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모스부터 알렉산더 맥퀸까지. 90년대 영국은 왜 특별했을까

케이트 모스의 분홍색 머리, 알렉산더 맥퀸의 날카로운 의상, 밤새 춤추던 클럽의 사람들. 서로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1990년대 영국에서는 패션, 사진, 미술과 음악이 자주 같은 장소와 잡지에서 만났다. 런던 테이트 브리튼의 《The 90s: Art and Fashion》은 그 연결을 살피는 전시다. 2026년 10월 8일 개막해 2027년 2월 14일까지 열리며, 약 70명의 예술가·사진가·디자이너가 남긴 작품 100점 이상을 소개한다.

기획에는 영국 보그 전 편집장 에드워드 에닌풀(Edward Enninful)과 테이트 큐레이터 팀이 참여했다. 에닌풀은 18세에 패션 잡지 i-D의 패션 에디터가 됐고, 1990년대 창작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이 전시는 한 시대의 유명한 이름을 나열하는 것보다, 누가 이미지를 만들고 유통했으며 그 이미지가 누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는지를 보는 편이 더 흥미롭다.

전시 기간과 관람료, 무엇부터 확인할까

전시장소는 테이트 모던이 아닌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이다. 주소는 Millbank, London SW1P 4RG. 일반 개관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전시는 미술관 메인 플로어에서 진행된다. 일반 입장료는 22파운드다. 테이트 회원은 무료이며, 만 16~25세는 Tate Collective 가입 후 5파운드 티켓을 이용할 수 있다. 예약 가능한 날짜와 기타 할인 조건은 공식 예매 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시에는 강한 언어 표현과 약물 사용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일부 공간에서는 폭력적인 죽음을 그래픽하게 표현한다. 휠체어 이용객 등을 위한 계단 없는 입구는 Atterbury Street에 마련돼 있다. 실제 관람을 고려한다면 이런 안내를 먼저 확인하고 작품을 살피는 편이 좋다.

케이트 모스의 사진과 i-D는 무엇을 바꿨나

전시를 대표하는 사진 가운데 하나는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가 1998년 촬영한 〈Young Pink Kate, London〉이다. 분홍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펼치고 침대에 누운 케이트 모스는 의상과 자세를 빈틈없이 통제한 광고 이미지와 다르게 보인다. 평범한 방과 사적인 순간을 연상시키는 연출이 패션 사진의 소재가 된 것이다.

코린 데이(Corinne Day), 나이절 샤프런(Nigel Shafran), 데이비드 심스(David Sims)처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 사진가도 당시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들이 모두 같은 미학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매끄럽게 제시하는 방식 외에도, 거칠고 불완전해 보이는 이미지가 패션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안티패션’은 옷에 관심이 없다는 뜻보다 기존의 표현 규칙을 의심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그런 사진을 새로운 독자에게 전달한 통로가 i-D와 Dazed & Confused 같은 잡지였다. 에디터는 모델과 디자이너뿐 아니라 낯선 사진가와 거리의 문화를 골라 지면에 실었다. 지금은 온라인 피드가 맡는 발견과 편집의 일부를 당시에는 잡지가 수행했다. 다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진 역시 찍는 사람의 시선과 편집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상업적 이미지에 대한 반발이 다시 유행이 되는 모순도 그 안에 있었다.

맥퀸의 런웨이는 어떻게 미술과 만났을까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은 옷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를 극적인 공연으로 만든 디자이너다. 신체와 권력, 폭력의 이미지를 끌어온 그의 런웨이는 아름다운 옷만을 보여주려는 전통적인 패션쇼와 다른 긴장감을 만들었다. 전시에는 맥퀸뿐 아니라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후세인 샬라얀의 작업도 소개된다.

하지만 네 사람을 모두 ‘예술 같은 패션’이라는 한 문장으로 묶으면 중요한 차이가 사라진다. 웨스트우드는 역사적 옷차림과 펑크 문화를 재해석했고, 갈리아노는 연극적 연출과 역사적 이미지를 활용했다. 샬라얀은 일상의 물건과 구조, 기술을 옷의 아이디어로 삼았다. 이들이 옷의 실루엣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생각까지 움직이려 했다는 점이 서로 닿는다.

