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가 30년 넘게 구상한 애니메이션 〈Ray Gunn〉 예고편이 공개됐다. 메트로피아의 세계관부터 성우진, 12월 공개 일정까지 살펴본다.

〈인크레더블〉 감독이 30년 넘게 품어온 미래 도시, 〈Ray Gunn〉 예고편 공개

30년 넘게 브래드 버드의 머릿속에 있던 영화

브래드 버드라는 이름에는 자연스럽게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 그리고 〈아이언 자이언트〉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Ray Gunn〉의 출발점은 이 작품들보다도 오래됐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버드는 30년 이상 전, 〈아이언 자이언트〉를 연출하기도 전부터 이 영화를 구상했다. 처음부터 기본 아이디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40년대 고전 탐정 영화의 세계와 오래된 SF 모험물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버드는 이를 ‘〈말타의 매〉와 〈벅 로저스〉가 만난 작품’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제작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지금 화면으로 옮겨졌다는 사실 자체가 〈Ray Gunn〉을 흥미롭게 만든다. 애니메이션 기술은 지난 30년 동안 크게 바뀌었지만, 버드가 처음 생각했던 SF와 누아르의 결합이라는 중심 설정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39년이 상상한 미래’를 도시로 만들면

〈Ray Gunn〉의 무대는 거대한 미래 도시 메트로피아다. 다만 우리가 현재에서 예상하는 미래가 아니다. 정확히는 1939년의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바탕으로 만든 대체 미래다.

그래서 예고편에는 현대적인 사이버펑크 도시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아르데코에서 영향을 받은 유선형 건물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고, 자동차는 도로가 아닌 공중을 오간다. 인간과 외계인은 같은 거리를 걷는다. 겉으로는 밝고 낙관적인 미래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살인과 부패, 범죄가 존재한다.

이 대비가 〈Ray Gunn〉의 시각적 중심이다. 도시의 높은 곳에는 빛나는 미래가 있지만, 이야기는 계속 그 건물들의 그림자와 뒷골목으로 내려간다.

미래에서도 구식으로 살아가는 탐정 레이 건

주인공 **레이먼드 건(Raymond Gunn)**은 샘 록웰이 목소리를 맡는다. 그는 탐정 업무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된 시대에도 직접 발로 뛰며 사건을 조사하는 사립탐정이다. 작은 탐사 로봇이 수사를 대신하는 세계에서 오히려 과거의 탐정처럼 행동하는 인물인 셈이다.

레이와 함께 다니는 외눈박이 외계인 **아이-라(Eye-Ra)**의 목소리는 뮤지션이자 배우인 톰 웨이츠가 맡았다.

사건의 중심에는 스칼릿 조핸슨이 연기하는 **비너스 노바(Venus Nova)**가 있다. 메트로피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중 한 명이지만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인물이다. 레이는 비너스와 얽힌 사건을 추적하면서 도시의 화려한 상층부와 어두운 밑바닥을 오가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외계인과 비행 자동차가 등장하는 SF이지만 이야기의 뼈대만 떼어놓으면 고전 탐정 영화에 가깝다. 사건을 쫓는 사립탐정, 비밀을 가진 스타, 범죄와 부패가 뒤섞인 도시라는 누아르의 익숙한 장치를 미래 세계로 옮겼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 일부러 멀어졌다

이번 예고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분위기다.

〈인크레더블〉처럼 가족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어둡고, 고전 할리우드 탐정 영화의 흔적이 강하다. 넷플릭스 역시 작품을 SF뿐 아니라 Film Noir, Detectives, Crime 장르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브래드 버드가 이 프로젝트에서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그는 애니메이션이 특정 연령층이나 한 종류의 이야기만을 위한 매체로 한정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Ray Gunn〉에서도 액션과 대규모 볼거리는 유지하면서, 그 안에 자신이 좋아했던 험프리 보가트 시대의 탐정 영화와 필립 말로·샘 스페이드 같은 고전 누아르의 감각을 끌어왔다.

그 결과 〈Ray Gunn〉은 과거의 SF가 미래를 상상한 방식과 과거의 영화가 범죄 도시를 표현했던 방식을 동시에 가져온다.

12월,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만난다

〈Ray Gunn〉은 스카이댄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했으며 브래드 버드가 감독을 맡았다. 현재 공개된 주요 성우진은 샘 록웰, 스칼릿 조핸슨, 톰 웨이츠다.

넷플릭스 공개일은 2026년 12월 18일이다. 이에 앞서 12월 4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상영되며 제한적으로 70mm 포맷도 선보일 예정이다. 스트리밍용 애니메이션 신작을 극장에서, 그것도 70mm로 먼저 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작품의 시각적 규모를 강조하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Ray Gunn〉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미래를 그리면서도 현재가 아닌 1939년의 시선으로 미래를 상상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최신 기술을 그대로 확장한 미래 대신 아르데코 마천루와 비행 자동차, 클래식 탐정 영화의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브래드 버드가 30년 넘게 간직해온 아이디어가 이제야 영화가 됐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인크레더블〉이나 〈라따뚜이〉를 만든 이후 갑자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대표작들이 나오기 전부터 품고 있던 세계가 뒤늦게 완성되는 셈이다. 이번 예고편은 그 오래된 구상이 실제로 어떤 도시와 움직임을 갖게 됐는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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