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은 없앴지만 전용 머신은 남았다

어두운 바닥 위 빈 금속 캡슐 용기와 분쇄 커피를 나란히 놓은 개념 이미지. 실제 타블리 제품의 모습이 아니다.
커피와 캡슐 외피의 관계를 표현한 개념 이미지. 실제 타블리 제품의 모습이 아니다.

캡슐 커피를 한 잔 내리고 나면, 커피를 담았던 작은 용기도 하나 남는다. 라바짜 타블리(Tablì)는 이 용기를 없애고 분쇄 커피를 눌러 만든 ‘탭’을 전용 머신에 넣는 시스템이다. 라바짜는 탭을 코팅 없는 100% 커피로 설명한다. 다만 캡슐이 사라졌다는 말이 포장과 기기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타블리는 2026 서울디자인어워드의 Best of Best에 선정됐고 designboom 특별상도 받았다. 수상 목록의 대상인 Grand Prize와는 구분된다. 이 디자인을 읽는 데에는 수상 명칭보다 더 중요한 구분이 있다. 한 잔마다 쓰던 캡슐의 외피, 여러 잔 분량을 담아 파는 포장, 반복해서 쓰는 머신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다.

커피를 감싸던 외피와 판매 포장은 다르다

서울디자인어워드의 작품 소개는 탭에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코팅과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커피가 용기 안의 내용물로만 남는 대신, 기기에 넣을 수 있는 하나의 형태가 된다. 라바짜의 공식 FAQ는 분쇄 커피를 눌러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 탭을 소비자에게 건네는 과정에는 여전히 포장이 있다. 라바짜 이탈리아의 공식 FAQ에 따르면 판매용 상자와 탭을 담는 트레이는 종이이고, 트레이 위에는 신선도를 보존하기 위한 플라스틱 필름이 붙는다. 추출할 때 커피를 감싸는 캡슐 용기는 없지만, 보관과 운반을 위한 재료까지 없앤 구성은 아니다.

한 잔마다 머신에 함께 넣던 외피와 여러 탭을 보관하는 포장은 쓰이는 단위가 다르다. 타블리는 앞의 용기를 없앴지만 뒤의 포장은 남겨뒀다. 이를 한데 묶어 ‘완전 무포장’이라고 부르면, 실제로 줄인 부분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전용 머신은 남아 있다

공식 제품 페이지는 타블리 머신을 타블리 탭 전용이라고 명시한다. 캡슐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임의의 커피 덩어리나 다른 방식의 소모품을 넣어도 되는 기기가 된 것은 아니다. 커피의 형태가 바뀌어도 그 형태를 받아들이는 장치와의 짝은 유지된다.

이 지점에서 타블리는 손으로 커피 양을 재고 직접 추출하는 방식과도 갈린다. 사용자가 정해진 단위의 커피를 기기에 넣는 구조를 남겨둔 채, 그 단위를 만들던 재료 구성을 바꿨다. 캡슐의 편의 전체를 포기해야만 외피를 줄일 수 있는지 묻고, 커피와 머신을 한 쌍으로 다시 설계한 사례로 읽을 수 있다.

기기를 돌보는 일도 남는다. 제품 사양에는 분리형 물통과 물받이, 사용한 탭을 모으는 용기, 석회 제거 알림이 적혀 있다. 매번 버리는 외피가 없어졌어도 물을 채우고 잔여물을 비우며 머신을 관리하는 과정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작은 소모품의 변화와 오래 쓰는 기기의 관리는 서로 다른 시간표를 가진다.

포장을 연 다음의 시간까지 보기

이탈리아 FAQ는 탭 포장을 개봉한 뒤 냉장에서는 최대 45일, 실온에서는 최대 14일까지 보관하도록 권한다. 해당 시장 제품에 대한 안내다. 여러 잔 분량의 포장을 열었다면 다음 잔까지의 간격도 관련된다. 외피 없는 커피를 비교할 때는 추출하는 순간뿐 아니라, 남은 탭을 보관하는 조건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버리는 방법은 재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라바짜는 이탈리아 FAQ에서 사용한 탭을 유기성 폐기물 수거로 보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종이와 플라스틱 포장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조건을 확인해 분리하도록 덧붙인다. 이 해외 안내를 한국의 음식물쓰레기 배출 지침으로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 커피로만 만들었다는 재료 정보와, 거주지에서 어느 수거 경로로 받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머신도 한 잔의 잔여물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수상작 소개는 재생 플라스틱 사용과 저전력, 수리 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 기존 머신을 교체하는 편이 환경에 더 낫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기기를 얼마나 오래 쓰는지, 수리할 수 있는지, 사용을 마친 뒤 어떻게 처리되는지까지 확인해야 비교가 된다.

타블리를 두고 먼저 할 질문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가”보다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덜 쓰는가”에 가깝다. 탭의 외피를 줄인 성과는 그 자리에서 평가할 수 있다. 판매 포장과 전용 머신에 남은 과제까지 그 성과로 대신 답하지 않는다면, 작은 커피 한 잔에서도 디자인이 바꾼 부분과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을 함께 볼 수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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