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 인쇄, 색이 어긋난 건 실수일까

컬러 도형이 인쇄된 종이가 놓인 리소그래프 장비의 실제 모습. 리소 인쇄 공정을 보여 주는 참고 사진으로, 특정 스튜디오의 작품이나 색 어긋남의 의도를 증명하지 않는다.
사진: Quinn Daedal(quinn.anya), Risograph printing, CC BY-SA 2.0.

리소 인쇄에서 두 색의 가장자리가 어긋났다고 모두 실수인 것도, 모두 의도한 멋인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색을 겹쳐 만든 부분, 인쇄 중 색판의 위치가 조금 달라진 부분, 그 차이를 덜 보이게 설계한 부분을 나눠 봐야 한다. 같은 종이 위의 겹침이라도 생겨난 이유와 맡은 역할이 다르다.

리소그래프(Risograph)로 만든 포스터나 작은 책을 볼 때 이 구별은 유용하다. 색이 만나는 곳에서 새로운 색조를 만드는 것과, 맞닿아야 할 윤곽 사이로 종이의 흰색이 드러나는 것은 같은 현상이 아니다. 약간의 흔들림을 좋아한다는 말만으로는 어떤 그림을 준비하고 무엇을 조정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한 장의 그림을 색마다 나눠 찍는다

제조사 RISO의 기술 설명에 따르면 리소그래프는 열을 이용해 마스터라 부르는 얇은 판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을 통해 잉크를 종이로 전달한다. 마스터는 잉크 드럼을 감싸며 종이가 드럼 아래를 지나갈 때 인쇄된다. 화면의 색을 그대로 한꺼번에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잉크가 지나갈 자리와 지나가지 않을 자리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일리노이대학교의 리소 인쇄 가이드는 인쇄할 색마다 별도의 회색조 이미지를 준비하도록 설명한다. 파일이 검정과 회색으로 보이더라도 실제 출력은 그때 사용하는 잉크 색으로 이루어진다. 색을 분리한 파일은 완성 이미지의 흑백 복사본이 아니라, 특정 잉크가 어디에 얼마나 나타날지를 지정하는 자료다.

이 색별 이미지들을 같은 종이 위에서 맞추는 작업이 판맞춤, 즉 레지스트레이션(registration)이다. 다만 색 하나마다 반드시 종이를 다시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인쇄 스튜디오 모니커 프레스(Moniker Press)는 두 드럼을 갖춘 MZ990으로 한 번의 통과에 두 색을 인쇄한다고 설명한다. 장비와 색 수에 따라 통과 횟수는 달라져도, 서로 다른 색의 위치를 맞춰야 한다는 문제는 남는다.

가상의 포스터에서 파란 원과 분홍 원을 겹쳐 다른 색조를 만든다고 하자. 이것은 오버프린트(overprint), 곧 겹쳐 찍기의 설계다. 두 원이 정확한 위치에 찍혀도 겹침은 존재한다. 반면 원 하나가 예정된 자리에서 이동하면 겹치는 면적과 윤곽이 달라진다. 색의 관계를 정하는 일과 그것을 종이에 옮길 때 생기는 위치 차이는 별개다.

겹침을 만드는 일과, 어긋남을 감추는 일

예를 들어 분홍 면을 검은 윤곽선으로 둘러싼 그림을 상상해 보자. 두 색의 경계가 빈틈없이 맞아야만 성립하도록 파일을 만들면, 인쇄 위치가 조금 달라질 때 종이의 흰 틈이 드러날 수 있다. 이때 한쪽 색의 영역을 경계 너머로 조금 연장해 겹침의 여유를 두는 것이 트래핑(trapping)이다. 대학 가이드는 이를 판맞춤이 조금 고르지 않아도 흰 틈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소개한다.

오버프린트와 트래핑은 모두 색을 겹치게 할 수 있지만 독자가 보는 목적은 다르다. 앞에서는 겹친 영역 자체를 보여 주려 하고, 뒤에서는 경계의 틈이 덜 보이도록 여유를 만든다. 그래서 겹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표현 효과인지 보정인지 정할 수 없다. 어느 영역을 강조하고 어느 경계를 안정시키려 했는지 원본 파일이나 제작 설명과 함께 봐야 한다.

모니커 프레스는 색 사이의 작은 위치 차이를 리소 인쇄의 미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차이를 덜 드러내고 싶다면 트래핑을 쓰도록 권한다. 편차를 즐기는 태도와 결과를 조정하는 작업이 같은 스튜디오 안에 함께 있는 셈이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무 결과나 의도한 작품으로 선언한다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 단계에서 윤곽선을 일부러 비껴 놓을 수도 있고, 인쇄 과정에서 생긴 이동을 결과의 일부로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완성된 한 장만 보고 두 경우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원래 파일에서 이미 떨어져 있었는지, 같은 판으로 찍은 여러 장에서 위치가 달라지는지, 제작자가 무엇을 유지하기로 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다. 어긋난 모습은 관찰할 수 있어도 작가의 의도까지 자동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화면에서 겹친 색과 종이에서 만난 잉크는 다르다

겹침을 설계했다고 그 결과 색을 모니터에서 완전히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래스고의 리소 스튜디오 리소토(RISOTTO)는 인쇄 시뮬레이터와 디지털 목업을 제공하지만, 실제 결과를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인쇄 샘플을 볼 수 있는 별도의 경로도 안내한다. 화면의 합성은 계획을 검토하는 도구이지, 종이에 찍힌 잉크의 색을 보증하는 견본은 아니다.

모니커 프레스 역시 디지털 교정본과 실물 잉크의 색이 다를 수 있으며, 잉크 배치나 장비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알린다. 따라서 파랑과 분홍을 겹치면 언제나 화면 속 특정 보라색이 나온다는 식의 약속은 피해야 한다. 잉크와 종이의 실제 조합을 확인하는 일이 파일에서 겹침을 켜는 작업과 별도로 남는다.

리소 포스터를 읽을 때는 먼저 넓게 겹친 영역과 가느다란 경계를 따로 살펴보면 좋다. 넓은 겹침이 그림의 구조를 만드는지, 윤곽 주변에 흰 틈이나 색 띠가 보이는지 관찰한다. 다음으로 작가나 스튜디오의 제작 설명을 찾아 그 모습이 계획한 배치인지 허용한 편차인지 확인한다. 자료가 없다면 색의 위치가 어긋나 보인다는 관찰과,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는 해석을 분리해 두면 된다.

직접 인쇄를 맡긴다면 원하는 겹침과 원하지 않는 틈을 다른 말로 전달할 수 있다. 두 색을 겹쳐 색조를 만들고 싶은 영역, 가독성을 위해 경계를 안정시키고 싶은 글자, 실물 샘플로 확인하고 싶은 색 조합을 나눠 보여 주는 식이다. 어긋나도 괜찮다는 한마디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일지 설명하는 편이 제작 방향을 분명하게 한다.

리소 인쇄의 매력은 오차를 전부 지워야 한다거나 전부 예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양자택일에 있지 않다. 색을 나누고 겹치는 계획과, 종이가 지나가며 생기는 차이를 함께 다루는 데 있다. 작은 어긋남을 발견했을 때 실수냐 스타일이냐부터 정하기보다, 이 겹침이 그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으면 한 장의 인쇄물이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출처 및 참고자료

RISO — 디지털 공판인쇄의 마스터와 잉크 드럼

University of Illinois — Riso Print Guide, 분판·판맞춤·트래핑

Moniker Press — 장비, 인쇄 편차와 색상 안내

RISOTTO Studio — 시뮬레이션과 실물 샘플에 관한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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