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의 TV 1,003대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되살아나지 않았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2022년 다시 켜졌을 때, 1,003개의 화면 안쪽이 모두 같은 상태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737대의 브라운관 모니터를 수리하거나 교체하고, 상단의 소형 모니터 266대에는 LCD를 넣었다. 다다익선 복원을 이해하려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말부터 조금 더 잘게 나눌 필요가 있다.
오래된 TV를 남긴다는 말의 두 가지 뜻
1988년 제작된 다다익선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건축 조건을 고려한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여기서 TV는 영상이 나오는 도구인 동시에 탑을 이루는 물체다. 따라서 화면이 켜지는지와 모니터의 생김새가 남아 있는지는 서로 연결되면서도 다른 보존 문제다. 내용만 재생되면 충분한 작품도 아니고, 꺼진 기계를 쌓아 두는 것만으로 당시의 작동 상태가 유지되는 작품도 아니다.
‘브라운관을 보존했다’는 설명을 1988년에 설치한 기계를 한 대도 바꾸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미술관의 2021년 심포지엄 안내 자료에는 2003년 모니터를 전면 교체한 이력이 나온다. 2018년 2월 가동 중단 이전에도 수리가 반복됐다. 같은 작품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과 부품이 처음부터 그대로라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이 이력은 복원의 기준점을 바꾼다. 새 부품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2022년 작업을 갑자기 원형에서 벗어난 사건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로 과거에도 교체했으니 아무 화면이나 넣어도 된다는 결론 역시 나오지 않는다. 이미 교체의 역사가 있는 작품에서 무엇을 계속 유지할지, 그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했다는 쪽이 자료에 가깝다.
737대와 266대 사이의 경계
미술관이 밝힌 기본 방향은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하면 대체 디스플레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2022년 결과에서 그 경계는 수리 가능한 브라운관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상단의 6인치·10인치 모니터 사이에 놓였다. 전자는 중고 부품 등을 확보해 수리·교체했고, 후자는 기존 외형을 유지하면서 내부 표시 장치를 LCD로 바꿨다.
여기서 ‘외형 유지’와 ‘기술 유지’는 같은 말이 아니다. LCD로 바꾼 266대는 모니터의 겉모습을 남겼지만 영상을 내보내는 장치까지 브라운관으로 보존한 것은 아니다. 반면 737대는 브라운관 방식을 이어갔어도 모두 최초 설치 당시의 개체라는 뜻은 아니다. 이 두 구별을 함께 해야 ‘전부 새 TV로 바꿨다’와 ‘모두 옛날 그대로다’라는 설명을 모두 피할 수 있다.
외형을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 화면의 밝기·색·질감까지 같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미술관이 공개한 작업 내역은 수리와 교체의 범위를 알려주지만, 두 표시 방식의 화질이 동등하다는 검증은 담고 있지 않다.
영상도 보존 대상이고, 냉각 장치도 조건이다
복원은 모니터 수를 세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미술관은 작품에 쓰이는 영상 8점을 디지털로 변환·복원하고 냉각 환경도 개선했다. TV가 켜져 있어도 재생할 영상에 문제가 있으면 작품의 움직임은 이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영상 파일이 남아 있어도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관람객에게 보여줄 수 없다.
이 작업을 세 층으로 나눠 보면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모니터의 배열과 외형은 작품이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에 해당한다. 표시 장치와 영상은 화면이 무엇을 어떻게 내보내는지에 해당한다. 냉각 설비는 그 상태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운영 조건이다. ‘보존’이라는 한 단어 안에 물체를 남기는 일, 움직이는 내용을 전달하는 일, 고장을 줄이는 일이 함께 들어 있었다.
다시 켜졌다는 사실과 영구 해결은 다르다
2022년 재가동에 앞서 미술관은 약 6개월 동안 시험 운전을 진행했다. 이는 부품을 교체한 직후의 점등과 실제로 지속 운용하는 일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은 수장고에서 움직이지 않는 물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상영될 때마다 전자 장비가 작동하고, 그 작동 상태 자체가 계속 관리의 대상이 된다.
중고 부품으로 브라운관을 수리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남는다. 확보한 부품 또한 오래된 것이므로 한 번의 복원을 영구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미술관의 설명이다. 이번 선택이 앞으로의 모든 수리 방식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장비 상태와 부품 확보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판단해야 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다익선의 복원 기록에서 눈여겨볼 것은 새 부품의 비율보다 교체의 기준이다. 외형을 남기면서 표시 기술을 바꾼 곳, 브라운관 방식을 이어간 곳, 영상을 디지털화한 곳이 한 작품 안에 공존한다. 2022년 재가동은 모든 것을 새것으로 만든 사건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지 서로 다르게 결정한 결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