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왜 하필 42.195km일까? 애매한 거리의 역사

마라톤의 42.195km는 1908년 런던 올림픽의 26마일 385야드와 연결된다. 그러나 ‘왕실 관람석 앞에서 끝내려고 385야드를 늘렸다’는 한 문장만으로 그 과정을 설명하면 중요한 기록들이 사라진다.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경기장 어느 입구로 들어왔는지, 트랙을 어느 쪽으로 돌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대회 이듬해인 1909년에 나온 공식 보고서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마라톤 거리를 모든 쪽에서 똑같이 적지 않았다. 40km, 42km, 26마일 385야드가 서로 다른 대목에 등장한다. 최종 거리 옆에 병기한 미터법 숫자마저 오늘날의 42.195km와 다르다. 공식 기록을 읽는 일은 숫자 하나를 찾아 옮기는 것보다 조금 복잡하다.
같은 보고서에 남은 서로 다른 거리
테오도어 안드레아 쿡이 편찬한 《제4회 올림피아드》의 관련 대목을 문서 종류에 따라 나누면 다음과 같다. 아래 쪽수는 PDF 화면 순서가 아니라 책에 인쇄된 쪽수다. 1908년 런던 올림픽 공식 보고서
| 보고서의 위치 | 전체 거리를 적은 방식 | 경기장 트랙 구간 |
|---|---|---|
| 410쪽, 마라톤 규칙 제1항 | 40km | 마지막 1/3마일을 트랙에서 달림. 한 바퀴를 536m로 표기 |
| 72쪽, 당일 프로그램에 실린 규칙이라고 소개한 대목 | 42km | 트랙 한 바퀴의 일부 |
| 68~69쪽, 경기 설명과 거리표 | 26마일 385야드 | 트랙에서 385야드를 달려 왕실 관람석 아래에서 결승 |
410쪽의 문장은 40km에 트랙 한 바퀴를 추가하라는 뜻이 아니다. 전체 경기를 40km라고 부르고, 그 마지막 구간을 트랙에서 달린다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72쪽의 42km 뒤에 별도로 몇 미터를 더하라고 읽을 수도 없다. 전체 거리의 표현과 그 안의 트랙 구간을 구분해야 한다.
이 차이를 보고 ‘40km에서 42km로 늘린 다음 195m를 덧붙였다’고 연대기를 만들면 안 된다. 보고서는 사후 편찬물이고, 앞쪽 경기 서술과 뒤쪽 규칙집의 배열이 수정 날짜의 순서는 아니다. 여기서 직접 확인되는 것은 서로 다른 수치와 트랙 설명이 한 책에 함께 보존됐다는 사실이다. 코스 변경의 정확한 날짜와 이유는 별도의 기록이 필요하다.
72쪽 역시 원래의 당일 프로그램 그 자체가 아니라 보고서에 옮겨 실은 규칙이다. 역사 연구자 밥 윌콕은 실제 프로그램의 40km와 보고서의 42km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공식 보고서에 실린 프로그램 내용’과 ‘프로그램 원본’도 같은 자료로 취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Wilcock, 2008, 46쪽 주44
출발점·입구·결승점을 따로 놓으면 보이는 것
69쪽 거리표의 출발점은 윈저성의 이스트 테라스다.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서 700야드라고 위치를 덧붙였다. 26마일 지점은 경기장 입구이며, 입구 표기는 QQ. RR. SS.다. 68쪽 경기 설명은 선수들이 왕실 관람석 반대쪽에서 트랙으로 들어와 왼쪽으로 돌고, 트랙에서 385야드를 달려 왕실 관람석 아래에서 끝낸다고 적는다.
이 기록을 ‘성에서 출발해 왕실석 앞에서 끝났다’로 줄이면 중간의 두 정보가 빠진다. 어느 입구를 썼는지와 어느 방향으로 돌았는지다. 결승선을 그대로 두더라도 입구와 접근 경로가 달라지면 경기장 안에서 달리는 길이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결승점이 왕실석 앞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결승선을 나중에 옮겼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공식 보고서의 432쪽 맞은편 코스 지도도 읽는 방향에 주의해야 한다. 거리표는 출발지부터 누적 거리를 적지만, 지도와 현장 거리 표지는 경기장 쪽을 기준으로 거리를 표시했다. 거리표에서는 출발 후 1마일인 이튼의 반스풀 다리가 경기장에서부터는 25마일로 나타난다. 69쪽 주석은 거리 표지가 표와 반대 순서였다고 직접 설명한다. 같은 지점의 1과 25를 서로 다른 코스의 증거로 오해하면 안 되는 이유다.
지도에는 윈저성 부근의 본경기 출발과 시범경기 출발 표기도 따로 있다. 다만 이런 도판이 있다고 해서 당시 모든 도로의 길이를 오늘날 좌표로 다시 측량한 것은 아니다. 거리표와 지도는 위치 관계를 읽게 해 주지만, 그것만으로 실제 코스의 센티미터 단위 정확성까지 검증할 수는 없다.
