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아 버트웰의 꽃과 얼굴 프린트가 더해진 버버리 2027 봄 컬렉션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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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의 셀리아 버트웰, 버버리 체크 위에 다시 꽃을 그리다

셀리아 버트웰의 꽃과 얼굴 프린트가 더해진 버버리 2027 봄 컬렉션 룩

9월 21일 런던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버버리 2027 봄·여름 컬렉션에는 조금 뜻밖의 이름이 등장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가 협업한 인물은 새로운 세대의 아티스트가 아니라 올해 85세인 영국 텍스타일 디자이너 셀리아 버트웰(Celia Birtwell)이었다. 버트웰이 새롭게 그린 꽃과 얼굴은 버버리의 체크 위로 뻗어나갔고, 자수와 비즈 장식으로까지 확장됐다.

버트웰이라는 이름이 낯설더라도 그의 얼굴은 이미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을 수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1970~71년에 그린 대표작 〈Mr and Mrs Clark and Percy〉 속 창가에 서 있는 여성이 바로 버트웰이다. 그는 호크니의 오랜 친구이자 여러 초상화의 모델이었고,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흔히 ‘호크니의 뮤즈’라는 설명이 이름 앞에 붙는다.

하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버트웰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그림 속 모델이 아니라, 옷의 표면을 만든 사람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영국 패션에서 버트웰은 패션 디자이너 오시 클라크(Ossie Clark)와 함께 일했다. 클라크가 몸을 따라 움직이는 드레스의 형태와 재단을 만들었다면, 그 위를 뒤덮은 꽃과 식물, 추상적인 패턴은 버트웰의 영역이었다.

런던 패션 앤 텍스타일 뮤지엄은 두 사람의 작업을 설명하며 클라크의 패턴 커팅과 형태에 대한 감각, 그리고 발레 뤼스와 아르데코 등에서 영감을 받은 버트웰의 로맨틱하고 장난스러운 프린트가 결합해 1960~70년대 스타일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의 옷은 당시 패티 보이드, 마리안 페이스풀, 아니타 팔렌버그 등 시대의 문화적 인물들이 입으며 1970년대 영국의 보헤미안 이미지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버트웰은 단순히 유명 디자이너의 옆에서 소재를 제공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억하는 오시 클라크 드레스의 ‘표면’을 직접 만든 공동 창작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에서는 그의 작업보다 호크니의 초상 속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훨씬 널리 남았다. 한 사람이 작품을 만든 창작자인 동시에 다른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이었던 탓에 생긴 흥미로운 역전이다.

사라진 디자이너가 아니라 계속 그림을 그려온 디자이너

버트웰의 경력은 1970년대에서 멈추지 않았다. 오시 클라크와의 협업 이후 1984년 런던 노팅힐에 인테리어 숍을 열었고, 패션과 홈 텍스타일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후 Topshop, Uniqlo, John Lewis 등과 협업했고 2015년에는 발렌티노 컬렉션에도 그의 프린트가 등장했다.

그런 그가 2026년 다시 대형 런웨이 한가운데 등장했다.

버버리 쇼는 첼시 칼리지 오브 아츠(Chelsea College of Arts)에서 열렸다. 버트웰이 과거 학생들을 가르쳤던 장소이기도 하다. 다니엘 리와 버트웰은 올해 5월 처음 만났고, 이후 이번 컬렉션의 프린트를 함께 작업했다. Vogue Runway에 따르면 리가 버버리 컬렉션 자체를 외부 창작자와 이런 방식으로 협업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꽃이 자라난 버버리 체크

이번 협업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버버리 체크다.

버버리는 1856년 토머스 버버리가 창립했고 2026년으로 170년을 맞는다. 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체크는 1920년대 레인코트 안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67년에는 파리 매장의 한 바이어가 체크 안감을 여행 가방과 우산 커버에 활용하면서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스카프와 의류로 범위를 넓히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호가 됐다.

버트웰과 다니엘 리는 이 익숙한 격자무늬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체크를 일종의 격자형 정원처럼 사용했다. 선 위와 사이로 버트웰 특유의 꽃이 자라나고, 손으로 그린 듯한 얼굴 드로잉이 더해졌다. 일부 모티프는 배지와 비즈 장식으로 입체화됐으며, 꽃무늬는 태피터 셔츠와 쇼츠, 트렌치 등 컬렉션 곳곳으로 옮겨갔다.

즉 이번 컬렉션은 버버리의 상징을 새로운 로고로 교체한 작업이라기보다, 이미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체크 위에 한 디자이너의 손으로 그린 흔적을 겹친 작업에 가깝다.

그 방식은 최근 몇 시즌 동안 버버리의 트렌치와 아우터웨어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영국적 유산을 다시 강조해온 다니엘 리의 방향과도 연결된다. 오래된 기호를 없애기보다 다른 영국 창작자의 언어를 안쪽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10월에는 오시 클라크와 버트웰의 옷이 다시 전시장으로 간다

이번 협업이 더욱 절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런웨이 공개 직후 버트웰의 과거 작업도 다시 조명되기 때문이다.

런던 패션 앤 텍스타일 뮤지엄에서는 10월 2일부터 2027년 4월 11일까지 〈Ossie Clark + Celia Birtwell〉 전시가 열린다. 클라크의 초기 작업부터 후기 컬렉션까지를 다루면서, 그의 재단과 버트웰의 텍스타일 디자인이 어떻게 결합해 1960년대와 1970년대 패션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2026년 가을에는 그래서 같은 사람을 두 방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미술사에서는 호크니가 그린 인물로, 패션사에서는 오시 클라크의 옷에 프린트를 입힌 디자이너로, 그리고 현재의 런웨이에서는 버버리의 가장 익숙한 기호를 직접 변형하는 창작자로 말이다.

셀리아 버트웰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뮤즈’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호크니의 그림 속에서는 그가 바라보는 대상이었지만, 오시 클라크의 드레스와 이번 버버리 컬렉션에서는 오히려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85세의 버트웰이 다시 런웨이에 등장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60여 년 전부터 이어온 그의 시각 언어가 새로운 유행으로 교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버버리 컬렉션은 영국 패션의 오래된 두 기호, 버버리 체크와 버트웰의 손그림 프린트가 같은 옷 위에서 만난 장면으로 기억할 만하다.

자료

Vogue Runway, Burberry Spring 2027 Ready-to-Wear, 2026년 9월 21일.
British Vogue, Celia Birtwell 인터뷰, 2026년 9월 21일.
The Guardian, Celia Birtwell ‘humanises’ Burberry in London fashion week closing show, 2026년 9월 21일.
Fashion and Textile Museum, Ossie Clark + Celia Birtwell.
Burberry, The Burberry Check /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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