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드는 사람, 사운드 아티스트 요시 호리카와

탁구공, 종이와 연필, 금속 쓰레기통. 요시 호리카와의 음악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물들이다. 하지만 무엇을 녹음했는지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그 소리가 어떻게 곡이 됐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녹음도 길게 이어지는 장면으로 남길 수 있고, 잘라서 다른 시점에 다시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개 제작 설명을 같은 기준으로 대조하면 세 가지 선택이 보인다. 소리를 잘라 다룰 단위를 정하는 일, 기존 악기의 역할을 맡기는 일, 서로 다른 물체를 하나의 재질이라는 조건으로 모으는 일이다. 여기서는 〈Letter〉, 〈Bubbles〉, 〈Metal〉의 제작 자료를 비교한다. 음원을 직접 재생해 분석한 감상평이 아니므로, 몇 초에 어떤 소리가 나오거나 청자가 어느 방향에서 듣게 된다는 설명은 하지 않는다.
〈Letter〉: 글쓰기의 순서와 재생의 순서를 분리하다
2010년 12월 공개된 Disc Droppings 인터뷰에서 호리카와는 〈Letter〉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책상에 마이크 두 개를 놓고 종이와 연필로 글을 쓰며 녹음한 다음, 소리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 샘플러에 넣었다는 것이다. ‘글 쓰는 소리’라는 재료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녹음 이후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설명이다. 당사자의 2010년 제작 설명
이 과정에서 구분할 것은 기록된 행동과 편집 가능한 단위다.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진행되지만, 잘린 소리 조각은 원래 손이 움직였던 순서와 별도로 다룰 수 있다. 따라서 이 곡을 실제 편지를 쓰는 전 과정을 그대로 들려주는 기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인터뷰에 절단 지점이나 재생 순서가 나와 있지는 않으므로, 특정 글자의 소리를 몇 번 반복했는지도 알아낼 수 없다.
2012년 《Wandering EP》에는 〈Letter〉가 수록돼 있다. 그렇다고 2012년이 이 곡의 최초 제작 시점이라고 거꾸로 계산하면 안 된다. 제작 이야기는 이미 2010년 인터뷰에 등장한다. 인터뷰의 작품 설명과 나중 음반의 수록 정보는 서로 다른 사실이다. 공식 EP 수록 목록
〈Bubbles〉: 사물의 이름보다 악기의 역할을 본다
공식 EP 소개는 〈Bubbles〉의 중심 재료를 탁구공으로 설명한다. 제목을 물방울이라는 뜻으로 읽고 실제 물방울 녹음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2019년 Mixmag의 당사자 취재 기사는 《Wandering》 시기의 작업을 설명하면서 튀는 탁구공 소리가 하이햇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이 설명은 녹음 대상이 곡 안에서 어떤 역할로 옮겨갔는지 보여준다. Mixmag의 제작 과정 취재
다만 두 자료를 합쳐 모든 탁구공 소리가 하이햇이거나, 〈Bubbles〉의 모든 박자가 탁구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공식 소개는 곡의 재료를 알려주고, 취재 기사는 EP 작업의 역할 전환을 설명한다. 정확한 마디와 편집 패턴은 별도의 음원 분석 없이는 특정하지 않는다.
〈Letter〉와의 차이도 이 범위에서 읽어야 한다. 전자는 녹음을 조각내는 편집 동작이 구체적으로 공개됐고, 탁구공 사례는 악기 역할을 다시 부여하는 설명이 확보됐다. 이는 한 곡에는 절단만 있고 다른 곡에는 역할 전환만 있다는 분류가 아니다. 자료가 서로 다른 제작 단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두 곡을 단순히 ‘연필 대 탁구공’으로만 비교할 때 놓치기 쉬운 차이다.
