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버린 바나나 껍질인 줄 알았는데, 흙으로 만든 도자기였다. Amiee Byrne
찌그러진 캔부터 담배꽁초와 낡은 곰인형까지, Amiee Byrne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자세히 보지 않는 물건을 흙으로 다시 만든다.

바닥에 떨어진 바나나 껍질처럼 보인다.
검게 변한 얼룩도 있고, 축 늘어진 표면도 영락없이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다. 그런데 이 바나나는 썩지 않는다. 전부 흙으로 만들어 구운 도자기이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 크리에이티브 Amiee Byrne이 만드는 것은 우리가 보통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는 물건들이다. 낡은 테니스공, 찌그러진 음료 캔, 돌돌 감긴 연장선, 사용한 테이프, 담배꽁초, 축 처진 곰인형까지. 형태뿐 아니라 얼룩과 주름, 때 묻은 표면까지 재현해 멀리서 보면 원래 물건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도자기는 우연히 시작됐다
처음부터 도예가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Byrne은 콘셉추얼 아트 디렉션과 스타일링, 소품 제작을 해왔다. 멜버른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뒤 자동차가 없었던 그는 도시를 자주 걸어 다녔고, 그러다 우연히 한 커뮤니티 도예 스튜디오를 발견했다. 창문 너머를 들여다본 뒤 수업에 등록한 것이 도자기 작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만드는 전형적인 핀치 포트에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 대신 당시 살던 로프트에 매달 수 있는 감자칩 모양의 모빌을 흙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주름진 감자칼까지 가져와 시도했지만 처음에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있던 물건을 직접 손으로 구현하고, 원하는 질감을 만들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 빠져들었다고 Byrne은 설명한다.
그리고 그 관심은 점점 더 평범한 물건으로 향했다.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
Byrne이 특히 끌리는 것은 새것이 아니다.
한동안 사용하다 버린 물건, 길가에 떨어져 있는 것, 집 안에 있지만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이다. 그는 작품에 이미 한 번의 삶을 살아온 듯한 흔적이 있기를 바라며, 버려진 사물을 작품으로 만들어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완벽하게 깨끗한 바나나나 새 테니스공을 만들지 않는다.
《BA NA NA》에는 검은 반점이 올라오고, 테니스공은 이미 여러 번 바닥을 구른 듯 낡아 있다. 전선은 사용하다 아무렇게나 말아둔 모습이고, 테이프에는 손때와 구겨진 흔적까지 남는다. 공식 포트폴리오에도 담배꽁초, 오래된 테니스공, 호스, 전선, 반창고처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법한 사물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도구조차 일상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Byrne은 원하는 표면을 만들기 위해 집 안의 물건이나 버려진 물건을 직접 도구로 바꿔 사용한다. 고양이 스크래처의 거친 표면을 재현할 때는 파스타 도구와 산업용 감자 으깨기, 오래된 책 프레스까지 시험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국 손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Yes Smoking》에서는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이 더 잘 드러난다.
재떨이를 가득 채운 것은 얼핏 보면 모두 피우다 버린 담배다. 필터의 색과 타버린 끝부분은 물론 일부에는 립스틱 흔적까지 남아 있다. Byrne은 이 흔적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입술에 유약을 묻힌 뒤 각각의 도자기 담배에 자국을 냈다.
실제로 그의 담배 작업은 구부러지고, 밟히고, 립스틱이 묻고, 끝까지 타들어간 모습처럼 담배가 버려지기까지 생기는 다양한 상태를 반복해서 관찰하고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쓰레기를 예쁘게 만드는 작업은 아니다
Byrne의 작업이 재미있는 건 평범한 쓰레기를 반짝이는 오브제로 바꿔놓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버려졌던 모습 자체를 그대로 남긴다.
바나나는 여전히 썩은 바나나처럼 보이고, 담배꽁초는 여전히 누군가 길에 버렸을 법한 담배꽁초다. 찌그러짐이나 얼룩을 지워 작품답게 정리하는 대신, 원래라면 가치 없다고 판단했을 흔적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조금 이상한 역전이 생긴다.
평소라면 몇 초도 바라보지 않을 담배꽁초와 바나나 껍질을, 이번에는 어디까지가 흙이고 어떻게 저 질감을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Amiee Byrne이 다시 만드는 것은 버려진 사물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 사물을 바라보는 시간까지 다시 만들어놓고 있는 셈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 Amiee Byrne 공식 포트폴리오
- It’s Nice That — Amiee Byrne 인터뷰 및 작업 소개
- Vanity Fair — Amiee Byrne 작업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