그렇다고 미술과 패션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판매와 착용을 전제로 하는 옷, 미술관에서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은 서로 다른 맥락에 놓인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차이를 없애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순간을 작품으로 비교할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클럽의 사진은 런웨이에서 보이지 않는 무엇을 보여주나

1990년대 영국의 스타일은 패션쇼장 밖에서도 만들어졌다. 애시드 하우스, 정글, 드럼 앤 베이스, 힙합을 즐기던 클럽과 레이브 현장에서는 음악 취향과 옷차림이 함께 움직였다. 테이트가 소개하는 마크 레키(Mark Leckey)의 1999년 영상 〈Fiorucci Made Me Hardcore〉는 기존 영상 자료를 재구성해 영국의 댄스 문화와 그 속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빈카 페테르센(Vinca Petersen)이 남긴 레이브와 프리파티의 기록, 노름스키와 에디 오처가 촬영한 음악 현장 사진은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과 다른 종류의 패션 역사다. 어떤 옷이 많이 팔렸는지보다 누가 어디에서 누구와 모였고 어떻게 자신을 표현했는지가 보인다. 청년들이 입은 옷과 몸의 움직임은 소속감을 드러내는 언어였다.

이 문화가 언제나 제약 없는 자유였던 것은 아니다. 동시에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장소와 장면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달랐다. 클럽 사진을 향수 어린 파티 장면으로만 보면 이 시대가 실제로 품고 있던 갈등을 놓칠 수 있다.

‘쿨 브리타니아’의 화려함 뒤에 남은 문제

1990년대의 영국 문화는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라는 말로 자주 요약된다. 하지만 새로운 예술가와 패션 이미지가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인종차별과 불평등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전시에 포함된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의 1998년 작품 〈No Woman, No Cry〉는 그 사실을 되짚게 한다.

이 그림은 1993년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숨진 스티븐 로런스와 어머니 도린 로런스를 기리는 작품이다. 스티브 맥퀸의 1993년 영상 〈Bear〉, 에이즈 위기의 영향을 다룬 하마드 버트의 작업 역시 당대를 단순한 낙관과 스타일의 시기로 기억하지 않게 한다. 오즈월드 보텡처럼 영국식 테일러링을 새롭게 해석한 흑인 디자이너들의 활동도 당시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빠뜨릴 수 없다.

따라서 이 전시는 ‘1990년대는 모두에게 자유로운 시대였다’고 결론 내리는 방식보다 누가 새로운 영국의 얼굴로 선택됐고, 누가 그 화면 밖에 남았는지 질문하며 보는 편이 적절하다.

전시를 둘러싼 엇갈린 평가까지 함께 볼 이유

이 전시가 모두에게 호평받은 것은 아니다. 가디언의 미술평론가 조너선 존스는 10월 6일 리뷰에서 전시가 패션 사진을 앞세우면서 현대미술 작품을 깊이 있게 다룰 여지를 줄였다고 비판했다. 이는 그의 비평적 판단이지, 전시의 객관적인 결함이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런던 공식 관광안내 사이트 Visit London의 프리뷰는 패션, 사진, 문화와 정체성의 연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 시선의 차이는 전시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있다. 미술 작품 하나하나의 역사적 맥락을 깊이 파고들고 싶을 수도 있고, 그 시절의 창작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풍경을 보고 싶을 수도 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두든, 유명 인물의 사진에만 머무르지 않고 작품이 놓인 시대와 그것이 다루는 문제를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케이트 모스의 사진이 패션에 관한 고정관념을 흔들고, 맥퀸의 의상이 런웨이를 연극처럼 바꾸고, 클럽의 기록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스타일을 남겼다. 동시에 오필리와 다른 작가들은 그 시대의 화려한 이미지가 감추기 쉬운 현실을 드러냈다. 《The 90s: Art and Fashion》의 가치는 1990년대가 얼마나 멋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만 있지 않다. 어떤 이미지를 오늘까지 기억하고, 그 이미지에서 무엇을 놓쳤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데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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