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수험생에게 킷캣을 준다. 일본에서 킷캣이 합격 부적이 된 이유.
‘KitKat’과 규슈 방언의 응원 표현이 비슷하게 들리면서 시작된 말장난은 20여 년 뒤 1,250대의 드론까지 띄우는 수험 문화가 됐다.

시작은 광고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킷캣은 시험을 앞둔 학생에게 건네는 일종의 ‘합격 부적’이다. 이유는 상품명 KitKat(キットカット)과 규슈 방언의 “きっと勝つとぉ”, 우리말로 하면 “분명 이길 거야”라는 표현이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네슬레가 처음부터 이 말장난을 계산해 수험생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네슬레 일본은 2026년 공식 자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이 비슷한 발음 때문에 킷캣이 자연스럽게 수험생의 부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2012년 네슬레의 투자자 자료에도 킷캣 수험 캠페인을 두고 아예 “소비자의 입소문에서 탄생한 캠페인”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자료에는 학생들이 시험장에 직접 킷캣을 가져가거나 가족과 친구, 교사가 응원의 의미로 건넸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니까 순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반대에 가깝다.
브랜드가 “킷캣은 합격을 의미합니다”라고 먼저 선언하고 소비자가 따라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상품명에서 우연히 응원 문구를 발견했고 그 행동을 브랜드가 뒤이어 확대했다.
초콜릿 한 개가 수험 문화가 되기까지
네슬레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2003년 이후다.

“キット、サクラサクよ。”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시험 전날 학생들이 묵는 호텔, 시험장으로 향하는 철도와 택시, 원서를 전달하는 우체국부터 대학과 도시, 신사까지 여러 기관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말장난 하나가 포장지 안에 머물지 않고 실제 수험 동선 전체로 확장된 셈이다.
2012년쯤에는 이미 꽤 익숙한 풍경이 돼 있었다.
네슬레 자체 조사에서는 당시 수험생 3명 중 1명이 시험 전에 킷캣을 구매했고, 5명 중 1명은 시험장에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네슬레는 응원 문구를 새긴 초콜릿과 직접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포장까지 별도로 출시했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초콜릿 자체가 특별히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읽는 방식이었다. 영문 브랜드명과 일본의 지역 방언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된 소리가 제품에 전혀 다른 역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역할은 20년 넘게 사라지지 않았다.

