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톤 체어 소재가 바뀌어도 S자 곡선은 남았다

익숙한 S자 실루엣만으로는 팬톤 체어의 소재 변천을 읽기 어렵다. 베르너 팬톤의 공식 아카이브는 이 의자가 네 종류의 플라스틱과 서로 다른 생산 기술을 거쳤다고 설명한다. 같은 디자인의 의자라도 어느 시기에 무엇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표면과 하부 구조를 따로 살펴야 한다.
박물관의 작품 정보에서 ‘디자인 연도’와 ‘제작 연도’가 서로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자인은 하나의 구상이 발전한 시간을 가리키지만, 소장품은 그 구상을 특정 재료로 생산한 개별 물건이다. 팬톤 체어를 디자인사의 한 장면으로 보는 일과 눈앞의 의자가 어떤 물건인지 알아보는 일은 같은 질문이 아니다.
1967년이라는 한 줄 아래의 네 재료
1967년 8월 대중에게 공개된 팬톤 체어의 초기 생산품은 유리섬유로 보강한 폴리에스터 수지를 성형하고 색을 칠한 것이었다. 이후 1968~1971년에는 경질 폴리우레탄 폼에 도장한 버전이 생산됐다. 멀리서 비슷한 외곽선을 보더라도, 그 외곽선을 구현한 내부 재료는 달랐다.
1971~1979년의 세 번째 버전에는 Luran S라는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공식 아카이브는 이 시기의 특징으로 좌판에서 받침으로 꺾이는 부분 아래의 리브를 든다. 리브는 하부에 솟은 띠 형태의 구조다. 같은 S자 의자라도 정면의 윤곽뿐 아니라 아래쪽을 살펴야 생산 버전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사례다.
1979~1983년에는 생산 공백이 있었다. 1983년에는 도장한 경질 폴리우레탄 폼 버전의 생산이 재개됐고, 이 계열은 1999년부터 팬톤 체어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같은 1999년에 착색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네 번째 버전도 등장했다. 따라서 ‘클래식 다음에 새 제품으로 완전히 교체됐다’는 일직선의 연표로 읽으면 두 계열의 관계를 놓치게 된다.
색을 입힌 표면과 색이 든 재료
이 변천에서 먼저 구별할 것은 곡선보다 색의 위치다. 공식 기록은 초기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 버전을 도장한 재료로, 폴리프로필렌 버전을 착색된 재료로 적는다. 하나는 성형한 몸체에 칠을 더하고, 다른 하나는 색이 든 플라스틱으로 몸체를 만든다는 차이다. ‘같은 색 의자’라는 표현은 이 생산상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정면에 남은 곡선과 아래쪽에서 달라진 리브를 함께 보면, 실루엣을 이어가는 동안 생산 방식은 달라졌다는 점이 드러난다. 실루엣은 디자인을 알아보는 단서지만, 생산 버전을 설명하는 정보는 그 아래에도 있다.
공식 아카이브는 소재 변경의 이유에 경제적 요인과 미적 요인이 함께 있었다고 밝힌다. 그러므로 모든 변화를 원가 절감 하나로 설명하거나, 새 재료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전 재료의 실패를 단정할 수 없다. 디자인의 지속은 원재료를 영원히 고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여러 재료로 같은 구상을 다시 구현하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졌다.
박물관 라벨에 시간이 두 번 적힌 까닭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소장품 MPA-1002-02는 디자인 시기를 약 1956~1967년, 제작 시기를 1990년 이후로 기재한다. 재료는 도장한 경질 폴리우레탄 폼이다. 이 세 항목을 함께 읽으면 1960년대에 구상된 디자인이 1990년 이후에도 특정 소재로 생산됐다는 뜻이 된다. 두 날짜 가운데 하나가 틀렸다고 볼 이유가 없다.
디자인 시기만 인용하면 이 소장품을 1960년대의 실제 생산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 반대로 제작 시기만 읽으면 1990년대에 처음 구상된 디자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라벨의 날짜는 연표 장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질문의 답이다. ‘언제 고안됐나’와 ‘이 물건은 언제 만들어졌나’를 나누어야 소장품의 재료 정보도 제자리를 찾는다.
공식 아카이브의 디자인 기간은 1957~1967년이고, 박물관은 약 1956년부터로 잡는다. 아카이브도 1956년 무렵의 실험 가능성을 언급한다. 이런 기록을 한 개의 ‘탄생 연도’로 압축하면 스케치와 모형, 개발, 공개, 생산이라는 서로 다른 사건이 한 날짜에 섞인다. 꼭 단일 연도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각 기록이 무엇의 시간을 말하는지 보존하는 편이 정확하다.
소재는 감상의 단서이지 감정서가 아니다
빈티지 가구를 보거나 전시를 읽을 때에는 외곽선, 소재, 마감, 하부 구조, 제작 기록을 따로 묻는 편이 유용하다. S자 형태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그 형태가 어떤 생산 버전으로 구현됐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팬톤 체어 클래식과 폴리프로필렌 버전도 이 기준으로 보면 ‘옛것과 새것’보다 명료하게 구별된다.
그러나 소재나 리브만으로 진품 여부를 판정할 수는 없다. 개별 물건의 출처와 표시, 제작 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 한 장을 감정서처럼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글의 비교는 공식 생산사를 읽는 방법이며, 중고 제품의 진위나 상태를 보증하는 절차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