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보는 풍경이 왜 이렇게 이상할까? 마틴 파가 포착한 일상

여행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해변에서 음식을 먹고, 쇼핑한 물건을 자랑하는 일. 너무 평범해서 사진의 주인공이 될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이 영국 사진가 마틴 파(Martin Parr)의 작품에서는 뜻밖에 낯설게 보인다. 얼굴과 음식의 색이 유난히 선명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 뒤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습관이 남아 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는 이러한 시선을 50여 년에 걸쳐 살펴보는 전시다. 2026년 7월 16일 개막해 10월 18일 종료되며, 14개 연작의 사진 약 500점과 사진책 90권이 소개된다. 2025년 12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매그넘 포토스와 마틴 파 재단이 협력했다.
일상을 찍은 사진가가 주목받은 이유
1952년 영국에서 태어난 마틴 파는 1970년대 흑백사진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컬러사진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며 휴양지와 슈퍼마켓, 식당, 거리의 풍경을 자신의 주제로 삼았다. 1994년에는 국제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정회원이 됐다.
그의 작품에 전쟁이나 역사적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적인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의 기념사진과 가족의 휴가, 쇼핑객의 손에 든 물건에서도 사람들의 취향과 계층, 소비 방식이 읽힌다. 파는 강한 색채와 플래시,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촬영으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을 드러냈다. 초기 흑백사진과 이후 컬러사진을 함께 보면 그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마지막 휴양지》는 왜 웃기면서 불편할까
대표 연작 《The Last Resort》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영국 뉴브라이턴에서 촬영됐다. 파는 붐비는 해변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가족, 음식을 먹는 사람들, 낡은 시설과 쓰레기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순간을 기록했다. 아름다운 풍경만 남기는 관광 홍보 사진과는 전혀 다른 휴양지다.
1986년 사진책으로 발표된 이 작업은 큰 주목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왔다. 노동계층의 여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것인지, 그 모습을 조롱한 것인지에 관한 비판이었다. 사진은 실제 장면을 기록하지만, 그중 어느 순간을 고르고 어떤 거리에서 찍을지는 사진가의 선택이다.
이 연작을 볼 때 꼭 한 가지 감정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한편으로는 북적이는 가족 여행의 활기를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 속 사람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질문할 수 있다. 파의 사진이 쉽게 소비되는 농담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작은 세계》와 《상식》, 닮은 듯 다른 두 시선
《Small World》는 세계의 관광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촬영한 연작이다. 이번 서울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 소개된 1991년 〈아크로폴리스, 아테네, 그리스〉에서도 유명한 유적 못지않게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행동이 중요하게 읽힌다.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찾아 먼 곳으로 이동하지만, 도착한 곳에서 비슷한 포즈와 사진을 반복하기도 한다.
반면 《Common Sense》는 소비사회를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다. 음식과 소비재, 몸의 일부를 화면 가득 확대해 익숙한 물건의 표면이 낯설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관광객의 행동을 멀리서 비교하는 《Small World》와 사물의 질감을 바짝 들여다보는 《Common Sense》는 접근이 다르지만,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이어진다.
오늘날 SNS의 여행 인증사진과 음식 사진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가 소셜미디어 문화를 직접 예언했다기보다, 디지털 플랫폼 이전부터 존재했던 관광과 소비의 시각적 습관을 기록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서울과 평양, 그리고 사진 속에 들어간 작가 자신
이번 전시에서는 한반도에서 촬영한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요 작품 목록에는 1997년 〈평양〉과 2004년 〈서울, 대한민국〉이 올라 있다. 해외 관광객을 바라보던 사진가의 시선을 우리가 잘 아는 도시와 사회에 적용해 볼 기회다. 다만 한두 장의 이미지로 한 나라의 일상을 대표한다고 판단하기보다 사진 속 행동과 촬영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이 좋다.
전시의 마지막에 놓인 《Autoportrait》는 특히 흥미롭다. 파는 세계 곳곳의 사진관과 관광지에서 직접 자신의 사진을 찍히며, 다른 사람을 바라보던 관찰자에서 사진 속 대상이 된다. 《Death by Selfie》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문화를 다룬다면, 《Autoportrait》에서는 작가 자신도 그 문화의 일부가 된다.
전시 제목인 ‘We Are Martin Parr’가 가리키는 것도 이런 관계다. 사진 속 사람들을 멀리서 평가하기보다, 비슷한 행동을 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라는 제안으로 읽을 수 있다.
사진책 90권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이번 전시에는 사진 약 500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초기 흑백 작업부터 후기 컬러사진까지 14개 연작을 따라가면서 사진책 90권을 살펴볼 수 있다. 파는 촬영뿐 아니라 사진책을 편집하고 수집하는 일에도 오랫동안 관여했다.
사진 한 장에서는 우연히 포착된 인물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비슷한 행동을 담은 여러 장을 한 권의 책에서 연달아 보면 개인의 순간이 사회적 습관처럼 드러난다. 전시장 벽에 걸린 작품을 본 뒤 책의 배열과 크기, 페이지의 리듬까지 비교해 보면 좋다. 사진책이 작품의 단순한 복사본이 아니라 별도의 감상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10월 18일 종료, 무료 관람과 예약 확인 방법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의 마지막 날은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이다. 장소는 서울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며 창동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3분 거리다. 전시 공간은 2층 영상홀과 전시실, 3층 전시실에 걸쳐 있다.
평일 화~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관람 종료 한 시간 전 입장을 마감하므로 마지막 날에는 오후 6시까지 입장해야 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도슨트 해설은 공식 안내상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에 운영한다. 일정은 현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방문 날짜와 시간, 인원을 고르는 사전예약 메뉴가 마련돼 있다. 무료 관람이라고 예약 없이 언제나 입장할 수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방문 전 공식 전시 페이지에서 예약 및 입장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실시간 예약 잔여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2층에서는 《The Last Resort》와 《Small World》처럼 여가와 소비를 기록한 연작을, 3층에서는 《Common Sense》와 남북한 관련 작업, 《Autoportrait》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을 보고 웃은 다음 왜 웃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 경험이 이번 회고전을 끝까지 볼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