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작은 주머니는 왜 있을까? 1873년 회중시계에서 시작된 디테일

청바지의 작은 워치 포켓과 회중시계 유래를 소개하는 OPA 기사 이미지

청바지 오른쪽 앞주머니 안쪽에는 손가락 몇 개밖에 들어가지 않는 작은 주머니가 있다. 동전이나 이어폰을 넣기에도 애매해 보이지만, 이 디테일은 현대 디자이너의 장식이 아니다. 원래는 회중시계를 안전하게 넣기 위해 만든 ‘워치 포켓(watch pocket)’이며, 리바이스의 1873년 초기 청바지에도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작은 주머니를 흔히 ‘다섯 번째 주머니’라고 부르지만, 역사적으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 다섯 개 주머니가 표준처럼 자리 잡기까지 청바지의 구조는 여러 번 변했다. 작은 주머니 하나를 따라가면 데님이 작업복에서 일상복으로 바뀌어 온 과정도 읽을 수 있다.

정답은 회중시계…왜 그렇게 작은 주머니가 필요했을까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드 컴퍼니의 공식 데님 용어 사전은 오른쪽 앞주머니 안의 작은 공간을 ‘코인 포켓’ 또는 ‘워치 포켓’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고안한 목적은 회중시계를 보관하는 것이었다. 손목시계가 일상적으로 자리 잡기 전인 19세기에는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시계가 실용적인 소지품이었다.

작은 물건을 큰 주머니에 함께 넣으면 다른 물건과 부딪히거나 꺼내기 어려울 수 있다. 회중시계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하면 시계를 분리해 보관할 수 있었다. 그 시대의 생활 방식에 맞춘 기능적 선택이 오늘날에도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작은 주머니가 ‘동전용’으로도 불리는 이유는 현재의 사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전이라는 별칭이 원래의 발명 목적을 바꾸지는 않는다. 오래된 옷의 디테일은 만들어진 이유와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서로 다를 때 더욱 흥미롭다.

1873년 초기 청바지의 구조와 워치 포켓 역사를 설명하는 참고 이미지

1873년 초기 청바지에도 이미 있었다

리바이스가 설명하는 현대적인 블루진의 출발점은 1873년 5월 20일이다.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가 바지 주머니의 입구를 보강하는 방법에 대해 미국 특허를 받았다. 당시의 바지는 지금처럼 패션 상품으로 불리기보다 허리까지 오는 작업용 바지, 즉 ‘웨이스트 오버롤(waist overalls)’로 알려졌다.

리바이스의 기업 아카이브는 초기 제품에 앞주머니 두 개, 작은 워치 포켓 하나, 뒤주머니 한 개가 있었다고 기록한다. 합치면 네 개다. 손목시계의 보급과 관계없이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디자인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청바지를 발명했다고 해서 당시부터 오늘날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이나 패션 취향을 계획했다는 뜻은 아니다. 입는 사람의 활동을 견디고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작업복 구조가 먼저였고, 그 디테일을 여러 세대가 익숙하게 사용하면서 패션의 고유한 모습으로 남게 됐다.

작은 주머니는 사실 ‘다섯 번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청바지를 세어 보면 앞주머니 두 개, 뒤주머니 두 개, 그리고 오른쪽 앞주머니 속 작은 주머니 하나로 구성된다. 그래서 작은 주머니를 ‘다섯 번째 주머니’라고 부르기 쉽다. 하지만 만들어진 순서대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기 리바이스 청바지에는 뒤주머니가 오른쪽에 하나밖에 없었다. 앞의 세 개를 포함하면 총 네 개였다. 왼쪽 뒤주머니가 추가된 해가 1901년이다. 그러므로 리바이스가 말하는 진짜 ‘다섯 번째 주머니’는 작은 앞주머니가 아니라 나중에 생긴 두 번째 뒤주머니다.

리바이스는 1996년 광고에서도 작은 앞주머니를 ‘다섯 번째 주머니’라고 불렀지만, 뒤이어 자체 아카이브에서 이 표현이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광고 문구가 강렬하다고 해서 디자인의 연대기까지 맞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다.

청바지 주머니 입구의 금속 리벳과 특허 역사를 설명하는 참고 이미지

금속 리벳은 무슨 역할을 했을까

청바지의 앞주머니 가장자리를 보면 작은 구리색 금속 부품을 발견할 수 있다. 리벳(rivet)이다. 1873년 특허의 핵심 역시 주머니가 자주 당겨지고 벌어지는 부위를 금속으로 보강하는 방식에 있었다. 반복되는 움직임에 취약한 부분을 강화해 작업복의 수명을 늘리려는 설계였다.

리바이스의 기업 기록에 따르면 초기 제품에서는 앞주머니와 뒤주머니 모두 리벳으로 고정했다. 그러나 디자인은 그대로 멈추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금속을 아끼기 위해 워치 포켓의 리벳을 빼기도 했고, 뒤주머니 리벳은 가구나 안장을 긁는 문제로 가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점은 청바지 특유의 디테일이 원래부터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작업복의 기능과 사용자 불편, 생산 환경에 맞춰 계속 조정되는 가운데, 작은 주머니의 기본 위치는 긴 시간 유지됐다.

지금 작은 주머니에는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오늘날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면서 회중시계를 넣는 사람은 드물다. 작은 공간에는 동전이나 접은 지폐, 가벼운 작은 소지품을 넣을 수 있지만, 어느 물건이든 반드시 안전하게 들어간다는 뜻은 아니다. 청바지 제품별로 크기와 입구의 깊이, 원단의 신축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튀어나온 열쇠처럼 옷감이나 몸에 압력을 주는 물건은 불편할 수 있고, 너무 작거나 미끄러운 물건은 움직일 때 빠질 가능성도 있다. 작은 주머니를 사용하는 방법에 특별한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목적을 알고 오늘의 생활에 맞춰 쓰면 된다.

디자인의 가치를 현재의 사용 빈도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회중시계는 사라졌지만 워치 포켓은 남아 있다. 그것은 청바지 자체가 단순히 ‘오늘 가장 효율적인 물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형태와 문화적 관습을 갖춘 옷이기 때문이다.

리바이스 청바지 워치 포켓이 지금까지 이어진 배경을 설명하는 참고 화면

왜 지금까지 없애지 않았을까

현대 데님 제품은 허리 높이, 실루엣, 밑단과 세탁 가공이 끊임없이 달라진다. 그러나 워치 포켓과 리벳, 뒤주머니의 배치 같은 요소는 청바지를 청바지답게 인식시키는 디자인 언어가 됐다. 몸에 직접 닿는 옷에서 작은 형태 하나가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리바이스는 501 시리즈의 역사를 설명할 때 워치 포켓의 존재를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언급한다. 물론 다른 브랜드의 모든 데님 제품에 똑같은 크기의 주머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는 필요한 기능과 외관에 따라 생략하거나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청바지의 작은 주머니가 우연히 남은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중시계를 넣던 시대에 필요했던 설계, 작업복의 금속 리벳, 1901년 다섯 번째 뒤주머니의 등장까지 하나의 작은 디테일로 연결된다.

청바지를 보는 새로운 방법

다음에 청바지를 입을 때 오른쪽 앞주머니 위의 작은 입구를 살펴보자. 왜 이만한 크기인지, 왜 리벳이 달렸는지, 왜 뒤주머니 두 개와 함께 지금도 남아 있는지를 알면 익숙한 옷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회중시계라는 물건은 일상의 중심에서 멀어졌지만, 그것을 위해 만든 주머니는 150년 넘게 청바지의 일부로 남았다. 기능에서 태어난 디자인이 기능을 넘어 문화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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