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전통의 재료와 구조를 바꾸는 세 가지 방법

막 전시는 오래된 생활 기물의 쓰임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묻는다. 디자인하우스가 창립 50년을 맞아 장충동 사옥에서 여는 《막MAK》에는 전통 가구와 잔칫상의 형식을 새 재료로 옮긴 작업이 등장한다. 익숙한 모양을 알아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꿨는지 살펴볼 만하다.
디자인플러스가 10월 26일 소개한 이번 전시는 완벽한 계획에 앞서 시도하는 태도를 ‘막’이라는 말로 풀어낸다. 다만 거칠게 보이는 결과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묶을 필요는 없다. 재료를 교체하는 일, 쌓아 올리는 형식을 가져오는 일, 물건을 지탱하는 구조를 바꾸는 일은 각각 다른 질문을 만든다.
반닫이의 문을 열지 않고 안을 본다면
문화포털의 전통문양 자료에 따르면 반닫이는 앞면의 위쪽 절반을 여닫는 수납 가구다. 의복과 책, 제기처럼 성격이 다른 물건을 넣고 윗판에도 물건을 올릴 수 있었다. 이름에 들어 있는 ‘반’은 작다는 뜻보다 문이 열리는 방식에 가깝다. 따라서 반닫이를 이해할 때는 외형의 장식과 함께 손이 물건에 접근하는 경로를 볼 필요가 있다.
문화포털은 장석도 단순한 표면 장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금속 부속은 나무의 변형을 막고 이음새를 고정하며 문을 여닫는 기능을 맡는다. 문양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도 어느 부위에서 판재를 붙잡는지 보면 역할이 달라 보인다. 표면에 붙은 장식과 가구를 성립시키는 부품이 같은 물건인 셈이다.
럭셔리의 전시 소개에 따르면 정구호의 ‘백골동’은 전통 장석과 플렉시글라스를 결합한 투명한 반닫이다. 이번에는 가구 한 점과 이를 실물 크기로 옮긴 판화가 함께 놓인다. 문을 열어야 내용을 알 수 있던 수납의 구조에 투명한 면을 더하고, 입체의 금속 무늬를 평면에서도 읽게 하는 구성이다.
수납 가구에서 가림은 기능의 일부다. 안쪽의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와 바깥에서 가구를 바라보는 행위가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 구분을 떠올리면 전통 가구를 현대 재료로 만든다는 말도 조금 구체적이 된다. 재료의 새로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과 보관된 물건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묻게 된다.
음식이 사라져도 잔칫상은 남는다
국가유산진흥원의 궁중문화축전 자료는 고임상을 잔치 음식을 높이 쌓아 올리는 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음식은 먹는 대상이면서 높이와 질서를 만드는 재료다. 낱개의 과자를 한 접시에 담는 일과 여러 층으로 쌓는 일은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다른 장면을 만든다. 상의 격식을 읽으려면 무엇을 올렸는지와 어떻게 배치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김은하는 헌 옷과 원단 자투리로 음식 모양을 만든다. 럭셔리가 소개한 고임상에는 유과와 약과뿐 아니라 마카롱과 케이크의 형상도 등장한다. 먹을 수 있는 재료는 바뀌었지만 높이 쌓아 축하하는 형식은 이어진다. 전통 음식만으로 과거를 복원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잔칫상을 한 자리에 놓은 작업이다.
고임상의 정의를 알고 나면 접시 위의 개별 사물보다 그것들을 세우고 반복하는 방식이 먼저 보인다. 행사와 의례에 쓰이던 형식이 다른 재료에서도 알아볼 수 있게 남는 조건은 무엇일까. 장식의 세부를 전부 똑같이 재현해야 하는지, 아니면 높이와 배열의 관계만으로도 의미가 전달되는지 비교할 수 있다. 이는 전통의 외양과 구성 원리를 구분해 보는 방법이다.
사방탁자는 빈 곳까지 포함한 가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사방탁자를 층널과 가는 기둥을 연결해 사방이 트이도록 만든 가구로 설명한다. 책이나 문방용품, 감상할 물건을 받치면서도 주위 공간을 막지 않는 구조다. 박물관 소장 사층 사방탁자는 단단한 배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오동나무로 층널을 만들었다. 같은 목재를 한 덩어리로 쓰기보다 지지와 받침의 역할에 따라 부재를 나눈 사례다.
이 자료는 사방탁자를 단지 선반의 한 종류로 보는 시선을 바꾼다. 판이 넓어지면 물건을 놓는 면이 커지고, 기둥이 굵어지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비어 있는 부분은 남은 공간이 아니라 가구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다. 따라서 비례를 살필 때도 나무의 크기만 재기보다 기둥 사이에 생기는 틈을 함께 보게 된다.
백종환은 전통 사방탁자의 틀에서 출발해 삼방탁자와 오방탁자를 제안한다. 럭셔리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는 세 점의 구조를, 후자는 동서남북과 중심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를 전통 가구의 장식을 바꾼 작업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드러난다. 여기서 조정하는 대상은 표면의 문양보다 물건을 지탱하고 공간을 나누는 틀이다.
세 작업을 함께 볼 때 유용한 기준은 새것과 옛것의 비율이 아니다. 가구가 물건을 감추는 방식, 상이 축하의 자리를 만드는 방식, 선반이 공간을 여는 방식을 구분해 보는 것이다. 막 전시는 그 차이를 생활 속 기물에서 찾아볼 기회를 준다. 전통을 닮았다는 인상 다음에 구조와 쓰임을 묻는 감상이 가능해진다.
평일에 찾아가야 하는 사옥 전시
일반 관람 기간은 2026년 10월 27일부터 11월 25일까지다. 장소는 서울 중구 동호로 272 디자인하우스 사옥이며,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주말 전시 나들이로 계획하기 전에 이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예약은 공식 안내에 연결된 네이버 예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방문 순서를 잡을 때는 눈에 익은 물건 하나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좋다. 먼저 원래의 사용법을 떠올리고, 다음으로 달라진 재료나 구조를 찾아본다. 마지막에는 그 변화가 사물을 보는 행동까지 바꾸는지 생각해 본다. 작가의 설명을 하나의 정답으로 외우기보다, 내가 알고 있던 물건과 새 작업 사이의 차이를 구체적인 말로 남기는 관람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