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도 펜디도 아니다. 김 존스가 이번엔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디올과 펜디를 이끌었던 디자이너 김 존스(Kim Jones)가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옷을 만든다. 2026년 10월 12일 공개된 새 브랜드 KIM JONES의 계획은 2027년 중반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같은 해 10월 홍콩에 첫 단독 매장을 여는 것이다. 처음 선보일 컬렉션은 2027년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한다. 아직 실제 제품 판매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건 디올이나 펜디처럼 파리를 상징하는 패션 하우스에서 활약한 그가 첫 오프라인 매장으로 선택한 도시가 홍콩이라는 점이다. 새 브랜드의 생산 역시 의류는 주로 일본, 가죽 제품은 이탈리아에 맡길 예정이다. 이름은 한 사람에게서 출발하지만, 제작과 판매의 지도는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셈이다.
신생 브랜드가 아니라, 약 20년 만의 재출발
김 존스의 개인 브랜드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남성복을 공부한 뒤 2003년 자신의 이름으로 첫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이후 2008년 해당 브랜드를 정리하고 영국 던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다. 2011년부터 루이 비통 남성복을 맡았고, 2018년에는 디올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됐다. 펜디에서는 2020년부터 여성복과 쿠튀르를 이끌었다.
그는 2024년 펜디, 2025년 디올 남성복에서 각각 물러났다. 따라서 이번 소식은 유명 디자이너가 처음 독립 레이블을 창업했다는 이야기보다는, 긴 시간을 대형 패션 하우스에서 보낸 뒤 초기의 작업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 사이 패션 산업도,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김 존스가 남긴 가장 유명한 연결은 무엇이었을까
김 존스의 경력을 이야기할 때 2017년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협업을 빼놓기 어렵다. 당시 그는 루이 비통 남성복을 이끌고 있었고, 거리 문화의 상징이던 슈프림과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하나의 제품에 만나는 장면을 보여줬다. 그가 모든 협업을 혼자 만들어냈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취향의 언어가 만날 수 있도록 작업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디올에서는 조각과 설치미술, 일본의 시각문화, 음악과 연결되는 협업을 이어갔다. 일본 작가 소라야마 하지메와 작업했고, 주얼리 디자이너 윤 안과도 함께했다. BTS의 투어 의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역시 디올 남성복과 대중음악 사이의 접점을 보여준 사례다. 패션쇼 안팎에서 미술과 음악이 옷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속해서 실험해 온 것이다.
그러나 루이 비통에서의 김 존스와 디올에서의 김 존스는 완전히 같을 수 없었다. 각각의 브랜드가 지켜온 역사와 상징, 고객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 조건이 달라진다. 개인 브랜드가 가진 가장 큰 가능성은 누군가의 오랜 아카이브를 해석하는 대신, 그가 직접 자신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독립적인 이름을 건다는 것과 모든 사업적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왜 파리나 런던이 아니라 홍콩일까
새 브랜드의 첫 오프라인 공간은 홍콩 센트럴의 복합 개발 프로젝트 ‘센트럴 야즈(Central Yards)’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빅토리아 하버 일대에 조성되는 업무·상업·문화 복합 공간이다. 개발사 헨더슨 랜드가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약 400m 길이의 수평형 건축물을 중심으로 상업 공간과 공공 공간을 연결하며, 1단계 개장은 2027년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이번 선택을 단순히 ‘홍콩에 고급 쇼핑몰이 생기기 때문’이라고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새 매장이 들어설 장소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시 공간이고, 김 존스의 브랜드도 아직 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두 프로젝트가 거의 같은 시기에 대중을 만나도록 계획됐다는 사실 자체가 눈길을 끈다. 패션 브랜드의 첫인상을 기존의 유명 쇼핑 거리보다 새로운 문화·상업 거점 안에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
김 존스와 아시아의 관계도 이번 선택을 이해하는 단서다. 그는 과거 홍콩에서 테일러링 비즈니스를 배웠다고 이야기한 바 있으며, 일본의 예술가와 한국의 음악가 등 아시아 창작자와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5년에는 중국 아우터웨어 기업 보시덩 산하 브랜드 아리얼(Area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합류했다. 홍콩 개점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라기보다 오래 쌓아온 활동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홍콩에 첫 매장을 연다’는 사실만으로 본사를 홍콩으로 이전한다거나 아시아에서만 판매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발표된 계획은 온라인으로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한 뒤 홍콩에 매장을 열고, 이후 아시아 내 추가 매장과 일부 유통 파트너를 검토하는 방향이다.
일본에서 옷을 만들고, 이탈리아에서 가죽 제품을 만드는 이유
생산지를 나눈 결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의류는 대부분 일본에서 제작하고 가죽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생산한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각각 섬유·봉제, 가죽 공예와 관련한 오랜 제조 기반을 가진 곳이지만, 생산국 이름만으로 개별 제품의 완성도를 미리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원단, 공정, 소재와 마감 수준은 제품 공개 이후에 확인해야 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런 생산 구조가 새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다. 김 존스는 기존 작업에서 테일러링과 기능성,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웨어를 섞어왔다. 이번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이라는 전통적인 분류를 엄격하게 나누지 않는 폭넓은 옷장을 제시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제품이 완전히 같은 사이즈 체계나 유니섹스 핏으로 판매된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개별 아이템의 치수와 실루엣은 공개되지 않았다.
브랜드는 가격을 신중하게 책정하겠다는 취지의 표현도 사용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판매가가 없으므로 이를 ‘저렴한 럭셔리’ 또는 ‘합리적인 가격대 확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느 나라에서 얼마에 판매될지, 배송비와 관세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실제 구매 안내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 살 수 있을까
현재 확인되는 판매 일정은 2027년 중반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첫 출시 계획과 2027년 10월 홍콩 매장 개점 계획이다. 공식 온라인 판매처로 안내된 주소는 kimjones.com이다. 추후 아시아의 추가 매장과 선정된 유통 파트너를 통한 판매도 예고돼 있지만, 구체적인 한국 매장, 국내 공식 가격, 한국 배송 지원 여부는 이번에 확인한 공개 자료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에서 구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장 정확한 답은 ‘한국 판매 확정’이 아니라 ‘온라인 출시 계획은 공개됐으나 한국에서의 구매 조건은 미확인’이다. 온라인 오픈 시점에 해외 배송 국가와 결제 통화, 반품 정책, 세금 안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세부 조건은 지금 예측하기보다 공식몰의 최종 정책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자신의 이름을 걸었을 때, 무엇이 달라질까
이번 브랜드에서 가장 기대할 만한 부분은 로고보다 제품의 문법이다. 디올의 역사나 펜디의 아카이브에 기대지 않고도 김 존스가 오래 다뤄온 예술, 음악, 여행, 테일러링이 하나의 옷장 안에서 설득력 있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일본의 생산 기술과 이탈리아의 가죽 제품, 홍콩의 판매 공간이 서로 다른 이름만 나열하는 구성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첫 컬렉션의 실제 디자인, 품질, 가격, 접근 방식이 공개돼야 평가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2026년 10월 발표가 제품 출시가 아닌 출범 계획이라는 점, 그리고 그 출발점에 전통적인 유럽 패션 수도가 아니라 아시아의 도시 홍콩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김 존스의 다음 장면은 유명 하우스의 이름 뒤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 앞에서 완성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