〈Metal〉: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재질로 묶인 소리들
2025년 8월 공개된 〈Metal〉의 공식 제작 설명에서 호리카와는 금속의 질감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거대한 금속 쓰레기통부터 베트남 골동품점에서 산 오래된 코끼리 방울까지 여러 물체를 녹음했다. 서브베이스를 제외하면 리듬의 99%에 이 소리를 사용했다는 설명도 작가의 발언이다. 전체 곡의 길이·음량·샘플 수를 측정해 얻은 비율은 아니다. 〈Metal〉 공식 제작 노트
여기서 재료를 고르는 기준은 ‘탁구공이라는 물건’과 다르다. 크기와 쓰임이 다른 물체도 금속이라는 조건으로 한 묶음이 된다. 동시에 서브베이스라는 예외가 명시돼 있으므로, 모든 음악 요소를 같은 재질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으로 읽을 수도 없다. 재질의 통일과 역할에 따른 예외가 함께 있는 선택이다.
| 자료에서 확인되는 선택 | 구체적 근거 | 그 근거로 단정할 수 없는 것 |
|---|---|---|
| 〈Letter〉의 절단·샘플러 입력 | 책상 위 두 마이크로 글쓰기를 녹음한 뒤 조각냄 | 특정 글자, 반복 횟수, 최종 재생 순서 |
| 〈Bubbles〉와 EP의 역할 전환 | 공식 소개의 탁구공, 취재 기사의 하이햇 설명 | 곡 전체의 재료 비중과 모든 박자의 출처 |
| 〈Metal〉의 재질별 선별 | 여러 금속 물체, 서브베이스 예외를 둔 리듬 구성 | 전체 곡의 99%라는 측정값 |
세 자료는 동일한 제작 매뉴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을 녹음했나’와 ‘그다음 무엇을 선택했나’를 분리하면, 사물 소리를 사용한다는 공통점 안에서 서로 다른 결정이 드러난다. 처음부터 악기를 대체하려고 재료를 고른 것인지, 녹음한 뒤 역할을 발견했는지까지 모든 사례에 똑같은 순서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공간은 후기 앨범에서 갑자기 생긴 주제가 아니다
초기에는 사물의 재미만 다루다가 나중에 공간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은 이 자료들과 맞지 않는다. 2010년 인터뷰에서 이미 호리카와는 공간적인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관심을 밝혔다. 2012년 SHIFT 인터뷰에는 녹음된 울림이 현장에서 느낀 것보다 약할 때 자신의 이미지에 가깝게 가공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취재자는 숲의 새소리에 에코를 더한 제작 과정을 기록했다. 이는 2025년 이전에도 녹음된 공간을 편집 대상으로 삼았다는 구체적인 반례다. SHIFT의 제작 현장 인터뷰
중요한 점은 그 현장을 이 글이 직접 들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에코를 더하니 실제 숲과 정확히 같아졌다는 음향 검증도 아니다. 작가가 녹음과 현장 감각의 차이를 인식하고 가공했다는 설명, 그리고 그 과정을 본 취재자의 기록을 구분해 읽는 것이다. 자연음을 쓴다는 말이 항상 무가공 보존을 뜻하지는 않는다.
2025년 9월 발매된 《Impulse》는 스테레오와 Dolby Atmos 형식으로 소개됐다. 공식 설명에는 360도 마이크로 현장음을 채집하고 스튜디오의 스피커 10개를 이용해 배치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새로 확인되는 것은 구체적인 제작·제공 방식이다. 이를 근거로 초기 음반보다 더 넓게 들린다거나, 모든 재생 기기에서 같은 공간감이 생긴다고 결론낼 수는 없다. 《Impulse》 공식 앨범 정보
호리카와의 작업을 읽는 데 더 유용한 구분은 ‘초기 사물, 후기 공간’이라는 연표보다 채집·절단·역할 부여·배치라는 서로 다른 결정이다. 종이의 마찰을 잘라 쓰는 일과 금속이라는 조건으로 소리를 모으는 일은 모두 작곡의 선택이지만 같은 선택은 아니다. 주변 소리를 음악으로 만든다는 말은 녹음 버튼을 누르는 순간보다, 그 뒤에 무엇을 남기고 어떤 역할을 맡기는지까지 볼 때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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