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셔의 《상대성》은 왜 길을 잃게 할까? 세 중력과 끝없는 계단의 차이

1953년, 에셔가 만든 불가능한 건축 공간

계단을 따라 올라가던 사람이 어느 순간 벽에 서 있다. 다른 인물은 같은 건축물 안에서 그 벽을 바닥처럼 사용한다. M. C. 에셔의 1953년 판화 《상대성》(Relativity)을 보면 어디까지 올라가야 위층인지조차 헷갈린다. 그래서 종종 ‘끝없이 계속 올라가는 계단’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상대성》의 핵심은 무한 반복 계단이 아니라 중력 방향이 서로 다른 세 세계다. 끝없이 오르는데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계단은 오히려 1960년 작품 《올라가기와 내려가기》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먼저 두 작품의 제작 시기를 구분하자

네덜란드 에셔 미술관은 《상대성》을 1953년 7월의 석판화, 크기 27.7×29.2cm로 기록한다. 같은 구도를 바탕으로 한 목판화도 있다. 1960년 3월에 완성한 《올라가기와 내려가기》(Ascending and Descending)는 이름이 비슷하고 계단이 등장하지만 발상의 출처부터 다르다. 후자는 로저 펜로즈와 라이오널 펜로즈의 ‘불가능한 사물’에 관한 논의, 특히 닫힌 계단 개념과 연결된다.

날짜를 구분하는 이유는 중요하다. 《상대성》을 설명하면서 펜로즈의 1958년 논문이 1953년 판화의 직접적인 설계 원인이라고 쓰면 연대가 역전된다. 에셔 미술관은 펜로즈와의 논의가 1960년 작품 구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같은 작가에게 비슷해 보이는 계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다른 제작 맥락을 합칠 수 없다.

《상대성》을 보는 세 가지 질문

에셔 미술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상대성》은 각기 다른 중력장을 가진 세 세계가 한 건축물에 합쳐져 있다. 한 세계에서 바닥인 평면은 다른 세계에서 벽이 되고, 인물은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계단을 걷지만 다른 세계의 인물과 같은 바닥에 설 수 없다.

이 구도를 읽기 위한 방법은 복잡한 공식을 외우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인물을 고른 다음 그 인물의 발이 닿는 평면, 몸이 뻗은 방향, 그 인물이 사용하는 계단과 주변 출입구를 함께 추적하면 된다. 다음으로 방향이 다른 인물을 고르고 같은 세 항목을 비교한다. 둘 다 자기 세계의 중력 아래에서는 말이 되지만 하나의 일관된 ‘아래쪽’을 가정하면 설명이 어려워진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중력이 세 방향으로 작용하는 실제 건축물의 사진이 아니라, 2차원 화면이 여러 공간 규칙을 한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시각적 구성이다. 미술관이 에셔의 취지를 인용하며 말하는 ‘평평한 면의 기능이 상대적’이라는 설명과도 맞닿는다.

왜 ‘영원한 계단’과 구별해야 할까

《올라가기와 내려가기》의 건물 옥상에는 인물들이 고리처럼 연결된 계단을 계속 걷는다. 실제 건축에서는 한 계단마다 높이가 일정하게 올라가면 언젠가 출발점보다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이 그림은 계단이 닫힌 경로로 돌아오면서도 계속 높아지는 듯 보이게 한다. 이는 한 경로의 높이 변화가 자기모순에 빠지도록 구성한 착시다.

반대로 《상대성》은 모든 인물이 하나의 계단을 끝없이 오른다고 설명할 수 없다. 다른 방향의 위아래가 한 건물에 접합돼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두 작품을 구별할 수 있는 질문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교 질문《상대성》, 1953《올라가기와 내려가기》, 1960
눈여겨볼 모순한 건물에 공존하는 다른 중력 방향닫힌 경로인데 계속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계단
인물을 따라 볼 지점발바닥 면·몸 방향·계단 공유계단 경로의 시작과 끝·고도 변화
역사적 문서에셔의 1953년 석판화 및 작품 해설1958년 펜로즈 논의와 1960년 제작 기록
이 글이 하지 않은 검증3차원 모형의 구조 실험원근기하를 통한 실제 건축 가능성의 수학적 증명

같은 평면을 다르게 사용하는 장면이 왜 중요한가

에셔의 그림이 낯선 것은 계단이나 벽이 각각 비정상적으로 그려져서만은 아니다. 건축물을 이루는 부품은 꽤 평범하다. 독자의 시선이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갈 때 앞서 바닥으로 이해한 평면에 다른 기능을 부여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공간에 대한 우리의 기본 가정이 바뀐다.

에셔 미술관의 두 공식 해설을 나란히 읽으면 같은 도구인 계단을 이용하되 서로 다른 문제를 묻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상대성》은 ‘무엇이 바닥인가’를,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는 ‘높이가 계속 증가하는 길이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비교는 미술관이 제공한 제작 연도·작품 원리와 공개 도판을 읽는 틀이지, 관객 시선이 어느 순서로 움직이는지 실제 실험한 결과는 아니다.

결론: 에셔의 계단은 모두 같은 종류가 아니다

에셔가 계단을 사용했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같은 ‘무한 계단’은 아니다. 《상대성》에는 서로 수직인 세 중력 세계가 결합돼 있고, 《올라가기와 내려가기》에는 한 경로를 따라 끝없이 오르내리는 듯한 고리형 계단이 있다. 두 작품의 시대와 작동 원리를 구분하면 ‘불가능한 공간’이라는 추상적인 감탄 대신 어떤 규칙이 실제로 뒤집혔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1. Museum Escher in The Palace, Relativity — 1953년 제작·세 중력장·매체·치수.
  2. Museum Escher in The Palace, Relativity (part II) — 세 지면과 중력의 설명 및 작가 인용.
  3. Museum Escher in The Palace, Ascending and Descending — 1960년 작품과 펜로즈의 1958년 연구 배경.
  4. Museum Escher in The Palace, Relativity (part I) — 회전 시점에 관한 해설.

근거 범위: 공식 작품 기록과 도판 설명에 기초한 비교. 직접 3차원 모형을 만들거나 수학적 불가능성을 형식 증명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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