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Gucci), 뎀나의 2027 봄 컬렉션 공개. 43개 런웨이 룩

뎀나(Demna)가 이끄는 구찌(Gucci)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됐다. 2027 봄·여름 컬렉션은 실제 구찌 매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진행됐으며, 여성복 43개 룩을 통해 클래식한 테일러링부터 반항적인 프레피 스타일, 관능적인 이브닝웨어까지 폭넓은 디자인을 보여줬다.

뎀나의 구찌가 다음 시즌으로 넘어갔다. 2027 봄 컬렉션의 43개 런웨이 룩이 공개됐다.

2026년 9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구찌의 2027 봄·여름 컬렉션이 공개됐다. 쇼는 밀라노 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따라 현지시간 오후 2시, 한국시간 오후 9시에 열렸다.

이번 컬렉션의 제목은 ‘The Store Show’다.

뎀나는 실제 명품 매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무대로 선택했다. 의상을 보여주는 런웨이를 넘어,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표현하려는 시도였다.

2025년 구찌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 선임된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온 뎀나에게도 이번 쇼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초기 컬렉션에서 탐색했던 브랜드의 역사와 이미지를 하나의 시즌 안에 보다 구체적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뎀나는 구찌에 합류한 뒤 무엇을 바꿨을까

뎀나의 구찌 합류가 공식 발표된 날짜는 2025년 3월 13일이다. 그는 같은 해 7월부터 아티스틱 디렉터 역할을 맡았으며, 약 10년 동안 이끌었던 발렌시아가를 떠나 구찌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책임지게 됐다.

당시 가장 큰 관심은 뎀나의 독창적인 디자인 방식이 구찌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있었다.

발렌시아가 시절 뎀나는 과장된 실루엣, 일상복의 새로운 해석, 기존 패션 관습을 뒤집는 연출로 주목받았다. 반면 구찌는 1921년 피렌체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가죽 제품과 승마 문화에서 비롯된 장식, 이탈리아식 럭셔리라는 오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두 디자인 세계가 만났을 때 무엇이 유지되고 어떤 부분이 달라질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

뎀나는 2025년 9월 공개한 ‘La Famiglia’를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구찌의 다양한 인물상을 소개했다. 이후 2026년 2월 ‘Gucci Primavera’,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선보인 ‘GucciCore’ 등으로 그 해석을 확장했다.

이번 2027 봄·여름 컬렉션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등장했다.

과거의 상징적인 요소를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서로 다른 시대의 구찌를 현대적인 옷차림으로 연결하려는 방향이 더욱 선명해졌다.

매장을 런웨이로 만든 ‘The Store Show’

이번 쇼에서 의상만큼 주목할 만한 요소는 무대였다.

구찌는 밀라노의 대형 컨벤션 공간을 고급 부티크처럼 꾸몄다. 매장 특유의 진열 방식과 낮은 벨벳 좌석, 상품을 전시하는 공간적 구성을 활용해 관객들이 실제 구찌 매장 안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 로고를 배경에 크게 배치하는 연출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패션쇼에서는 모델이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걷고, 관객은 의상을 감상한다. 반면 이번 쇼는 매장이라는 친숙한 장소를 활용하면서 런웨이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고객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단정한 옷차림의 인물과 개성 강한 스트리트웨어를 입은 인물, 화려한 장신구를 더한 인물이 같은 공간을 지나간다.

이러한 구성은 구찌가 하나의 취향으로만 설명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메시지와 연결된다.

누군가에게 구찌는 정교한 수트와 가죽 제품으로 기억된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담한 패턴이나 로고, 화려한 액세서리가 더 익숙할 수 있다.

뎀나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서로 분리하기보다 하나의 매장 안에 공존하도록 만들었다.

43개 여성복 룩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할 부분은 실루엣의 다양성이다.

Vogue Runway에 공개된 여성복 갤러리에는 총 43개의 룩이 담겼다. 남성복은 별도의 갤러리에서 40개 룩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복에서는 정교하게 재단된 재킷과 트렌치코트, 몸의 형태를 강조하는 드레스, 체크무늬 스커트와 캐주얼한 상의를 조합한 스타일링 등이 등장했다.

특히 재킷의 어깨 형태와 허리선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의 특징이 드러난다.