‘왕실 앞에서 끝났다’와 ‘왕실이 늘리라고 했다’ 사이
왕실설을 판단할 때는 한 이야기를 세 주장으로 나누는 편이 정확하다. 첫째는 출발과 결승이 왕실과 관련된 장소였다는 주장이다. 이는 공식 보고서가 뒷받침한다. 둘째는 왕실 가족이 특정 위치를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위치 기록만으로는 요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셋째는 그 요청 때문에 기존 코스가 특정 길이만큼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이를 입증하려면 변경 전후의 경로뿐 아니라 요청과 변경을 연결하는 기록까지 있어야 한다.
IOC 올림픽연구센터의 해설도 윈저성 동쪽 잔디밭 출발과 왕실석 앞 결승을 원한 주체를 ‘조직자들’로 설명한다. 이것을 ‘여왕의 요구’로 바꾸어 읽을 근거는 그 문장에 없다. 올림픽연구센터, 2017년 2월
윌콕의 선행 연구는 1907년 신문 보도와 1908년 도면들을 대조해 더 긴 경위를 설명한다. 그의 논문에 실린 4월 계획 지도는 왕실 쪽 OM 입구와 트랙 한 바퀴를, 최종 배치는 반대쪽 QQ.RR.SS 입구와 일부 바퀴를 보여 준다. 다만 그는 입구 변경을 알린 공지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왕실의 통행과 관중 시야를 변경 이유로 해석한다. 변경된 배치와 그 동기에 대한 설명은 증거의 수준이 같지 않다. Wilcock, 35~36쪽
그러므로 왕실의 관여를 전부 부정할 필요도, 한마디 요청이 모든 숫자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 보고서가 확실히 보여 주는 것은 최종 코스의 공간적 구성이다. 누가 왜 그 구성을 택했는지는 한 단계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한다.
385야드는 195m가 아니다
단위도 이 이야기를 쉽게 뒤틀어 놓는다. 오늘의 국제야드 정의를 사용하면 1야드는 정확히 0.9144m다. 1마일을 1,760야드로 두고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NIST의 길이 단위 설명
(26 × 1,760 + 385) × 0.9144 = 42,194.988m
미터 단위로 반올림하면 42,195m, 즉 42.195km다. 이 가운데 26마일은 41,842.944m이고 385야드는 352.044m다. 따라서 마지막 195m를 경기장 안의 385야드와 같은 구간이라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195는 전체 거리를 킬로미터로 표현할 때 생기는 끝자리이지, 트랙 구간의 미터 환산값이 아니다.
그런데 공식 보고서 68~69쪽은 26마일 385야드 옆에 42.263km라고 인쇄했다. 현대 환산값과의 산술 차이는 68.012m다. 이는 두 표기 사이의 불일치이지, 실제 코스가 68m 길었다는 측정 결과가 아니다. 인쇄 원인을 확정하지 않은 채 ‘당시 측량 오차’라고 부를 수도 없다. 오늘의 숫자를 보고서의 미터법 원문인 것처럼 인용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1908년 코스가 곧바로 영구 표준은 아니었다
런던의 코스를 설명해도 마지막 질문이 하나 남는다. 왜 그 거리가 다른 도시의 마라톤까지 규정하게 됐을까? 1908년 코스 기록은 이 질문에 답하는 문서가 아니다. 이후에도 1912년 올림픽은 40.2km, 1920년은 42.750km를 사용했다.
올림픽 박물관은 1921년에 42.195km가 표준으로 채택됐다고 설명하면서, 왜 1908년의 특이한 거리를 골랐는지는 당시 국제육상연맹 기록에 설명돼 있지 않다고 밝힌다. 런던의 유명한 결승 장면이나 왕실과의 연관성을 그 채택 이유로 대신 채워 넣어서는 안 된다. 올림픽 박물관, Exactly 42.195 kilometres?
42.195km를 이해하는 핵심은 하나의 그럴듯한 기원담을 고르는 데 있지 않다. 최종 거리표, 입구와 회전 방향, 단위 환산, 국제 표준 채택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1908년의 기록은 코스의 구성을 보여 주고, 1921년의 결정은 그 숫자가 규칙이 된 시점을 가리킨다. 둘 사이의 빈칸까지 이야기로 메우지 않을 때, 익숙한 마라톤 거리의 역사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출처 및 참고자료
- Theodore Andrea Cook, The Fourth Olympiad, British Olympic Association, 1909. 인쇄 68·69·72·410쪽, 432쪽 맞은편 지도.
- Bob Wilcock, The 1908 Olympic Marathon, Journal of Olympic History 16(1), 2008, 31~47쪽.
- IOC Olympic Studies Centre, Hidden Treasures, 2017년 2월.
- The Olympic Museum, Exactly 42.195 kilometres?
- NIST, SI Units – Length. 현대 단위 환산에만 사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