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200명이 갑자기 키스했다, 글렌 마틴스의 마지막 디젤 쇼


처음에는 평범한 패션쇼처럼 보였다.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객석의 사람들이 쇼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음악이 점점 고조되자 관객 사이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곧 움직임은 객석 곳곳으로 번졌고, 마지막에는 격렬한 헤드뱅잉까지 이어졌다.
9월 22일 밀라노에서 열린 디젤 2027 봄·여름 컬렉션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우연히 분위기에 휩쓸린 관객이 아니라 마르세유 기반 예술집단 (LA)HORDE와 함께 배치된 200명의 퍼포머였다. 실제 관객 사이에 미리 섞여 있다가 쇼 중간 움직이기 시작하도록 설계된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이날은 단순한 시즌 쇼가 아니었다. 2020년 디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글렌 마틴스가 브랜드에서 선보인 마지막 컬렉션이었다. 약 6년간 이어진 그의 디젤 시대가 객석 전체를 무대로 바꾸는 장면으로 끝난 것이다.

처음부터 ‘관객’과 ‘퍼포머’의 경계를 없앴다
이번 퍼포먼스를 맡은 (LA)HORDE는 Marine Brutti, Jonathan Debrouwer, Arthur Harel로 구성된 세 명의 예술가 집단이다. 안무와 영화, 퍼포먼스, 설치 작업을 넘나들며 몸과 집단의 움직임을 주요 매체로 삼아왔고, 2019년부터 프랑스 발레 나시오날 드 마르세유를 이끌고 있다.
디젤 쇼에서도 이들은 별도의 무대를 만들지 않았다. 퍼포머를 실제 관객 사이에 섞어 넣었다. 누가 쇼를 보는 사람이고 누가 쇼의 일부인지 처음부터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ANSA에 따르면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일부 관객은 옆자리 사람들이 갑자기 키스하고 몸을 얽는 모습에 당황했고, 곧 이것이 계획된 공연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음악 역시 점차 관능적으로 변화해 도나 서머의 〈Love to Love You Baby〉를 재해석한 사운드로 이어졌다.



옷 역시 ‘파티가 끝난 뒤’처럼 만들어졌다
퍼포먼스만 강했던 것은 아니다. 옷에도 같은 감각이 이어졌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컬렉션에는 서로 다른 옷을 합친 듯한 구조와 난초 모양의 컷아웃이 반복됐고, 데님에는 코팅과 레이저 가공을 더해 가죽처럼 보이도록 했다. 트롱프뢰유 프린트는 실제로 겹쳐 입지 않은 옷을 겹쳐 입은 것처럼 만들었다.

Vogue Runway는 티셔츠와 스웨트셔츠가 거의 흔적만 남을 정도로 찢어지고, 셔츠와 테일러링 역시 뒤틀리거나 몸에서 반쯤 벗겨진 듯한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디젤 역시 컬렉션 전체를 격렬한 밤을 보내고 너무 급하게 옷을 다시 입은 듯한 모습과 연결한다. 마지막에는 극단적으로 짧은 데님 쇼츠까지 등장한다.
퍼포머의 흐트러진 움직임과 옷의 구조가 따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파티가 끝나지 않은 상태’를 함께 만든 셈이다.

마지막에도 모델만 주인공으로 두지 않았다
마틴스의 마지막 디젤 컬렉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200명의 퍼포머를 객석에 숨긴 방식은 더욱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가 2020년부터 해온 작업은 데님 디자인을 바꾸는 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누구를 패션쇼 안으로 들어오게 할지, 패션쇼를 어떤 경험으로 만들지 자체를 계속 실험했다. 마지막 쇼에서도 피날레의 중심을 유명인이나 거대한 세트 하나에 맡기기보다 관객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두었다.
관객이 공연을 바라보던 구조가 무너지고, 어느 순간 자기 옆자리까지 무대가 된다.

자료
Diesel, Spring Summer 2027 Runway Show.
Vogue Runway, Diesel Spring 2027 Ready-to-Wear, 2026년 9월 22일.
ANSA, Baci ed effusioni spinte allo show di Diesel, 2026년 9월 22일.
Hypebae, Glenn Martens Shows His Last Diesel Collection, 2026년 9월 23일.
Ballet National de Marseille, (LA)HORDE 공식 소개.
