런 구별이 사라진다.

I ♥ NY가 여러 장소로 옮겨 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때 모양의 간결함만 말할 필요는 없다. 한 줄에서 두 줄로, 상품에서 비매품 포스터로 옮겨 가며 문장이 어떤 행동과 붙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자리는 로고 안에 고정돼 있기보다 그것을 만들고 배포하고 사용하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달라진다. 이 해석은 세 자료의 구조를 대조한 결과이며 수용자 전체를 대신한 증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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