뎀나가 과거에 자주 선보였던 넉넉하고 과장된 형태와 달리, 이번에는 어깨를 뾰족하게 강조하면서도 허리와 몸통을 비교적 좁게 잡은 디자인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인상을 주지만, 자세히 보면 비율이나 재단에 의도적인 변형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익숙한 테일러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전통적인 재킷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어깨의 각도와 허리의 위치를 조정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옷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찌의 상징인 홀스빗과 프레피 스타일

이번 컬렉션에서는 구찌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디자인 요소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홀스빗(Horsebit)이다.

홀스빗은 말의 입에 물리는 재갈에서 형태를 가져온 금속 장식으로, 구찌의 승마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는 요소다. 로퍼와 가방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면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장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런웨이에서는 이러한 상징이 벨트와 액세서리, 스타일링을 강조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장식을 반드시 클래식한 의상에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럭비 셔츠와 타탄 체크 스커트, 봄버 재킷, 낮게 걸친 데님 팬츠와 체인 액세서리가 결합된 프레피 스타일에도 홀스빗과 같은 장식을 활용했다.

프레피 스타일은 미국의 전통적인 사립학교나 대학생의 옷차림에서 영향을 받은 패션을 의미한다. 폴로 셔츠와 니트, 체크 스커트, 로퍼 등이 대표적인 요소다.

뎀나는 이러한 단정한 복장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

옷깃을 세우거나 과장된 벨트를 더하고, 여러 장신구를 겹쳐 착용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정돈된 인상을 비틀었다.

결과적으로 클래식한 옷차림과 반항적인 스타일이 한 벌의 착장 안에서 공존하게 됐다.

이브닝웨어에서 드러난 또 다른 구찌

쇼의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는 달라졌다.

초반에 등장한 테일러링과 일상적인 스타일링에서 벗어나 신체의 곡선을 강조하는 드레스와 화려한 이브닝웨어가 이어졌다.

이는 1990년대 구찌의 관능적인 이미지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당시 톰 포드(Tom Ford)가 이끌었던 구찌는 몸의 형태를 드러내는 실루엣과 절제된 색상, 강렬한 스타일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들이 등장했다.

특히 마지막에 선보인 드레스는 복잡한 장식을 최소화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한쪽 어깨를 감싸듯 흐르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금속 무게추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드레스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뎀나가 이번 컬렉션에서 화려한 연출뿐 아니라 옷 자체의 구조와 제작 방식에도 집중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로 다른 취향을 하나의 구찌로 연결하다

2027 봄·여름 컬렉션이 보여준 방향은 하나의 스타일로 정리하기 어렵다.

클래식한 수트와 트렌치코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과감한 장신구와 스트리트웨어의 요소가 함께 등장한다. 차분한 의상과 대담한 이브닝웨어도 같은 런웨이에 놓였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옷차림을 하나의 컬렉션에 배치한 점은 구찌가 가진 다양한 정체성을 반영한다.

구찌는 긴 역사 동안 여러 디자이너를 거치며 서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시대에 따라 미니멀한 럭셔리를 강조하기도 했고, 화려한 장식과 빈티지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가 등장할 때마다 브랜드의 모든 특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 시대의 디자인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고 다시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번 컬렉션에서 뎀나는 서로 다른 구찌의 이미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모든 룩에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적용하기보다 다양한 인물과 취향이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뎀나의 구찌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향할까

이번 쇼를 단순히 새로운 시즌의 옷이 공개된 자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뎀나가 구찌에 합류한 이후 선보인 프로젝트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비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25년 ‘La Famiglia’에서는 구찌의 다양한 인물상이 강조됐다. 2026년 2월 쇼에서는 신체를 따라 밀착되는 실루엣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고, 5월 ‘GucciCore’에서는 더욱 폭넓은 스타일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장했다.

이번 ‘The Store Show’는 이러한 요소들을 매장이라는 공간적 설정 안에서 다시 결합했다.

특히 런웨이를 통해 보여준 의상이 실제 매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개될지까지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패션쇼에서 주목받는 옷과 소비자가 실제로 선택하는 옷은 반드시 같지 않다. 런웨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디자인이 매장에서는 일상적인 착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심은 이번 컬렉션에서 제시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실제 제품과 매장 경험에 얼마나 일관되게 이어질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한 번의 패션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시즌에 걸쳐 반복되는 디자인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점차 구체화된다.

뎀나의 2027 봄·여름 구찌 컬렉션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디자이너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선언을 넘어, 서로 다른 시대의 구찌를 어떻게 현재의 옷으로 연결하려는지 실제 런웨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뎀나가 구찌를 하나의 정해진 이미지가 아닌 다양한 취향과 개성이 공존하는 브랜드로 발전시키려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출처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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