2026년에는 드론 1,250대가 날았다
2026년 2월 4일, 네슬레 일본은 야마구치현 호후텐만구(防府天満宮)에서 수험생 응원 드론쇼를 열었다.
동원된 드론은 1,250대. 밤하늘에 만개한 벚꽃과 수험생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그리고, 가수 AI의 공연과 함께 전국으로 생중계하는 행사였다. 네슬레는 이 행사를 20년 넘게 이어온 수험생 응원 활동의 연장선으로 소개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편의점에서 초콜릿 하나를 집어 들며 “이름이 ‘꼭 이긴다’와 비슷하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회사가 만든 슬로건보다 사람들이 먼저 발견한 말장난이 하나의 브랜드 의식으로 커졌다는 사실이다.
지금 일본에서 시험을 앞두고 킷캣을 건네는 모습은 그래서 조금 다르게 보인다.
합격을 기원하는 초콜릿의 시작에는 거대한 마케팅 회의가 아니라, 상품 이름을 자기 방식대로 읽은 소비자들이 있었다.
킷캣과 ‘분명 이길 거야’가 어떻게 이어질까
일본어로 킷캣은 ‘キットカット’라고 읽는다. 규슈 지역에서 사용하던 응원 표현 ‘きっと勝つとぉ’는 발음이 비슷해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제품 이름을 읽는 사람의 언어와 일상 표현이 만났다는 사실이다. 일본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왜 영어 상품명이 시험과 연결되는지 궁금할 수 있지만, 우연히 닮은 소리를 응원에 활용한 사례라고 이해하면 쉽다.
일본 전역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언을 쓴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에서 통용되던 표현이 전국적인 응원 문화로 퍼졌다는 점이 오히려 독특하다. 초콜릿 자체에 합격을 보장하는 특별한 기능이 생긴 것도 아니다. 작은 간식을 주고받는 행동에 ‘잘할 수 있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더하면서 선물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징이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부터 기업의 광고 캠페인이 아니었다는 의미
네슬레는 킷캣이 수험생의 행운을 비는 물건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점을 1990년대 후반으로 설명한다. 학생과 가족이 상품명의 말장난을 먼저 발견했고, 입소문이 널리 퍼진 뒤 기업이 이 흐름을 수험생 응원 캠페인으로 확장했다. 누가 처음으로 킷캣을 합격 부적이라고 불렀는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의 자발적인 사용 방식이 브랜드의 활동에 영향을 줬다는 점은 확인된다.
보통 광고를 생각하면 브랜드가 원하는 의미를 먼저 정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떠올리기 쉽다. 이 사례는 반대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제품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해석하자 기업이 그 의미를 존중하며 학교, 교통수단과 지역 사회로 확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후 모든 마케팅 활동이 자발적인 소비자 행동이었고 기업의 기획이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입소문의 출발과 체계적인 캠페인은 서로 다른 단계다.
벚꽃을 응원 문구에 사용하는 이유
일본에서는 입학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벚꽃이 피는 계절과 가깝다. ‘サクラサク’라는 표현도 문자 그대로 꽃이 핀다는 뜻뿐 아니라 시험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과 연결돼 사용돼 왔다. 네슬레가 ‘キット、サクラサクよ。’라는 응원을 활용한 것은 상품명의 발음과 합격을 의미하는 계절적 이미지를 다시 연결한 것이다.
포장지에 이름과 응원 문구를 적을 수 있게 하면 초콜릿 한 개가 가족이나 친구가 마음을 전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포장에 벚꽃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특정 학교에 합격한다는 믿음이 아니라, 평범한 선물을 시험 전에 건네는 의식이다. 그 작은 행동을 여러 사람이 반복하면서 수험생을 위한 대표적인 선물 가운데 하나로 기억하게 된 것이다.
네슬레의 2012년 조사 수치를 읽을 때
기업의 과거 조사에는 수험생 세 명 중 한 명이 시험 전에 킷캣을 구입했고 다섯 명 중 한 명이 시험장에 가져갔다는 결과가 소개돼 있다. 다만 이 수치는 2012년 전후에 소개된 특정 조사 자료다. 2026년의 전국 모든 수험생에게 같은 비율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거나 구매한 학생 모두가 합격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 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상품이 실제 일상 속 의식으로 사용되는 정도에 대한 단서다. 시험 전에 간식을 구매하는 일과 실제 시험 점수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브랜드 문화의 크기를 말할 때에는 조사 연도와 대상의 범위를 함께 표시해야 숫자를 과장하지 않을 수 있다.
1,250대의 드론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26년 2월 4일 네슬레 일본이 야마구치현 호후텐만구에서 개최한 드론쇼에는 1,250대의 드론이 동원됐다. 호후텐만구는 학문의 신으로 알려진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곳이다. 입시를 앞둔 사람에게 이미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벚꽃과 응원 메시지를 밤하늘에 보여주면서 작은 간식의 상징을 도시 규모의 문화 행사로 확장한 셈이다.
행사에는 가수 AI의 음악이 함께 소개됐고 공식 인스타그램 생중계로 멀리 있는 수험생도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여기서 ‘AI’는 가수의 예명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공연을 진행했다는 뜻이 아니다. 드론 1,250대는 계획된 행사 규모의 수치이지 네슬레가 매년 같은 대수를 띄우거나 모든 해에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는 뜻도 아니다.
일본의 시험 문화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설명하면 안 되는 이유
시험 전에는 신사에서 합격을 기원하거나 행운을 뜻하는 물건을 나누는 등 여러 형태의 응원 문화가 존재한다. 킷캣은 그 가운데 현대적인 상품명과 언어유희가 만나 만들어진 사례다. 일본의 모든 수험생이 킷캣을 반드시 갖고 다녀야 하거나 킷캣을 선물하지 않으면 응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각 가정과 학교, 개인의 생활 방식에 따라 시험을 앞둔 풍경은 다르다.
비슷한 말장난은 다른 음식이나 생활용품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킷캣의 경우 포장에 메시지를 적고 선물하기 쉽다는 점, 대중적인 간식이라는 점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문화 현상을 이해할 때는 기업의 재미있는 마케팅 사례로만 보는 대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어 했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면 좋다.
출처 및 참고자료
- 네슬레 일본 — 2026 수험생 응원 드론쇼·1250대 공식 발표
- 네슬레 일본 — 2012년 수험생 조사·합격 응원 상품 공식 발표
- 드론쇼 제작사 REDCLIFF — 2026년 2월 4일 실제 개최 결과
- 네슬레 일본, 2026년 1월 15일
- Nestlé Investor Seminar, 2012
- 네슬레 일본, 2012년 11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