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기록, 왜 두 개의 시간이 찍힐까

마라톤 기록에 건타임과 넷타임이 함께 적혀 있다면 어느 쪽이 진짜일까. 둘은 같은 순간에 끝나지만 서로 다른 순간에 시작한다. 건타임은 출발 신호부터, 넷타임은 각자 출발선을 통과한 때부터 잰다. 뒤에서 출발한 러너의 두 기록이 다른 것은 이 기준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더 짧은 숫자가 언제나 시상이나 참가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을 읽으려면 출발 기준과 사용 목적을 함께 봐야 한다.
결승선은 같아도 시계가 켜지는 순간은 다르다
건타임(gun time)의 건은 출발총을 뜻하지만 핵심은 총이라는 도구가 아니라 경기의 출발 신호다. 넷타임(net time)은 개인이 출발선과 결승선을 통과한 사이의 경과 시간이다. 대회 안내에서 칩타임(chip time)이라고도 부른다. 칩은 계측 수단이고, 넷은 개인의 출발선 통과를 기준으로 삼는 계산 방식이라는 점은 구별할 만하다.
세계육상연맹의 2026년 7월판 기술 규정 TR19.25 주석 (i)는 공식 시간을 출발총 또는 동기화된 출발 신호부터 결승선 도달까지로 정한다. 개인의 출발선 통과부터 잰 시간도 알려 줄 수 있지만 이 규정의 공식 시간으로 보지는 않는다. 칩을 이용하는 트랜스폰더 계측 규정 안에 있는 설명이다. 따라서 전자 칩으로 측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결과가 반드시 넷타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계산을 위해 한 번의 공통 신호로 출발하는 가상의 마라톤을 생각해 보자. 한 참가자가 신호 후 3분에 출발선을 넘고, 신호 후 4시간 3분에 결승선을 넘었다면 건타임은 4시간 3분, 넷타임은 4시간이다. 출발선에 닿기 전의 3분이 차이를 만든다. 이 예시는 실제 대회 결과가 아니며, 여러 웨이브로 나눠 출발하는 대회의 전광판과 개인 기록을 계산하는 공식도 아니다.
여기서 넷타임의 ‘순수한 시간’을 달리는 동작만 한 시간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오해가 생긴다.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에서 급수하거나 잠깐 멈춘 시간도 그 구간의 경과 시간 안에 있다. 출발 전 대기 시간을 제외하는 것과 달리던 중의 정지를 제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계산이다.
먼저 들어온 사람과 짧게 달린 사람이 달라질 때
같은 가상 경기에서 A는 신호와 동시에 출발선을 넘어 4시간에 도착하고, B는 3분 뒤 출발선을 넘어 4시간 2분에 도착했다고 하자. 결승선에는 A가 2분 먼저 도착한다. 하지만 출발선부터 걸린 시간은 A가 4시간, B가 3시간 59분이다. 넷타임으로는 B가 1분 짧다. 두 순서는 계산 오류 없이 동시에 성립한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마지막 직선에서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려는 경쟁과 개인 기록표의 숫자를 줄이는 목표가 왜 완전히 같지 않은지 이해할 수 있다. 공통 출발 신호를 기준으로 한 순서에서는 눈앞의 선수를 먼저 넘는 일이 결과와 연결된다. 각자의 출발선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서로 다른 때 코스에 들어온 러너의 소요 시간을 나란히 놓을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정직한 기록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비교하는지의 문제다.
실제 운영은 해당 대회의 시상 규정을 따라야 한다. 미시시피 걸프코스트 마라톤의 공식 칩 계측 안내는 칩타임을 참가자의 공식 시간으로 설명하면서도, 각 거리의 종합 부문과 마스터스 부문은 건타임으로 순위를 매긴다고 명시한다. 같은 대회에서도 기록표에 제공하는 시간과 특정 시상에 쓰는 시간이 나뉘는 사례다. 이를 모든 마라톤의 시상 방식으로 옮겨 읽을 수는 없다.
세계육상연맹 규정의 ‘공식 시간’과 이 대회 참가 안내의 ‘공식 시간’이 가리키는 기준도 같지 않다. 그러므로 결과 화면에 official이라고 쓰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발 기준을 추측하기보다, 그 대회가 건타임과 넷타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부문에 적용하는지 읽는 편이 정확하다. 특히 종합 순위 규정을 연령별 시상에도 그대로 적용해 버리면 엉뚱한 표를 보게 될 수 있다.
개인 최고 기록을 남기는 일과 자격을 제출하는 일
다른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심사할 때는 또 다른 규정이 개입한다. 보스턴 마라톤 주최 단체 B.A.A.의 2027년 대회 안내는 공식 제출된 넷타임, 즉 칩타임을 참가 자격 기록의 기준으로 삼는다. 정해진 기준 기록을 달성했다고 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인정되는 대회와 기록 검증 등의 조건도 따른다. 넷타임을 쓴다는 설명은 접수 가능한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 사례는 넷타임이 단지 기념용 숫자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한 경기의 우승자를 가리는 기준으로 쓰지 않은 시간이 다른 경기의 참가 자격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시상 규정과 자격 심사 규정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전자는 그 경기의 특정 부문에서 누가 앞섰는지, 후자는 신청자가 요구한 수행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살핀다.
휴대전화나 시계에 남은 기록은 한 번 더 분리해서 보자. 스트라바는 기기에서 활동을 시작한 때부터 끝낸 때까지의 경과 시간과 이동 시간을 구별하며, 달리기를 레이스로 표시하면 정지 시간을 포함한 경과 시간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앱의 시작·종료 버튼을 누른 순간이 대회 계측선 통과와 같다는 보장은 없다. 앱의 레이스 설정을 바꾸는 것만으로 대회 공식 결과가 생성되거나 수정되는 것도 아니다.
완주 후 개인 최고 기록을 적을 때는 대회명과 거리뿐 아니라 건타임인지 넷타임인지도 함께 남겨 두면 다음 기록과 비교하기 쉬워진다. 시상을 확인할 때는 자신의 부문 규정으로, 참가 자격을 제출할 때는 접수처가 인정하는 결과로 돌아가면 된다. 결승선 사진의 전광판, 주최 측 기록표, 러닝 앱의 화면 중 가장 짧은 숫자를 고르는 대신 각각 무엇을 재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두 개의 시간은 완주를 의심하게 만드는 숫자가 아니라, 같은 완주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설명하는 숫자다.
출처 및 참고자료
세계육상연맹, Technical Rules 2026년 7월판, TR19.25 주석 (i) — Little Athletics Victoria 제공 원문 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