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때마다 본 악몽을, 깨어난 뒤 직접 다시 만들다. 사진가 Nicolas Bruno.

얼굴 없는 사람이 침대 위에 서 있다.
누군가는 물속에 잠겨 있고, 또 다른 장면에는 밧줄과 사다리, 텅 빈 들판이 등장한다. 한 장만 보면 공포영화의 스틸처럼 보이지만, Nicolas Bruno의 사진은 상상만으로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다.
상당수는 그가 실제로 수면마비와 악몽 속에서 본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Bruno는 오랫동안 수면마비를 겪어왔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진 상태에서 낯선 인물과 공간, 위협적인 장면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그는 이 경험을 그냥 잊어버리지 않았다.


침대 옆에 드림 저널을 두고, 잠에서 깨어난 뒤 꿈에서 본 장면과 감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 메모를 바탕으로 실제 촬영 장소를 찾고, 필요한 소품과 의상을 직접 만든다.
여기서 Bruno의 작업이 조금 더 흥미로워진다.
사진 속 장면은 단순히 꿈을 그림처럼 옮긴 것이 아니다. 그는 목공과 재봉, 금속 작업까지 직접 하며 꿈속 오브제를 현실에 만들어낸다. 한 장면에 여러 인물이 필요할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각각의 인물을 연기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즉, 꿈속에서는 통제할 수 없었던 상황을 깨어난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설계한다.


악몽을 다시 만드는 이유
수면마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이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눈앞의 장면은 사라지지 않는다. Bruno에게 사진은 그 상황을 다시 바라보는 방법이 됐다.
이번에는 장소를 자신이 고르고, 인물의 위치를 정하고, 조명을 설치하고, 셔터를 누른다.
악몽 속에서는 자신이 장면에 갇혀 있었다면, 사진을 만드는 순간에는 반대로 장면을 지배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기괴한 이미지 자체보다 그 이미지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다.
얼굴을 가린 사람이나 물속의 몸, 밧줄과 침대 같은 소재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꿈속에서 계속 나타났던 감각과 상징을 현실의 물건으로 바꾸면서, 기억 속에만 있던 이미지를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낸다.

꿈을 기록하는 사람에서, 꿈을 만드는 사람으로
Bruno의 사진은 초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제작 방식은 오히려 매우 물리적이다.
컴퓨터 안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직접 장소를 찾고, 물건을 만들고, 몸을 움직여 장면을 완성한다. 실제 공간과 실제 소품을 사용하는 이유도 꿈의 비현실성을 현실 안에 끌어오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서 그의 사진은 단순한 ‘악몽 재현’과 조금 달라진다.
처음에는 통제할 수 없는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완성된 사진 속에서는 모든 것이 그의 선택으로 배치돼 있다.
침대가 어디에 놓일지, 인물이 어디를 바라볼지, 사다리가 어느 방향으로 서 있을지까지.
꿈에서는 수동적으로 장면을 겪었지만, 사진에서는 그 장면의 감독이 된다.
Nicolas Bruno의 작업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기괴한 이미지를 만드는 사진가는 많다. 하지만 그에게 이 장면들은 단순히 낯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움직일 수 없었던 밤을, 깨어난 뒤 자신의 손으로 다시 만드는 기록이다.

수면마비의 경험과 사진의 상징을 구분해서 보자
니콜라스 브루노의 작품을 이해할 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가 수면마비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수면마비는 잠들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의식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일부 사람은 동시에 강한 두려움이나 낯선 존재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수면마비 경험자가 똑같은 환각이나 악몽을 보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겪은 사건과 특정 작품에 담긴 시각적 이야기를 하나의 보편적인 경험처럼 설명해서는 안 된다.
브루노는 Nikon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직접 말로 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림과 사진을 사용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꿈속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마주한 인물과 상황을 기록하고, 깨어난 뒤 실제 장소와 도구를 이용해 이를 다시 만든다. 여기서 사진은 의료 기록이나 증상의 객관적인 측정치가 아니라 작가가 기억과 감정을 해석해 구성한 이미지다. 관객은 어떤 장면이 실제 악몽의 재현인지, 어떤 부분이 이후의 창작적 선택인지 구분하면서 볼 수 있다.
침대 옆의 작은 스케치가 대형 사진이 되는 과정
작가의 작업은 사진 촬영 현장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기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브루노는 꿈 저널에 본 장면을 간단히 그리거나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적어 놓는다. 그 뒤 스케치를 바탕으로 야외 장소를 탐색하고 어떤 인물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할지 구상한다. 상상에만 의존해 순간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사진이 아니라 오랜 준비와 여러 단계의 제작을 거치는 작업인 셈이다.
그가 필요한 사물을 만들 때 목공과 의상 제작, 다른 조형 작업을 함께 사용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물속에 놓인 침대나 얼굴을 가린 인물은 단순한 합성 효과로 해결하기보다 실제 물건의 질감과 움직임을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촬영 이후 디지털 합성을 사용하더라도 결과 이미지의 상당한 부분은 실제로 만들어진 공간과 소품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한 공포 이미지라고만 부르기에는 제작 방식이 훨씬 복합적이다.
한 사람이 여러 번 등장하는 사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Nikon 인터뷰에서는 브루노가 카메라의 인터벌 촬영 기능을 활용해 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꾸어 여러 장을 촬영한다고 설명한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일정한 간격으로 사진을 찍으면 한 장에는 왼쪽에, 다른 장에는 오른쪽에 선 자신의 모습이 남는다. 이후 필요한 프레임을 합쳐 동일한 장면에 여러 인물이 동시에 있는 듯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면 배경과 인물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초점과 촬영 위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는 촬영 전에 인물이 설 곳에 막대기나 물건을 놓고 초점을 맞춘다고도 설명했다. 낯선 분위기를 만드는 기술은 실제로는 정교한 위치 계산과 반복 촬영에 가까운 것이다. 작업 결과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즉흥적이거나 설명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과 사다리, 얼굴 없는 인물이 반복되는 이유
브루노가 만든 장면에는 물속에서 떠오르는 사람이나 침대보에 가려진 얼굴,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사다리 등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꿈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모든 작품이 하나의 악몽을 사진 한 장에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때로는 서로 다른 기억을 합치거나 특정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기존 경험을 변형한다.
물은 가라앉거나 떠오르는 감각을 표현할 수 있고 사다리는 어떤 상황에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상징에 모든 관객이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고정된 해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 속 사물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관객에게는 다른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작품 제목과 제작 이야기를 살펴보는 일은 도움이 되지만, 눈앞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감정으로 읽는 가능성을 없애지는 않는다.
악몽을 통제한다는 말과 치료 효과는 다르다
브루노는 꿈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상황과 달리 사진을 만들 때에는 장소와 구도, 등장인물의 위치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지 결정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다시 통제력을 얻는 경험이었던 셈이다. 작품 제작이 개인에게 정서적인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은 작가가 직접 밝힌 경험으로 소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사진 제작 방식이 모든 수면마비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개인의 창작 활동에서 얻는 도움과 질환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의학적인 접근은 다른 문제다.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반복해 재현하는 일이 사람마다 안전하거나 유익한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가 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이미지가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작품이 의료적 조언을 대신하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78장의 Somnia Tarot에서 작업의 범위가 넓어졌다
브루노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The Somnia Tarot〉이라는 별도의 작업도 소개돼 있다. 꿈 기록과 사진, 조각 및 의상 작업을 결합해 총 78장의 이미지로 타로 카드의 세계를 구성한 프로젝트다. 이 작품은 개별 악몽을 한 장씩 기록하는 데서 더 나아가 반복되는 인물과 상징을 여러 장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재배치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타로라는 형식을 사용했다고 해서 작가가 실제로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뜻은 아니다. 카드의 이미지와 이야기 구조를 빌려 자신이 경험한 꿈의 세계와 잠재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한 창작 프로젝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 점에서 브루노의 사진은 한 장의 초현실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상징을 축적해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공식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각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Nicolas Bruno 공식 사이트 — 작가 소개 및 수면마비를 기반으로 한 작업 방식
- Nikon 인터뷰 — 드림 저널과 수면마비 경험, 이미지 제작 과정
- The Week, 2026년 인터뷰 — Nicolas Bruno의 수면마비 작업과 현재 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